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 만한 결과를 보여준 2차 투표 순위 발표식.
더 유닛과 믹스나인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한풀 꺾인 시점에서 갑자기 방송사와 대형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대부분 처음 선보이는 것이 아니다. 비슷한 내용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보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식이 된 패턴이 생겼는데, 현재까지 더 유닛과 믹스나인 모두 뻔한 클리셰를 벗어나려는 시도보다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장면 위주의 제작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프로그램이 어디서 봤던 내용을 계속 반복하는 것에 대해서 다소 지루함을 느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더 유닛과 믹스나인에서 처음 시청자 참여형 오디션을 접한 시청자라면 신선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면 새로 유입된 시청자층이 기대보다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제작자 입장에서는 방송 초기부터 다양한 시청자층을 의식했을 것이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층을 다수 끌어오고 싶어 했을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미 공식이 된 요소들을 기대하는 시청자층도 존재할 수 있고, 오로지 새로운 요소로만 채워나가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어쨌든 두 프로그램을 런칭할 때부터 현재까지 서로 짠 듯이 비슷한 내용을 계속 전개하고 있다. 시간 순서상 항상 믹스나인이 더 유닛을 따라하는 모습이 연출되었는데 지난주에 더 유닛이 한주를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이제는 더 유닛이 믹스나인을 따라하는 상황이 나오게 되었다. 이게 의도적일 수도 있다. 더 유닛은 믹스나인보다 피드백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점이 상대적인 호감 요소라는 것을 제작진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편집을 하는 와중에서도 확실히 믹스나인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믹스나인이 지난주에 욕먹은 부분을 감안해서 이번주에 더 유닛은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믹스나인에서 27명만 남긴 것에 더 유닛은 32명을 남기는 것으로 응수했고, 다음 미션에 10000점의 베네핏을 준다는 것에서 얼핏 보기에는 믹스나인과 비슷해보이지만 상세 내용을 보면 훨씬 합리적인 베네핏이다.
믹스나인과 다른 점은 팀 점수가 아닌 개인점수 상위권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1등은 10000점, 2등은 7000점, 3, 4, 5등은 각각 5000점씩을 준다고 한다. 믹스나인에서 팀 베네핏 10000점이 개인 점수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더 유닛은 믹스나인보다 인터넷 투표 수도 높은 편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충격도 덜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좀 많다고 생각되었는지 인터넷 투표를 1픽당 2점으로 하기로 했다.
언젠가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구체적인 투표 점수를 홈페이지에 공개를 안하고 있다. 투표 수가 생각보다 낮아서 기운이 빠지니까 숨기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많은 숫자를 다루다 보면 오타나 실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해서 그럴 수도 있다.
프로듀스 101에서는 시청자들이 응원하는 멤버가 몇 점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관심을 끌 요소였는데, 논란을 미리 차단하고 시청자들이 참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도록 자세한 투표 점수가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이날 공개된 바로는 UNI+B 1등 준 134905표, UNI+G 1등 의진 145981표, 전체 투표수 5003050을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번 경연의 개인 점수 최고점자는 유키스 준과 소나무 의진이었다. 셀프 프로듀싱 미션의 등수만 공개가 되고 개인 점수가 발표가 안되서 록현과 유나킴이 우승자인 줄 알고 게임 모델로 잘 안 어울릴 것 같아서 걱정했었는데, 준 의진 의진 앤씨아가 모델이 된 것은 상당히 다행이라고 본다.
문제의 온라인 게임은 아마도 서든 어택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발라드 가수보다는 댄스 쪽이 게임 모델로 더 잘 어울리는 이미지이고, 의진 앤씨아 쪽이 더 개성이 뚜렷해서 홍보 효과를 생각할 때 괜찮은 결과이다.
팀 구성을 하는 방식도 믹스나인과 비슷해 보였지만 믹스나인은 문자 그대로 상위 9인이 나머지 멤버를 선발한 데 반해 더 유닛은 셀프 프로듀싱 미션 현장 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멤버 5인이 선발을 했기 때문에 인기 멤버가 아닌 참가자가 멤버 선발권을 갖게 된 경우도 생겼고, 아마도 팀 구성부터 마친 후 선곡을 결정하게 한 듯 하며 믹스카드같은 요소가 없는 것 등 조금씩 다른 점이 보인다.
여기서 더 유닛과 믹스나인이 참가자들 사이의 분위기도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느꼈다.
믹스나인에서는 초반부터 대부분 실력 있는 참가자를 우선적으로 뽑아가려는 모습을 보인 데 반해 더 유닛에서는 떨어질 게 뻔해 보이는 친분 있는 참가자를 뽑는 모습이 비교적 일찍부터 많이 나왔다. 다들 머리는 열심히 굴렸는데 아마도 손해를 볼 것을 알면서도 인정에 휘둘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나쁘게 생각되기 보다는 믹스나인의 잔인함과 비정함이 더 부각되는 장면이었다.
