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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Dec 25. 2019

필리버스터도 제대로 못하는 자유한국당

제발 쓸데없는 짓 좀 그만합시다. 피곤합니다.


2019년 12월 23일, 드디어 제372회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지난 12월 6일 집회요구서를 받아 12월 11일 열기로 했던 임시국회가 2주일이나 미뤄진 끝에 개회된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검찰 눈치를 보니 다시 폭력 행위를 해도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렸는지 본회의 개의에 앞서 단체로 국회의장실 항의 방문 및 감금을 시도했으나 문희상 국회의장은 유유히 뒷문으로 빠져나와 본회의를 개의했다.




온갖 난장판이 펼쳐진 국회

국회법에 국회의 회기는 집회 후 즉시 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보통은 회기별 첫 본회의에서 여야 간 회기 안건을 미리 합의해놓고 만장일치로 표결한다.  


문 의장은 회기 결정 자체가 무제한 토론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회기에 대한 의견이 다른 만큼 회기에 대한 안건을 찬반 토론 후 곧장 표결에 붙여 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었고,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의 의사진행이 원천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사실 자유한국당은 처음에는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이번 임시회 회기 결정 건은 단순 찬반 토론만 하기로 약속했었는데 갑자기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고 한다.

 

친일 언론에서는 문 의장이 선거법을 표결에 부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에 가서 항의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친일 야당 의원들은 그보다 한참 전에 본회의 시작할 때부터 계속 항의 중이었다.


의장은 회기 결정의 건에 무제한 토론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알렸으나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의장은 반드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단상에 올랐다. 이후 제한시간 5분이 지나 마이크를 끄고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에게 토론 차례를 넘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 수십 명이 일제히 의장석 앞으로 달려가 몸으로 막아섰으며, 주 의원이 자리를 비키지 않고 버티는 가운데 단상에 오르려는 윤 의원을 권선동 김태흠 민경욱 박대출 의원 등이 몸으로 밀어내는 폭력 행위가 이어졌다.



윤 의원이 토론 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토론 종결을 요청하여 회기 결정의 건 표결로 넘어갔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부의장, 바른미래당 소속인 주승용 국회부의장 등 야당 의원들이 문 의장 주변을 에워싸고 선 채로 계속해서 위협과 반말, 폭언을 반복했고, 단상 앞에 수십 명의 의원들이 모여 시위했으며, 전희경 의원 등이 반말로 문희상 사퇴해 날강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심지어 몇몇 의원들이 입을 맞춰 문희상 내려와라는 가사의 무슨 노래를 잠깐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어쩌면 고혈압이 있다는 문 의장을 흥분시켜 쓰러지게 만들어서 본회의를 지연시키겠다는 자유한국당의 계획적인 술책이 아니었을까 모르겠다.


자유한국당은 본회의 개의 전 관례적으로 해오던 여야 합의가 없었고, 개의 후 회기 결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 의사진행이 편파적이라며 문 의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민 의원은 필리버스터에서 교섭단체 간 합의는 국회법에 있으나 본회의 개의 전 필수 조항이 아니라 국회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권장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은 당연히 최대한 중립적으로 의사진행을 해야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젊은 의원들이 아빠 찬스 피켓을 들고 문 의장을 향해 대놓고 반말로 욕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사람이면 화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희상 정도면 확실히 보수적이고 원래 매우 친자유한국당적인 경향이 있던 사람이다. 문 의장은 그동안 꾸준히 원내대표 간 회동, 당 대표 간 회동을 주선하며 자유한국당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으나 자유한국당이 대부분의 회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회기결정에 대한 무제한 토론도 안 될 것은 없지만 여기서부터 무제한 토론을 허용하면 아무 의미 없이 한 회기를 끝내게 되는 상황에서 의장 직권으로 무의미한 토론을 금지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자유한국당의 예산안 무더기 수정안 지연전술로 한 시간 반 가량 걸려 예산안 2개를 겨우 처리한 후, 문 의장이 윤후덕 의원 외 155인으로부터 공직선거법일부개정안을 먼저 심의하자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받아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한동안 난동을 부리며 문 의장의 의사진행이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별수 없이 필리버스터가 진행되었다.




막말과 고성의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주호영 의원은 문 의장에 대한 욕으로 발언을 시작하며, 문 의장이 하나하나 법안을 입안할 때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된 자료 확인하시라 하고 곧장 넘어갔는데, 의원들이 내용을 확인할 시간은 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는데 이것은 약간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자유한국당이 탈법적으로 나올수록 더 침착하게 법대로 대응했어야 했다. 상식적으로 회기 결정에 대한 토론을 3일간 진행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일단 필리버스터 하라고 한 다음에 의제외 발언금지 규정에 의해 퇴장시켰어야 옳았다. 

