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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썬 Sep 27. 2022

꼭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하나요

내 마음에 욕하고 싶은 욕망은 어디에 숨기나요

한 인플루언서가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그때 나온 댓글 하나를 캡처해서 피드에 올렸다. 댓글은 인플루언서의 표정 습관에 대해서 지적하며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정중한 말투로 습관이 되신 거냐 물었다. 


"언니 근데 미간을 찡그리고 눈을 희번덕 자주 하시는데 습관이 되신 건지.. 여쭈어요"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인플루언서는 역시 참지 않고 피드에 올리며 일침을 가했다. 너 때문에 라이브를 하지 않겠다! 생각했지만 네가 뭐라고 그걸 안 하냐 둥. 그리고 그녀를 팔로우하는 팔로어들의 댓글이 엄청 달렸다.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하시네'.. 등등등. 다 같이 욕하자 하는 피드였고 역시나 다 같이 시원하게 그 댓글을 남긴 프로필 사진 하나 없는 그 사람에게 보란 듯이 비아냥대며 웃긴 댓글을 너도 나도 달았다. 작은 개념의 마녀사냥이다.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당연히 말투는 정중했으나 공격으로 보였을 거고, 또 어떤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물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을 거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욕하자고 판을 깔아주니 득달같이 달려들어 댓글을 단다. 우리는 그동안 그 내면을 어디에 꽁꽁 숨겨두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 자아에 대한 성찰이 고도화되고, 심리에 대해 스스로 많이 알려고 노력하면서 우리는 '괜찮은 인간은 어떠해야 한다'에 발이 묶여있다. 내가 고등교육을 받은 괜찮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다른 사람 뒤에서 험담을 하면 안 되고, 험담을 하는 누군가에게 동조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지내는 우리 괜찮은 걸까. 


꾹꾹 눌러왔던 남을 향한 비난의 생각들이 익명의 누군가를 향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누구나 다 아는 셀럽을 향해 내뿜고 있지는 않을까. 


서점에 촤르륵 놓인 나의 심리를 향한 누군가의 인사이트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각자 다른 단어로 같은 말을 한다. 나는 누구나에게 괜찮은 사람 이어야 할까. 이런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이 우리의 내면 한 곳을 밀봉해두었다가 엉뚱한 곳으로 팡 터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난 앞으로 욕하고 싶은 사람은 욕을 해주기로 다짐한다. 


#인간심리 #괜찮은사람 #인플루언서 #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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