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SSTYPE Sep 22. 2017

폰트계독 #4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2017. 09. 21.


-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 부분은 글자 외의 것들에 대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할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글자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흑만 보며 디자인을 했었다. 시간이 지나 백을 알게 되면서 흑과 백의 조화에 신경을 쓰며 디자인을 하게 되었고. 주로 몇자의 레터링 작업을 하는 나는 그 이상의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서체 제작을 하는 지금은 당연히 신경써야 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글자만 그리고 있었다. 


서체는 글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띄어쓰기를 위한 space. 키캡 위에 새겨진 여러가지 문장부호들. 글자 내부의 공간 뿐만 아니라 글자 외부의 공간. 글자와 글자 사이. 글줄과 글줄 사이. 글줄의 형태에 의한 공간의 형태. 그리고 문장부호의 형태가 아닌 그 쓰임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읽는 행위와 방법에 대해서. 글자와 낱말 그리고 글줄에 대해서. 품격에 대해서. 이전에는 레터링 작업이나 서체를 제작하며 이러한 부분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레터링과 타이포그래피. 타입디자인과 편집디자인. 서로 다른 영역이기도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을 하면서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는데. 확대하면 한 글자가 보이고 축소를 하면 지면 전체가 보인다. 확대와 축소를 통해서 물질과 공간의 균형을 맞추면서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레이아웃과 아름다운 타이포그래피를 넘어 환경에 어울리는 글꼴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조화로울 때 모든 것이 빛날 수 있지 않을까.


관심을 갖지 않은 부분이다 보니 딱히 흥미로운 부분은 없었다. 로마자에 대한 내용이기에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한번 씩 꺼내보면서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열린책들 편집부가 지은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들과 조금 비슷한 느낌이다. 재미는 없지만 도움이 되는 책.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서체 제작을 시작하며 본문용 서체 제작을 10년 후의 목표로 설정하였다. 지금은 조금 가볍게 즐기고 싶다. 모든 요소를 조율하며 너무 많은 것들을 신경쓰기 시작하면 작업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다. 한번에 하나씩. 하나의 서체를 제작할 때마다 하나씩 배워나가면 충분하다. 너무 많은 고민은 시간을 잡아먹고 진지한 접근은 피곤하다. 이 작업을 즐길 수 없다면 나는 굳이 서체 제작을 할 이유가 없다. 누구를 위한 서체 제작인가. 느긋하게 즐기며 평생 글자를 그렸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폰트계독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