물론 강제력을 동원하기는 애매한 상황이고 퇴장 명령을 내리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드러눕거나 배 째라는 태도로 나오며 더 좋아했을 것 같긴 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의제와 전혀 상관없는 발언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채웠지만 문 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뭔 소리를 하던 못 들은 척하며 간혹 발언자가 발언 중 의원들과 말다툼을 하면 의원님 무제한 토론 하세요 라는 말만 반복했는데, 필리버스터가 꼭 일방적인 연설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애당초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질의와 응답도 할 수는 있다.


민주당이 왜 임시국회 회기를 23일 자정까지로 하지 않고 굳이 크리스마스까지로 정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설마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악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끌다 보면 법안을 하나씩 상정해서 통과시키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의원들이야 평소 연설하는 게 일이고 다들 이런 날을 위해 준비해왔을 것이기 때문에 별로 어려울 것 없겠지만 3일을 쉬지 않고 무제한 토론을 이어간다는 것은 고령의 국회의장에게는 체력 문제가 있을 것이다.


현재 이주영 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고 있어 문 의장과 주 부의장이 4시간씩 번갈아가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문 의장은 별수 없이 계속해서 조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매우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다. 예전 임이자 성추행 사건 때부터 문 의장이 건강 문제가 있다고 많이 알려졌던 바 있는데 의원들이 좀 더 생각하고 배려했어야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연설은 도저히 눈뜨고 들어주기 힘들어서 좀처럼 다 듣지 못했는데, 얼핏 듣기에도 민주당이 북한에 퍼주기를 해서 핵개발이 됐다는 색깔론이나 최저임금이 올라서 나라 망한다는 이야기 등 선거법 개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야기 위주로 사실의 왜곡과 선동을 통해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민주당 비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


그래도 필리버스터를 준비한 의원들이 국회 선거법의 역사라든가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경 설명 같은 것을 조금은 준비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런 준비는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만 해 왔다.


자유한국당은 꾸준히 선거법 개정이 좌파독재를 완성시키는 음모라고 주장해왔는데, 현재 안건으로 올라온 선거법 개정안은 다수당의 비례를 줄여서 국민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소수정당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선거법 개정이 싸우는 정치를 그만두게 하고 협치를 통한 다당제를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자유한국당 연설자들은 이번 선거법 개정을 통해 어떤 식으로 좌파독재가 완성된다는 것인지 좀처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현행 지방 의석을 그대로 유지시키며 약간의 비례성 강화를 추구한 선거법 개혁안 최종안은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전혀 불리한 점도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현행 선거법보다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 말고는 선거법 개정에 대한 반대 이유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혁에 반대한 큰 이유는 주로 현직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지방 의석이 줄어들까 봐 걱정했던 것이었을 텐데, 그런 걱정이 없어진 만큼 스스로 발언하면서도 인지부조화를 느낄 것 같다.


검찰 개혁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유한국당은 검찰과 내통하고 있고, 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기관이 설치될 경우 본인들이 수사받을 경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닌가? 과연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다른 참신한 변명을 가지고 올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십중팔구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안건과는 전혀 상관없는 민주당 욕으로 시간을 때우며 의미 없는 필리버스터가 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여간 첫 발언자인 주호영 의원은 발언 시간 내내 선거법과 아무 상관없는 얘기에 책 읽는 수준의 연설로 억지로 시간을 끌어놓고 겨우 4시간을 채웠는데, 사실은 성인용 기저귀도 차고 비장하게 필리버스터에 나섰다고 자랑하는가 하면 체력적으로는 더 오래 더 많은 토론을 할 수 있었지만 시청률이 낮은 심야에 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게 하기 위해 발언을 멈췄다고 허세를 떨었다.


강원랜드 청탁 사건으로 온 국민의 비난을 받았던 권선동 의원이 당당하게 필리버스터에 나서 마치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이라는 듯 태연하게 민주당을 비난하는 모습은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권 의원도 주 의원과 비슷한 발언을 이어가다가 할말이 없으면 가만히 앉아있는 민주당이나 정의당 의원들에게 시비를 걸며 반말과 폭언을 쏟아내는 전략으로 시간을 끌었다. 


권 의원이 정의당을 비판하여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항의하자 초선의원에 비례대표는 가만히 있으라는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다.




빛나는 연설을 보여준 김종민 의원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지연 술책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아예 찬성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첫 발언자로 나선 김종민 의원은 확실히 선거법 개정과 관련된 사안으로만 4시간 반의 연설을 이어가는 내공을 보여줬다.


민주당은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당시에도 자유한국당에게 함께 무제한 토론을 할 것을 권유했지만 자유한국당이 거절했던 바 있다. 친일 언론에서는 찬성 토론을 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참 쓸데없는 시간이 돼버릴 뻔 했던 이번 사안에서 결과적으로 찬성 필리버스터의 등장 덕분에 그래도 의미 있는 연설이 존재하게 됐다.



