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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Nov 21. 2021

KBS 특별기획 2021 국민과의 대화

이것은 매우 절제되고 세련된 선거운동이었다.


2021년 11월 21일 KBS에서는 특별기획 2021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2년 전 MBC에서 비슷한 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이벤트가 별다른 실익이 없는데 왜 모험을 하나 싶은 상황이지만 아마도 대통령 입장에서는 단지 국민과 자주 소통하겠다는 공약을 지킨 것뿐이라고 할 것이다.




방송 초반에는 질문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 다들 말을 더듬고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하나마나 한 질문들만 나와서 답답하기도 했고 방송 내내 생각보다 다양한 질문들이 나오지는 못했는데, 사회자의 지시와 전혀 상관없는 질문이 간혹 나온 2년 전과는 달리 앵커가 지목한 주제와 관련한 질문만 나왔기 때문에 국민과의 대화 이벤트 자체가 사전에 제시된 코로나 상황과 민생 경제라는 주제로만 한정되었다.


시청률을 많이 의식한 듯한 2019년 국민과의 대화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300인의 국민 대표를 너무 랜덤으로 뽑은 느낌이 있는데, 2년 전과 비슷하게 주로 서민 위주로 정부에 적대적인 이야기 할 사람은 배제하고 선택한 것 같지만 2년 전처럼 문재인 대통령 팬클럽 행사 분위기까지는 아니었고, 주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쌓인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이 무작정 본인 힘든 것을 이야기하고 정부는 뭘 하고 있냐고 따지는 질문이 많았다.



그래도 손들 때 소리 지르거나 시끄럽게 하지는 말라고 미리 교육을 잘 시켜놨는지 2019년 때보다는 덜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약간씩 손을 떨기도 하고 처음 걸어 나오는 모습부터 뭔가 2년 전보다 노화가 급격히 진행된 듯도 보였으나 모든 질문에 침착하게 잘 대답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재 매우 억울하고 할말이 많을 것도 같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절제된 언어로 코로나 시대 국민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국민 모두가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코로나 특수를 누린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거나 부자에게 기부를 강요하자 등 정말 터무니없는 제안에는 무조건 찬성하지 않고 적절히 대답했지만, 대체로 대통령이 너무 인간적이라는 약점이 있어서 일단 인정에 호소하는 얘기가 나오면 뭐든 거절은 생각도 안 하는 느낌이 좀 있었는데, 형평성이나 재정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어떤 민원이든 일단은 깊이 고민해 보겠다 하고 넘어갔어야 옳지만 상당히 많은 민원에 대하여 매우 진지하게 곧장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어쩌면 2019년 국민과의 대화 이벤트 직후 어린이 생명안전법안이 통과된 것처럼 문화예술 관련 전공자들에게 극장 관련 행정직 등에 우선 취업 기회를 주자던가 비어있는 점포를 국가 주도로 싸게 임대 내놓게 강제하자는 등의 아이디어가 바로 도입될 수도 있을 것 같다.


2년 전에는 약간 정부와 민주당을 대표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모든 주제에서 당을 대변하는 얘기는 일절 안 하고 정부의 대응으로만 한정해서만 언급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아마도 현재 대선판이다 보니 원래 우리나라는 공무원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어서 대통령이 민주당이 뭘 잘했다고 칭찬하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신경을 쓴 것 같다.


대통령 혼자 모든 대답을 하는 게 아니라 각 부처 장관들을 전부 동원해서 필요한 때마다 대답을 시킨 것은 상당히 신의 한 수였는데, 안타깝게도 질문이 그다지 다양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양한 부처 장관들에게 대답할 기회가 돌아가지는 못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검란이나 정치 관련 부분 질문은 아예 배제한 모습이었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현 정부의 가장 큰 패착은 투기 세력의 끈기를 이기지 못하고 집값 잡기에 실패한 게 아니라 여전히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더 크며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사과해야 할 부분은 부동산 폭등을 못 막은 것보다는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한 것이었다.


최근 대통령이 편파적인 언론 보도에 대한 서운함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었는데, 어쩌면 대통령이 검찰이나 언론에 대해 전혀 언급을 안 한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도 있다. 어차피 가짜 뉴스에 넘어가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명한다고 해도 안 믿었을 테고, 사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 공작을 이야기하거나 야당의 비리 의혹을 언급하기라도 했다면 오히려 친일 언론이 공격할 빌미만 제공하고 더 역풍이 불었을 수도 있다.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정부의 메시지를 정하는데 다가올 대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사실 모든 이벤트가 지금 시점에서는 대선 선거운동 전략일 수밖에 없다.


앵커가 대통령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부탁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이제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한 것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는데,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우리 국민이 스스로 선진국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정부와 민주당의 업적을 폄훼하는 가짜 뉴스로 국민을 속이는 친일 세력의 공작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소망이 있었을 것 같다.



검찰이 단체로 사법 쿠데타를 일으킨 상황에서 대통령 본인은 하여간 원칙을 지키고 법을 지키겠다고 검찰, 언론, 야당이 온갖 무법 탈법을 동원하여 조작하고 모해하는 행위에 정당한 권력을 휘둘러 제압하는 시도를 일절 하지 않고 모든 음해를 묵묵히 그냥 몸으로 감내하고 있는 상황을 보며 많은 상식적인 사람들은 다들 답답해하고 있으며, 이제 정권교체가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검찰의 조작 수사에 의해 감옥에 갈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 여기서 대통령이 우리 정부는 비리가 없으니 믿어달라고 호소했다면 그것은 매우 하수의 전략이었다.


대통령은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더욱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고 가령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이나 원전 문제 등은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음해기 때문에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뜻이며 대장동 비리의 주체가 이재명이 아니라 친일 야당이라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상식적인 스탠스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믿음을 재확인할 수 있게 해 주려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 감옥 갈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니 왜 대통령이 변명 한 마디도 안 할까 걱정되는데 그러니 대통령 감옥 안 보내고 싶으면 다들 꼭 투표해서 민주당을 찍어주세요 라는 무언의 애절한 요청이었던 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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