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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SSTYPE Aug 16. 2017

제스타입 작업일지 #28

하루에한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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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함을 벗어나고자 하루에 한 글자 씩 레터링을 시작했다.

폰트 디자인을 하다보면 도통 다른 작업에 손을 대기가 어렵다 보니 가볍게 할 수 있는 작업으로. 생각해보면 폰트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글자를 즐겨 그렸었는데. 지금은 한벌의 활자를 위해서 작업을 하다보니 다양한 스타일보다는 계속해서 정리해 나가는 느낌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감이 조금 떨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당연히 예전보다 조형감이 나아졌기에 지금 그리는 글자들이 완성도는 더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상력이랄까. 글자의 형태를 어디까지 변형할 수 있을까. 하는 조형의 자유로움은 예전같지 않다. 가독성이라는 부분도 예전보다 많이 신경을 쓰고 있고. 이러한 틀을 깨려면 깰 수는 있겠지만 그게 과연 옳을까.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아서 그냥 일단은 별 생각 없이 한글자 씩 레터링을 하고 있다. 



컬러가 들어간 작업은 예전 작업인데 줄을 맞추려고 더했다.



위 레터링은 한시간 동안 손이 가는대로 그려낸 작업들이다. 그러다 보니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나서야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부]의 경우 중성 ㅜ가 갈라지는 부분을 초성 ㅂ과 같이 한방향으로 수정하고 싶고. [악]은 종성 ㄱ의 가로획을 더 두껍게 수정하고 싶다. [럽]은 종성 ㅂ의 높이를 줄이고 싶고. [광]은 종성 ㅇ의 높이를 낮추면서 초성과 중성 ㄱㅘ 부분에 공간을 조금더 주고 싶다. 예전 작업이지만 [꽃]은 ㅊ의 형태가 아쉽고. [앎]은 종성 ㄹ의 가로획 부분의 굵기를 조절해서 얇은 여백라인이 조금더 균등하게 나뉘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작업하면서 눈에 들어오지 않던 부분들이 작업을 마치고 조금 편하게 들여다 보면 어찌나 눈에 잘 들어오는지. 그래서일까. 내가 손대지 않은 타인의 작업은 눈에 참 잘 들어온다. 장점도. 단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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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이끌어 가는 긴 호흡의 작업은 때로 버겁기도 하다. 지쳐간다고 할까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좀 쉬고 싶기도 하다가. 그렇게 마냥 가만히 있으면 엄습하는 불안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몸이 편해지면 마음이 불편하고. 몸이 불편해지면 마음이 편해진다. 마치 천칭처럼. 어느 한 곳에 무게가 확 쏠려버리면 무너질 듯하여 그 둘 사이에 중심을 잡으려 하지만. 그게 쉬웠다면 이리도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다. 내 부지런함은 그런 불편함을 피하려 하는 발버둥이다. 타고나길 나태하다. 언제나 말만 앞서고 행동은 느긋하다 보니 지키지 못한 말들이 너무나도 많다. 어느 순간을 지나며 말을 줄이게 되었다.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무게가 견디기 힘들어질 즘에. 더이상은 말을 않고. 꾸준히 행동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게 힘이 든다. 때로는 월급쟁이 시절을 되돌아본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지만 무엇이 나를 그토록 치열하게 만들었을까. 미숙했지만 열의가 있었다. 그 열의가 다 식어갈 즘 회사를 관두고 홀로 섰다. 열정 혹은 열의 뭐 비슷한 말인데 열의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열성을 다하는 마음. 열성은 열렬한 정성이라는 뜻이고. 열렬은 어떤 것에 대한 애정이나 태도가 매우 맹렬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열중은 한 가지 일에 정신을 쏟는단 뜻이니. 열정과 열의의 차이는 열정에는 애정이 담겨있고. 열의에는 정성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에 대한 애정은 없었던 것 같고. 그러니 열정이 아니라 열의가 맞는 것 같다. 뭐 사전적 정의가 그렇다는 말이고 내 주관적인 해석은 이렇다. 열의는. 심히하려는 지 정도.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소비된다. 심지어 숨을 쉬어도 칼로리가 소비되니 몸과 정신의 불편함을 덜고자 이리저리 머리 굴리는 행위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겠는가. 살은 빠지지 않더라도 머리카락 정도는 빠질만한 일이다. 스트레스. 현대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이 바로 스트레스다. 나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결핵성 임파선염으로 한동안 고생했고. 6개월간 하루에 알약 12개씩 먹다보니 체질이 변했는지 몸에 열이 많아져서 고생이다. 아무튼. 이 열의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순수하게 작업이 즐거워서 붙잡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데 열의가 줄어들까. 작업이 어려워지는 순간. 작업이 고통스러워지는 순간 열의는 퍽하고 꺾이기도 한다. 말이 좋아 칠전팔기지. 그러한 상황에서 쉽게 다시 의지를 일으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엄청난 스트레스. 자괴감. 그대로 쓰러지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편안함을 쫓게되면 더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정체되고 만다. 시간이 갈수록 퇴보하고. 흐름에 뒤쳐진 채 잊혀지고 만다. 그게 싫어서 버티고 있다. 그렇다고 작업하기 싫은 것은 아니다. 마냥 즐겁지는 않지만. 작업만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냥 좋은 것은 세상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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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할 적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열정을 불사르면 재가 된다. 

열정은 나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연료로 태우는 것이다.

고로 나는 엔진이고. 연료를 넣어주지 않으면 멈춘다.

그럼 월급 받기 전 한달은 어떻게 일하느냐.

그것은 포토샵 마냥 30일짜리 체험판 같은 것이다.

출력을 높일수록 연료는 더 많이 소모된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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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글자 안에서도 각각의 균형이 매우 즁요하다.

삶에서의 균형은 두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단순히 일과 휴식만을 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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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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