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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Aug 10. 2021

적폐청산이 한일전이다. - ㉘

다시 한 번 증명된 유전무죄 무전유죄.


2021년 8월 9일 정부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8·15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포함시켜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복역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될 예정이다. 그는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회삿돈을 횡령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는 대가로 삼성이 정유라에게 지원금을 출연했다는 것인데, 삼성은 승마 선수로 활약하던 최순실의 딸에게 맞춤형 지원을 베풀어 최순실, 정유라 소유로 된 스포츠 컨설팅 회사 코레스포츠와 220억 원의 지원 계약을 맺고 말 구입 및 관리, 말 이동 특수차량 대여, 현지 승마대회 참가 등을 지원하였으며 실제로 36억여 원의 용역대금을 지급했다. 


정유라는 2014년 아시안게임에 한화가 사준 8억 3천만 원 상당의 말 두 필을 타고 참가했다. 2014년 11월경 한화가 삼성의 방위산업 관련 계열사를 넘겨받고 삼성은 한화의 석유화학 그룹 부문을 사들이는 빅딜이 있었는데 기업이 합병하고 빅딜 하는 김에 비선 실세 로비 루트까지 같이 딜했는지 삼성은 2015년부터 정유라에게 말을 사주기 시작했다. 



말 3마리 관련 금액이 1심에서 뇌물로 인정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 때릴 때는 황당하게도 증여가 아닌 대여니까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경기용 말이 정해진 시장 가격이 없으며 부르는 게 값이라 얼마짜리 뇌물이라고 정의하기가 애매해서 당시도 논란이 되었으나 하여간 재판부는 말 '살시도'와 '라우싱1233'의 구입 대금을 각각 7억 원, 그랑프리 우승마인 '비타나V'의 값은 20억으로 규정하여 34억 원의 뇌물액을 인정했다.


법원이 많은 금액을 전부 뇌물이 아니라고 규정해버렸기 때문에 의미 없지만 애초 계획은 정유라가 도쿄올림픽 승마 부분에 참가할 때까지 계속 지원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뇌물이 계속 전해졌다면 정유라는 수백억 원의 부당한 혜택을 계속 받았을 것이다.



특검은 삼성그룹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약 430억 원을 지원 약속하고 250억 원이 실제로 건네진 것으로 봤으며, 금품 제공을 약속한 행위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므로 430억 원에 대한 뇌물죄를 적용했다. 


삼성전자가 승마를 지원하기로 해 놓고 지원 대상인 6명의 승마 선수 중 오로지 정유라만 지원했다는 사실, 뇌물의 대가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찬성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보답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등 범죄의 구성이 매우 명확한데도 항소심 재판부는 터무니없는 논리로 명백한 뇌물을 최대한 뇌물이 아니라고 우기며 무작정 뇌물액을 무조건 깎고 또 깎아 최종적인 횡령액을 36억으로 결정했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 중 50억 원 가량은 도저히 안 되겠다며 유죄로 돌려보내 파기환송심이 최종적으로 86억 원 횡령액을 결론 낸 것이다.


뇌물을 뇌물이 아니라고 규정해놓은 부분이 모두 아예 아무 논리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데 특히 범죄 수익 은닉과 재산 국외 도피 등 고형량의 근거가 될 금액은 얼렁뚱땅 다 얼버무려놓은 상태이지만 사실 86억도 꽤 많은 돈이기 때문에 이 범죄가 삼성이 아닌 다른 대상이 저지른 일이었다면 매우 높은 형량이 선고됐을 것이다. 



원래 뇌물공여죄는 뇌물수수죄에 비해 훨씬 형량이 적다. 뇌물공여죄는 금액에 따른 가중처벌을 하지 않기 때문에 최고 형량이 5년이지만 횡령은 액수에 따라 가중처벌하게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재판은 워낙 판사 맘 고무줄이라 애매하지만 일반적으로는 5억 이상 50억 미만의 횡령은 10년, 50억 원 이상일 때는 15년형이 선고된다. 이 부회장의 횡령죄는 사실 가중처벌해야 할 요소가 대단히 많았지만 하여간 최소한도로 해석하면 징역 4년에서 10년 2개월 사이로는 선고됐어야 했다.