김 의원은 선거법 개정은 늘 여야 간 합의로 처리해왔다는 주장은 가짜 뉴스다. 한국당에서 모두 마음대로 처리해왔다 주장했는데, 이 발언이 품고 있는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이 자유한국당 전신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멀뚱하게 있었던 사실이 암시하는 바가 있다. 물론 은근히 자유한국당 계열에서는 이승만과 박정희 등을 찬양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자유한국당 계열은 군사정권까지는 아니고 주로 김영삼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군사독재정권과 현재의 자유한국당을 동일시하는 김 의원의 발언에 이의를 표명할 법도 했는데, 현재의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자민련이 현실적인 목표이다 보니 박정희를 계승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김 의원은 선거법 개정이 민주당에서 국민의 정부 때부터 꾸준히 주장했던 사안인데 자유한국당이 꾸준히 협상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정이 무산된 것이라고 했다.


대화와 타협, 의회민주주의의 장점을 설명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 제안으로 욕을 먹으면서도 선거법 개정을 주장했던 사실 등을 언급하며 지역주의를 해체하고 소수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국회가 되기 위해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 자체는 매우 아쉬움이 있지만 오송역을 지나야만 KTX 노선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주장했다.



김종민 의원의 말처럼 국회는 똑똑한 엘리트들이 장악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 각자의 입장에서 나 같은 청년, 나 같은 노인, 나 같은 노동자,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을 대표하는 대표자들이 들어가야 맞는 곳이며 갈수록 더욱 다양한 소수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비례성이 강화되어야 옳은 길이다.


재미있는 것은 선거법 개정이 결과적으로 현행법에서 정말 최소한의 개정만 결정한 보수적인 법안으로 결론이 난 것은 주로 민주당의 고집 때문이라는 것이 명백한데, 민주당에서 선거법 개정안 찬성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김종민 의원과 최인호 의원 모두 개정안이 비례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하여튼 정당 간 생각이 다 다른데 타협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고, 현재로서는 다만 개혁을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에 선거 연령이 현행 19세에서 18세로 하향된 것이야 말로 대단히 큰 변화다. 이는 그 자체로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를 교육하는 일이 되며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유권자를 다수 확보한다는 점에서 선거를 통한 적폐청산에 상당히 유리해진 면이 있다고 본다.


자유한국당은 선거법이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게임에 참여하는 정치인들 간에 만장일치로 합의되지 않으면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선거라는 게임의 주체는 유권자이기 때문에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 옳다. 게임의 말에 불과한 의원들 스스로가 게임의 룰을 결정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발상 자체가 매우 오만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4년 후의 선거에서는 어거지 좀 그만 쓰고 인구수가 줄어든 지역구 의원 정수를 줄이며 거기서 줄어든 만큼 비례대표를 늘리는 안이 결정되기를 바란다.


한국은 분명 지방색이 매우 강한 나라지만 일본, 영국, 독일처럼 각 지역이 사실은 오랫동안 아예 다른 나라였고 국민들이 나는 이 나라 사람이라기보다 이 지방 사람이다 라는 의식을 더 가질 정도로 지방색이 심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들 나라처럼 많은 의원수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300명의 인원은 주로 인구수 비례로 결정된 것이지만 워낙 좁은 국토에 인구 과밀이 심한 나라다 보니 인구수가 아닌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지역구 의석이 지나치게 많다.


갈수록 지방자치는 잘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정상적인 국가라면 지역에 다리 놔 주고 계단 놔 달라는 민원 따위는 시의원 군의원 선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고 국회의원은 보다 더 큰 권한이 필요한 일을 해줘야 옳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못 얻는 이유 중 하나가 지역구 의원들이 지나치게 지방 민원에만 몰입하며 막상 국민이 원하는 국민을 대표해서 나라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김종민 의원은 비교적 서민적인 화법을 사용하며 연설을 지켜본 국민들에게 왜 우리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역사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등 여러 가지 내용을 잘 설명해줬으며, 의회를 바꾸고 국회를 바꾸는 것이 미중 충돌과 양극화 저출산의 시련 앞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은 도무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김 의원이 이례적으로 3분 만에 화장실을 다녀왔다는 사실만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우리 언론의 수준을 보면 참 아쉽다.


자유한국당은 어차피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선거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사전 선거 운동을 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이어나가야겠다는 쓸데없는 욕심으로 국민과 국회를 괴롭히지 말고, 지금이라도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각종 합의에 참여하든지 아니면 아예 과반수 연합이 다 알아서 결정하라고 하고 쿨하게 밖으로 나가서 천막 집회나 하든지 빨리 결정하라. 




