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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 참사

끊임없이 반복되는 참사와 안전불감증

by 황진택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경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도중 불명의 이유(조류 충돌과 이로 인한 엔진 화재 및 랜딩기어 고장 문제로 추정 중)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하여 철근 콘크리트 소재의 둔덕을 들이받고 기체가 폭발한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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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꼬리칸 끝에 반대방향으로 착석해 있던 승무원 2명만이 중경상을 입은 채 구조됐을 뿐 나머지 모든 승무원과 승객 등 179명이 전원 사망한 최악의 참사였다. 참사 희생자 중에는 농협과 퇴직 공무원 등 공무원 승객도 많았고 상당수의 승객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단위로 태국 여행을 다녀오다 희생되었으며, 가족을 만나기 위해 탑승한 태국인 승객 2명도 있었다.


사고 직후 무안국제공항은 폐쇄되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무안군 전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며 2025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직무 정지 상태인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계에서는 일제히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번 참사에 계속해서 무안공항 사고라는 표현을 쓰며 사고 지역이 전라도라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현 시국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겠지만 무조건 잘못은 민주당만 하고 있고 하여간 전라도가 문제라서 천벌을 받는다는 무속적 프레임이 의외로 잘 먹혀서 그들의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는 꽤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무안국제공항은 활주로 확장 공사 완료를 앞두고 있었기도 하고, 계속해서 광주공항 이전을 시도하고 있었으나 주민 반대로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사고가 꼭 무안공항이기 때문에 생겼다고 할 수는 없고, 안전불감증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이런 사고는 어디에서든 언제든지 언젠가는 일어날 사고였다.


사고 원인이 다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참사의 네이밍부터 특정 지역이나 공항이 문제라는 뉘앙스가 느껴질 수 있게 보도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겪고도 다시 찍어주는 국민들을 목격한 국민의힘은 이번 위기 역시 언제나처럼 방귀 뀐 놈이 성내기 수법으로 이재명과 민주당이 나쁜 놈이라는 주장만 일관성을 갖고 밀어붙이면 또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 어느 때보다 똘똘 뭉쳐 윤석열 체포와 탄핵을 방어하고 일단 시간을 끌자는 작전에 협력하고 있다.


민주당 총리까지 했던 한덕수도, 계엄은 내란이라고 발언했던 최상목도 막상 대통령 권한대행을 시켜주자 바로 말이 바뀌며 무작정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국민의힘이 시키는 대로 오로지 일단 버티고 시간을 끌자는 작전만 밀어붙이고 있는데, 민주당은 언제나처럼 국민의힘의 의도에 끌려다니며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내란 실패 직후 내란수괴 이하 모든 내란 공범을 즉시 체포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내란을 위한 국무회의에 참여했던 모든 국무위원들을 전부 탄핵하고 즉시 수사해야 옳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무책임한 줄탄핵으로 생긴 국정 공백이 걱정이라며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정쟁을 중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만약 권한대행에 의한 국정 운영으로 국정 공백이 있다면 이는 탄핵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내란에 의해 생긴 국정 공백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29일 긴급지침을 통해 신속한 사고 수습과 애도의 시간을 갖기 위해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으며, 최상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지 않더라도 바로 탄핵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2014년 당시 헌재는 국회의 재판관 선출 지연으로 청구인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받았다고 판단했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재판관을 선출하지 않은 행위도 부작위인데 선출한 자를 임명하지 않는 행위는 더욱 의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학자의 의견이라며 헌재의 결정은 모든 국가 권력을 기속하는 만큼, 결정이 나오면 바로 권한대행이 따라야 할 의무가 생긴다고 밝혔다.



정부로 올라온 내란죄 특검법을 즉시 재가하지 않는 것도, 명분 없는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로 탄핵 재판에 시간 끌기를 시도하는 행위도 직무유기이자 내란 공범임을 자백하는 행위다. 국회와 민주당은 즉시 모든 내란 공범들을 탄핵하고 이미 검·경이 공수처로 이첩한 내란죄 수사에 협조하도록 압박하여야 한다.


내란죄는 탄핵 재판과 별개로 신속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며,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윤석열의 내란수괴죄는 인정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즉시 발표해야 옳다.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내란수괴가 본인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자진 하야의 뜻이 없다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는 만큼 국정 공백 사태를 해결할 가장 빠른 길은 즉각적인 탄핵과 조기 대선뿐이다.