50억 원 이상의 횡령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해져 있다. 어떠한 법에서 형량이 어디에서 어디까지라고 정해져 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처벌의 대상이 권력자거나 돈 많은 사람이면 봐주라고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처벌을 감경할 만한 무슨 감형 요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이 사건에서 판사 재량으로 형량을 낮춰주는 '작량 감경'이 적용된 것은 매우 불법적이라고 생각한다. 판사 재량으로 형량을 낮추더라도 최저 한도보다 낮은 형량은 있을 수 없으며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는 감형 요건이 있어야 하는데 판결문에 이재용의 형량을 낮춰줘야 하는 이유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횡령죄에는 당연히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추가로 부과해야 하는데 이재용은 국정농단 관여를 통해 분명한 이득을 얻었으나 재판부는 아무런 설명 없이 벌금조차 부과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이재용의 형량을 깎아주는 방법은 이재용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플랜 속에서 박근혜 정권을 활용한 게 아니라 최순실 일당에게 겁박을 당해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규정하는 방법밖에 없었으나 판사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판결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판결문에 박근혜 탓을 하는 것에는 정치적인 부담을 느껴 이 카드는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일당에게 뇌물을 바친 기업인은 수없이 많았으나 특검은 거의 전부 조사조차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 버렸는데, 굳이 합리화해보자면 대통령이 돈 달라는데 안 내놓을 기업인이 어디 있는가 라며 얼렁뚱땅 다들 청와대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뜯긴 것이니 범죄 아니라고 얼버무린 것이다. 하지만 삼성 사건의 경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이라는 데서 매우 구체적인 로비 계획을 세우고 이재용에게 일일이 보고한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기가 곤란했다.


결국 판사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무논리의 판결문과 무작정 최소한 형량 선고라는 억지를 감행해 버렸는데, 모든 언론이 다 삼성 편이다 보니 국민여론은 이재용에 대한 판결이 과하다는 여론이 더 높다는 둥 이재용을 사면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압도적이라는 둥 터무니없는 허위 조작 기사를 끊이지 않고 계속 생산하며 정부와 민주당을 압박해왔다.




국정농단의 몸통, 삼성.

국정농단 관련 삼성의 범죄 행위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간단히 서술하기 힘든데, 삼성 로비의 목적은 결국 증여세 회피에 있었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로부터 증여세 내고 받은 재산은 수십억에 불과하지만 국정농단 당시 공식적인 재산이 8조에 이르고 있었으며, 이재용 본인은 손대는 사업마다 다 망했는데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이런 재산 증식이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1월부터 6월까지는 아파트 분양이 증가하는 시기이나 2015년 6월까지 삼성물산은 아파트 분양을 하지 않았다. 건설부문에서 실적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는 낮게 책정하고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려놓은 상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루어졌는데, 당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의 23%를 가지고 있었고, 삼성물산의 주식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합병 작업은 이재용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이루어졌는데,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의 지분은 0.6%인데 반해 삼성물산은 4%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저평가된 삼성물산과 과대평가된 제일모직의 합병은 당연히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가 된다. 삼성물산 주식의 33%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었는데, 이들은 당연히 합병을 반대했다. 삼성은 언론플레이로 소액주주들에게 합병 찬성을 유도하고 다양한 로비를 통해 결국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성사시켰는데, 2015년 7월 17일 제일모직의 임시총회에 85%의 주주가 참여하여 합병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같은 날 삼성물산의 주주총회에는 83.57%의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한 가운데 69.3%가 합병에 찬성했다. 합병안 가결에 ⅔의 찬성이 필요했으므로 삼성물산 지분의 11.21%를 가진 국민연금이 반대했다면 합병안은 통과될 수 없었다.


원래 이재용이 갖고 있던 것은 에버랜드였는데 비슷하게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을 합병시켜놨고, 제일모직의 주가를 뻥튀기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것으로 해놨는데 이 부분에도 불법 의혹에 분식회계(기업이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 등을 고의로 조작한 것) 의혹까지 있는 것이다.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자가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른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일이었다.


그동안 친일 언론의 터무니없는 이재용 사면론 압박에 대하여 청와대는 꾸준히 가석방 결정은 청와대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 법무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책임을 미뤄왔는데, 청와대는 9일 법무부의 이재용 가석방 결정과 관련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선고 당시 죄질에 비해 상식을 매우 많이 벗어난 파격적인 가벼운 처벌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마침 이 시점에 그를 감옥에 가두는 것은 광복절 특사로 사면할 경우 수사 초기 수감 기간을 포함하면 형기의 60%를 채우고 나가는 것이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가석방을 염두에 둔 계획적인 형기 조절이 아니냐 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이는 현실이 되었다.