공개된 신곡들은 대체로 시끄러운 느낌이 많아서 썩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참가자들이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느낌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신곡 미션 1위는 뮤직비디오 제작이 된다고 하는데 이미 예정이 되어 있는 CF 활동 등 믹스나인 쪽에 비해 참가자들의 혜택이 많은 모습이다.
KBS 시상식에서 특별 공연을 한 내용에서 많은 분량을 편성하거나 특정 멤버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했던 공연을 다시 한 것이다 보니 길게 편성하지 않고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갔다. 믹스나인에 비해서 확실히 편집이 독단적이지 않고 뭔가 회의를 거쳐서 방송 내용을 결정하는 듯 하다는 느낌이다.
시상식 센터 선발전과 댄스 브레이크 멤버 선발전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번 순위 발표식이 너무 초라했다는 비판을 상당히 의식했는데, KBS가 파업 중이라 거창한 무대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대와 효과 등을 상당히 많이 준비했다. 불후의 명곡 무대를 사용한 듯 하며 시상식을 연상시키는 각종 화면을 준비하고 지미집 카메라까지 사용한 것 같다.
비는 간혹 생뚱맞은 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시간을 많이 끌지 않고 매끄럽게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순위 발표식은 재미도 없고 잔인하기만 해서 싫다고 생각하지만 인터넷 여론을 보면 순위 발표식을 거창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시청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남 녀 각 32위까지 생존했는데, 탈락자들의 면면을 보면 탈락이 아쉬운 참가자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납득할 만한 결과가 이어졌다. 더 유닛은 확실히 시청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시청자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매우 당연한 지점이지만 믹스나인에서 워낙 터무니없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유닛의 강점이 되고 있다.
믹스나인에서는 제작진이 밀어주는 참가자를 올려주기 위해 포메이션 배틀 미션에서 납득하기 힘든 득표를 발표하는가 하면 팀 점수 베네핏 차이를 터무니없이 크게 해서 인터넷 투표 상위권 참가자를 탈락시켜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바 있다.
믹스나인은 더 유닛보다 인지도가 적은 참가자들 위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전히 분량 차별 문제가 심각한 편이라서 프로그램에서 밀어주고 있는 비호감 참가자를 배제하고 대신 선택할 만한 다른 멤버를 찾아보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더 유닛의 상위권 멤버들 중에 개인적으로는 비호감인 참가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취향이 다양하다보니 저런 친구들도 인기가 있구나 하고 이해가 될 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 유닛에서도 별다른 매력이 없는 참가자를 열심히 밀어주는 현상은 다소 있지만 분량 차별 문제나 특정 멤버를 띄우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편집을 가하는 모습이 믹스나인보다는 덜 한 편이다.
17, 18회에서 공개한 남 녀 각 4인의 참가자는 대체로 약간씩 순위 상승이 있기는 했으나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방송에서는 1차 투표 순위와 비교해서 순위의 등락을 표현했기 때문에 이변이 많아보였으나 이날 공개된 순위를 2차 투표 1주차 순위와 비교하면 한두명 빼고는 크게 변화가 없다. 셀프 프로듀싱 미션의 영향으로 순위가 크게 요동치기를 기대했으나 크게 변화가 없는 것은 생각보다 투표 참여자들의 숫자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더 유닛도 이제부터는 3인픽을 시행하기로 했는데, 사실 더 유닛에는 버스표 현상이 별로 안 보이기 때문에 이것이 데뷔권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날 순위 상위권에서는 남자 댄스 팀 무대와 어머님이 누구니 무대에 섰던 참가자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 편이었는데, 미션 자체보다 시상식에서 공연을 보여준 것이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BS 가요대축제와 연기대상의 엔딩 무대에 출연하는 등 제대로 밀어주고 있는데도 여전히 시청률 반등은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19회보다 20회의 시청률이 높게 나온 것은 고무적이다. 1차 탈락 발표 때는 13회보다 14회의 시청률이 낮게 나왔던 바가 있다.
믹스나인이 터무니없는 룰을 도입하고 악마의 편집을 너무 열심히 해서 스스로 무덤을 파면서 상대적으로 더 유닛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최근까지는 믹스나인이나 더 유닛이나 비슷비슷하다는 의견이 많이 보였는데 이제는 더 유닛이 믹스나인보다는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기 시작하고 있다. 오늘 방송을 봐야 알겠지만 선공개 영상을 보면 믹스나인은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의 편집에 열중하고 있는 듯 하다.
믹스나인은 팬캠을 통제하고 있는지 항상 공식 직캠 영상만 나오고 있는데 더 유닛에서는 아직 방송에 나가지 않은 무대 직캠 영상이 돌기도 했었다. 방송에서 공개하기 위해 감춰두기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하기로 했는지 최근에는 신곡 미션을 진행한 장면으로 기사도 많이 나오고 있다.
믹스나인이 워낙 망했기 때문에 믹스나인보다는 반응이 좋다는 게 크게 위로가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차피 두 프로그램이 끝나면 데뷔조끼리도 라이벌 관계가 될텐데 현재까지는 더 유닛이 한발 앞서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데뷔조의 비주얼은 믹스나인이 확실히 더 나은 편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