레이 가와쿠보와 준야 와타나베가 선보이는 새로운 테마
도쿄 아오야마에 위치한 꼼 데 가르송의 헤드 오피스에서 열린 옴므 플러스 라인의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은 시즌에 어울리는 화사한 컬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렸던 지난 시즌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죠. "꽃의 존재"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레이 가와쿠보는 컬렉션 노트를 통해 이 꽃의 존재가 단지 행복한 시절만을 떠올리게 하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힘들거나 괴로운 시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었죠. 그러한 시간들을 비록 길에서 작게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로도 치유받을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레이 가와쿠보는 이번 시즌을 통해 어딘가 불완전해 보이는 실루엣을 컬렉션 전반에 걸쳐 담아낸 듯 보였습니다. 오프닝 룩으로 등장한 셔츠 원피스와 재킷을 레이어링한 스타일에서는 스캘럽 기법이 가장 눈에 띄었으며 특히 플라워 패턴을 가득 담은 셔츠 원피스가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어지는 피스들 또한 가지각색의 플라워 패턴을 담은 모습으로 이어졌으며 다양한 곡선이나 커팅을 이용해 모든 피스들마다 차별화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밀리터리 웨어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오버사이즈 아이템과 둥글게 마감된 칼라의 코트는 페미닌한 형태를 과장시키고 있었죠. 후반부에는 전체적으로 화사했던 무대의 분위기가 검은색의 꽃과 시든듯한 꽃으로 잠시나마 어둡게 꾸며진 점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컬렉션의 메인 그래픽인 플라워 패턴의 몇몇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뼈나 근육을 꽃으로 형상화시키는 기법을 주로 사용하는 베델게우스의 작품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전 여성복 컬렉션에서 함께한 헤드기어 아티스트인 이브라힘 카마라가 이번 남성복 컬렉션에서도 레이 가와쿠보와 함께 했죠. 나이키 또한 빠지지 않았습니다. 레이 가와쿠보는 1998년에 처음으로 출시됐던 'AIR SUNDER MAX'를 선택해 미니멀한 디자인을 담아냈으며 이 스니커즈는 내년 4월에 발매를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준야 와타나베는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인 제이미 호크스워스가 부탄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들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컬렉션을 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부탄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고도 말했죠. 그와 항상 함께 하고 있는 파트너십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와 뉴발란스 그리고 리바이스가 함께한 협업 아이템들도 이 테마를 바탕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그렇게 준야 와타나베의 새로운 컬렉션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인 'Ma Mere L'Oie'와 'Thousand Knives'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채 시작되었고 부탄의 행복한 일상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회처럼 벽에 걸려있는 곳에서 모델들이 느릿느릿한 워킹으로 무대를 채워나갔습니다.
부탄의 민족의상을 연상시키는 전체적인 의상 실루엣과 직물의 질감이 눈으로도 느껴지는 독특한 외관을 담아낸 이번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은 클래식한 캐주얼웨어와 워크웨어가 주를 이뤘던 지난 시즌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준야 와타나베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스타일이기에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컬렉션이었습니다. 좋은 의미로 말이죠. 그리고 거의 모든 모델들이 착용하고 있던 모자 또한 이번 시즌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오스트리아의 햇 메이커인 뮬바우어와의 협업으로 탄생된 아이템이었죠.
그리고 컬렉션 전반에 배치되었던 그래픽 디자인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제작된 작품들이었습니다. 일본의 케이치 타나미와 방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파나파스트 그리고 중국의 재키 차이의 작품들이 티셔츠와 스웨터에 담겼죠. 또한 정식 파트너십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와 뉴발란스 그리고 리바이스를 제외한 새로운 협업 브랜드도 이번 컬렉션을 통해 전개될 예정입니다. 아크 에어의 블루종과 디키즈의 배기팬츠 그리고 마이클 바스티안을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한 브룩스 브라더스의 슈트가 대표적이죠. 그리고 쇼에서는 착용하지는 않았지만 스테프니 워커스 클럽과 팔라디움의 협업 부츠 또한 발매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