현행법상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가능하나 가석방 예비심사 자체가 형기의 대부분을 채운 사람들에게만 이루어져 왔다. 원래는 가석방자들의 형 집행률은 대부분 80% 이상으로, 가석방 기준을 충족했다고 바로 가석방을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법무부는 최근 가석방 예비심사 형집행률 기준을 계속해서 완화했는데, 지난 4월 한차례 최소 60%로 낮췄다가 박범계 장관 취임 직후 종전 형집행률 55~95%로 적용하던 선정기준을 다시 5% 고쳐 형기의 50%를 채운 이들도 심사를 받을 수 있게 기준을 완화했다. 게다가 형집행률 완화 시행이 7월부터기 때문에 이재용 맞춤형 가석방 기준 완화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전체 가석방의 87%가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한 사람들이며, 형기 70%를 채우지 않은 채 가석방 혜택을 입은 수형자는 0.3%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이 7월 말에 겨우 60%를 통과하는데 8·15 때 냉큼 가석방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가석방 예비심사 전 관계기관 의견조회를 하게 되어 있는데, 교정당국이 이 부회장을 가석방 심사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내부 규정과 달리 관계기관 의견조회를 심사 후 뒤늦게 진행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등 또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교정시설에서 가석방 관련 검찰의 의견을 물어 심사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당연히 이재용 가석방에 찬성하겠지만 이 부회장을 이미 심사 대상자로 정해놓고 의견조회를 요식행위로 진행한 것은 규정 위반이다.



사실 법무부는 프로포폴 투약 재판은 물론 뇌물죄보다 죄질이 더 안 좋은 삼성바이오 사건조차 집행유예를 때리겠다고 미리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이 사건 형량을 또 줄이는 것도 대단히 많은 편법과 불법이 필요한 일이며, 만약 판사가 줏대 있는 사람이 걸리면 유죄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에 논란 끝에 요란하게 풀어줘 놓고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의해 실형을 받고 다시 들어가는 것도 또 웃기는 일이 될 것이다.


이후 프로포폴 혐의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유죄로 최소 41차례에 걸쳐 의료 외의 목적으로 상습 투약한 혐의가 인정됐는데도 많이 반성하고 있기 때문에 참작했다며 1심에서 단순 벌금형이 선고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 심사위 종료 후 법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사회의 감정, 수형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 특혜 시비가 없도록 앞으로 복역률 60% 이상의 수용자에게 가석방 심사 기회를 전원 부여하겠다 라는 황당한 소리를 했는데, 이재용 한 명을 풀어주기 위해 법을 고친 것도 어이가 없지만 이것이 특혜인 것은 과거에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해야만 가석방 가능성이 있었던 모든 수감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기 때문인 것이지 앞으로 수감자들에게 더 빨리 가석방시켜줄 기회를 많이 준다고 해서 특혜 시비가 없어질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런 언급 자체가 국민을 속이는 행위인 것이 박 장관은 가석방 심사 기회를 준다고 했지 가석방을 많이 시켜주겠다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제나 그랬듯이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은 다들 만기출소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애초 법무부에서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월권행위다. 설령 이재용을 풀어주는 행위가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런 이유로 법을 무시하고 마구 법을 고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


이재용의 횡령과 뇌물 공여는 직접적으로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으며, 삼성물산 피해자 보상과 외국 투자회사의 천문학적 소송 금액을 국가가 대신 배상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삼성은 왕국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재용이 삼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친일 언론의 주장에 그런가 보다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이재용은 단지 이건희 일가 안에서 내부 권력 투쟁에서 승리한 사람일 뿐이지 삼성 자체가 개인 기업이 아니며, 애초 이재용이 삼성을 지배했다고 할 만한 기간이 짧고 사실상 삼성을 장악하자마자 계속 구치소와 재판장만 들락날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재용이 삼성 경영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사실관계가 크게 틀리다.


사실 이재용은 재판 내내 나는 몰랐다 라는 바보 전략을 들고 나왔는데, 실제로 권력 투쟁 이외의 사안에는 관심이 없어서 삼성 그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부회장이 정말 잘 모를 수도 있다. 



삼성은 어쨌든 좋게 보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인사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항상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사람들이 아니라 총수의 이익을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온갖 불법·탈법 행위로 총수 일가에게 이익 몰아주기에 힘쓴 사람들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장기적으로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켜 왔다.


삼성은 항상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매우 파격적인 보상을 해왔기 때문에 온 언론이 혈안이 되어 부끄러움을 모르고 아첨 경쟁을 아끼지 않았다.


친일 언론은 이재용을 풀어줘야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선동해왔지만 그런 주장에 이미지 정치 이상의 근거는 없다.


이재용이 구속됐다고 삼성 그룹 경영에 어떠한 악영향은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가 감옥에 가 있음으로 오너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가 더욱 상승한 것이 사실이다.