청두 한중일 삼국 정상회담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난장판을 벌이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전격 방중을 통해 한중,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는 2008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3국이 돌아가면서 주최했던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장이었으나, 마침 북한이 미국에 성탄절 선물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고, 동창리 발사장을 정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에 모두가 성탄절에 북한이 대륙간 탄도탄 도발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은 중국의 도움을 받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보자는 의도가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 CCTV는 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은 홍콩 문제든 신장 문제든 모두 중국의 내정이라고 인식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해당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홍콩과 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들은 중국의 내정 문제라고 얘기하자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언급을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로부터 홍콩 내정 간섭과 신장위구르 자치구 이슬람 종교 탄압으로 인권 관련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중국 편을 들어줬다고 선전하고 싶었겠지만, 이런 식으로 정상의 입장을 왜곡해서 이용해 먹는 것은 매우 무례한 일이다.


중국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러 온 한국 입장에서는 정상회담 자리에서 홍콩이 민주화되어야 한다거나 종교 탄압이 없어야 한다는 발언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중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하는 대로 곧바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및 오찬을 함께 하고,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청두에서 리커창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수정방 박물관을 둘러보고 만찬을 함께 하는 등 특별한 의전을 베풀고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이는 사실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시 한국의 친일 언론들이 대통령의 업적을 깎아내리기 위해 정상 간 만찬도 하지 않고 혼밥을 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것의 영향일 수도 있다.


수정방은 원래 널리 알려진 브랜드로 특별한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는 없는 편인데, 어쨌든 면세점에서 잘 팔리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중국 백주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 받은 술은 시중에 많이 파는 물건이 아니라 특별 제작된 제품인 것으로 보이는데, 확실하지 않지만 수정방 박물관 1호 한정판 제품이라면 한화로 180만 원 좀 넘는 고가 제품이다.



리 총리는 만찬 장소인 수정방 박물관이 국제 협력의 상징인 곳이라며 수정방의 브랜드는 중국이지만 영국이 지분 투자를 해서 기업이 더 크게 성장했다. 이곳으로 식사 장소를 잡은 이유는 쓰촨 현지의 술을 맛보자는 취지도 있지만 국제 협력의 상징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중 양자 협력의 강화 발전을 희망한다 라고 밝혔다.


중국이 한중일 정상회담을 굳이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3시간 떨어진 청두에서 개최하며 손님들을 귀찮게 한 것은 이곳이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세운 촉한의 수도로 삼국지의 도시라서 이번에 삼국의 정상이 모이는데 무슨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있고, 중국 서부경제발전 전초 지역으로 계획적으로 육성되고 있는 서부내륙 최대의 소비도시이며, 중국이 역점사업으로 내세우는 일대일로의 거점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이 201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며 내세운 화두인 중궈멍(中國夢)을 언급하며 중국의 꿈이 한국에 기회가 되듯이 한국의 꿈 역시 중국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입장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를 견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안정을 유지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확고한 힘이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데 동력을 불어넣은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 인식을 공유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중국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함께 구상할 용의가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과 적극 소통하며 중국도 긍정적 역할을 계속하겠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서비스 투자 후속협상 등을 통한 경제협력을 보다 심화해나가자 등의 덕담을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두에서 열린 아베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조치가 지난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고, 아베는 3년 반 만에 열린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매우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다. 중요한 한일 관계를 계속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 문제를 비롯해서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는 한일 및 한미일 간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국내 언론은 언제나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고, 대통령이 홍콩과 신장위구르 문제가 중국 내정이라고 인식한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를 악의적으로 퍼 나르는 한편 아베는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이 문제에 대해 과감히 우려를 표명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일본 언론의 허위 기사를 열심히 베껴쓰기 하고 있다.


중국은 한중과 중일 정상회담을 같은 날 하며, 어느 한쪽으로 의전이 치우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려고 용의주도하게 노력했다. 일본이 한국보다 더욱 국력이 강한 나라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는 한국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외교에서 정상의 한마디는 상당히 큰 파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외교적인 수사를 과다하게 받아들여서도 안 되지만, 대통령이 굳이 예민한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사실에 대해서 지나치게 공격하는 것도 대단히 매국적인 행동이다.


친일 언론은 일본 말고는 무서운 대상이 하나도 없는 모양인데 중국 같은 대국을 굳이 공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북한을 자꾸 도발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전혀 이로울 것이 없다.


전통적인 친일 경향을 가진 한국 언론들이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본 편들기 보도, 자국 정상을 깎아내리는 보도를 노골적으로 반복하는 것은 매우 한심하기도 하고, 이런 보도들이 다시 일본에서 재생산되며 일본인들이 한국을 무시하고 혐한 감정을 증폭시키는 도구로 이용된다는 점에 더욱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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