각계각층의 반응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1056개 시민단체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문재인 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며 촛불의 명령에 명백히 역행하는 형태다. 국정농단 단죄는 정경유착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재용 가석방이 결정되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은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임을 인증했고, 삼성이 법 위에 있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대다수의 시민이 가석방에 찬성한다는 출처불명의 여론조사 결과는 불필요한 양념이었다. 이번 가석방으로 인해 향후 재판에 영향이 미친다면 우리 앞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이런 지경이면 법은 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촛불정신의 후퇴요 훼손이다. 국정농단의 몸통이요 주범인 범죄자에 대한 단죄를 거부한 것이며 이 나라가 재벌공화국, 삼성공화국임을 증명했다. 그렇게 외치며 강조하던 정의, 공정, 공평은 자본의 정의요 공정이요 공평이었다. 재벌 부모를 만나 손에 물 한번 제대로 묻히지 않고 물려받은 부를 대물림하기 위해 갖은 불, 탈법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사면은 이 땅이 더 이상 법에 의해 지배되는 법치국가가 아님을 선언함에 다름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 것인 것처럼 희희낙락 웃고 있을 자본에 분노한다. 앞으로 재벌공화국 해체, 불평등 양극화 체제의 청산을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서겠다 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여전히 법 위에 삼성인 나라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식상한 문구를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봐도 재벌 봐주기이며, 결국 또다시 이재용과 삼성은 이겼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은 우리나라 사법 역사에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결정의 몸통인 문재인 대통령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강력히 규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 법무부 장관과 가석방 심사위원회 뒤에 숨지 말고 이재용 가석방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박 장관은 이재용 가석방 결정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러한 특혜성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재용 가석방이 발표된 후 친일 야당 인사들은 일제히 법무부의 결정을 칭찬하고 이명박·박근혜의 형집행정지를 촉구했으며,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등은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법무부가 가석방의 요건과 절차 등을 고려하여 심사, 판단한 것에 그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의 입장 발표는 상당히 문제적 발언이었다고 본다. 우선 법무부의 터무니없는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당 차원에서 옹호하는 스탠스를 곧장 밝힌 것은 대선 국면에서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정말로 친일 언론의 논설을 읽고 전국민이 이재용 석방을 바라고 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닌가 모르겠지만 민주당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게 불공정인데 최소한 이 사안에는 이재용의 죄질과 국정농단의 성격을 언급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이재용을 풀어주지만 그가 이러이러해서 반성해야 한다는 논평 정도는 곁들였어야 했다.



이재용 한 명을 풀어준다고 백신과 반도체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 자체가 모든 언론이 계속 주장해온 내용이긴 하지만 대단히 말도 안 되는 소리며, 이재용을 풀어주는 대가로 삼성이 앞으로 적극적 역할을 노력하라는 얘기는 마치 정부가 삼성의 로비에 굴복해서 검은 거래에 동의하고 불법적 행위를 해버렸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낙연이 박근혜 사면 얘기한 것 한 방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민주당이 이재용 가석방을 옹호한 것은 분명 민주당 지지율 전체에 크게 악영향을 줄 것이고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최근 검찰과 재벌에게 꾸준히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중인 이재명 캠프는 법무부의 결정을 옹호했다.

대기업 총수라도 가석방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면 동등하게 적용하는 것이 법치국가의 원칙이라며, 재벌은 특혜도 불이익도 줘서는 안 된다. 국정농단 공모 혐의에 대하여 사면이 아닌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재용 씨가 국민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대체로 대부분의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이재용 가석방을 반대하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편인데, 사면은 대통령 권한이라며 이 문제에 관해 의견을 밝히기를 회피해온 이낙연 후보는 여전히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열린민주당 정윤희 부대변인은 이재용 가석방 결정은 언론과 정치권의 협잡이 만들어낸 사법 불공정의 전형이다. 도대체 왜 재벌의 범죄와 처벌 앞에서는 언론의 사명도, 사법 정의도 무너져야 하는 것인가. 범죄를 확인하고도 마땅한 형벌을 피한 채 국가 경제 차원에서 봉사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는 어떤 공정과 정의를 위한 것인가. 특권과 반칙이 공정과 정의보다 우선될 수 없다 라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국정과제였던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과 '반부패 개혁으로 청렴한국 실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청와대는 가석방을 진행한 것이 법무부라고 책임을 회피하지만, 설득력 부족한 핑계다 라고 주장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도 이번 가석방 결정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합작품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오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돈도 실력이다'라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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