이번 참사를 낸 제주항공 7C 2216편은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737-800 기종으로 유독 이 기종의 여객기들이 최근 유압 장치 또는 랜딩기어 고장 문제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한국에서 참사가 일어난 같은 날에도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가던 같은 기종의 KLM 여객기가 유압 장치 고장으로 비상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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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중국 동방항공의 여객기가 추락하여 승객과 승무원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으며, 올해 4월 미국 덴버 공항에서 이륙 중이던 사우스웨스트 여객기의 엔진 덮개가 찢겨 나가는 사고가 있었고, 7월에는 미 아메리칸 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륙 시도 중 바퀴에서 연기가 발생해 활주로에서 긴급 정지했으며, 10월에는 인도 티루치라팔리 공항에서 이륙 직후 랜딩기어 문제로 2시간 반 만에 회항했는데 모두 같은 기종이었다.


보잉 737 시리즈 안전성 문제를 연구해 온 서던캘리포니아대 나즈메딘 메슈카티 교수는 인터뷰에서 정비가 항공 사고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문제의 모델이 랜딩기어 설계는 우수하지만, 정비와 유지 관리가 부족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은 이번 참사가 항공기 정비 소홀과 관련된 이슈가 아니라며 정비 프로그램에 따라 항공기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고 사고 항공기에는 사전 이상 징후가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30일 오전 6시 44분 김포국제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 101편 여객기가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서 이상이 발견돼 출발 36분 만에 다시 김포공항으로 회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여객기 역시 보잉 737-800 기종이었다.



B737-800 기종은 중·단거리 비행에 용이해 저비용 항공사에서 주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총 101대가 운항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B737-800 기종의 2010년 이후 국내 사고·준사고 건수는 총 8건이다. 항공사별로는 제주항공이 준사고 3회, 티웨이항공이 준사고 2회, 이스타항공이 사고 1회·준사고 1회, 상하이 항공이 1회였다.


특히 제주항공에서 발생한 2011년 12월 4일 사고는 이번 참사처럼 조류 충돌로 인해 발생했다. 당시 김포국제공항에서 이륙해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하려던 제주항공 여객기는 이륙 중 조류와 충돌해 김포공항으로 돌아가 비상 착륙했다.


애초 무안에 공항 생길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지만 이 지역은 유명한 철새 도래지로 연중 수많은 새떼가 날아다니고 있으며,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들어 놓은 공항 외벽, 짧은 활주로 등 문제점에 대하여 예전부터 많은 우려가 있었고 사고 위험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


앞으로 블랙박스 분석 등에 의해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져야 알겠지만, 참사 직전 몇 분 간 관제 시스템에 데이터 신호가 끊겼다는 것으로 봐서 급박한 상황에서 무리해 보이는 동체착륙을 시도한 것은 조종실 전자 계통 다운 등 정상적인 조종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결국 불시착을 정방향이 아닌 역방향으로 들어가며 기체가 활주로 입구 근처에 있던 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때처럼 꼭 한 가지가 문제라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여러 우연이 겹치며 발생한 최악의 참사로 보인다. 또다시 발생한 최악의 참사 앞에 과연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후로 뭐가 달라진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 특유의 안전불감증과 빨리빨리 문화에 의해 위험 부담을 안고 계속해서 비행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던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참사의 해석에 정치적인 색깔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최악의 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비슷한 참사가 다시 또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참사에도 여전히 기업은 위험을 외주화 하고 사람 죽어서 들어가는 돈보다 싸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2명이 할 일을 1명이 하도록 강요하며, 안전요인을 무시하고 오로지 경제성만 고려해서 법적인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싸게 먹히는 공사 설계만을 고집한다.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활주로를 벗어난 사고기가 활주로 끝에 있는 구조물에 충돌하며 기체가 폭발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항공 전문가들이 외벽 앞 콘크리트 둔덕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조종사는 가능한 최상의 착륙을 했다. 착륙 활주 당시는 기체 손상이나 화재가 없었으나 항공기가 둔덕에 부딪혀 불이 난 것이 탑승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안공항은 활주로에서 외벽까지의 길이가 323m였으며,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를 올려놓은 구조물의 위치는 활주로에서 251m로, 활주로 끝에서 300m 이내는 비워둬야 한다는 안전 규정을 완벽하게 위반하고 있다. 사실 비행기가 활주로를 300m 이상 이탈하는 경우는 애당초 감속이 안 되므로 활주로 300m 이후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뿐이며, 당연히 안전을 생각해서 최대한 활주로 끝에 비상착륙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뒀어야 했다.


무안공항의 경우 로컬라이저 신호 높이를 맞추기 위해 둔덕을 쌓아 올렸는데, 여수공항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다. 로컬라이저의 위치만 보면 무안공항의 경우가 규정을 위반하고 있지 않다지만 인천공항 등 다른 공항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속이 빈 철골 등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정상적인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비행기 비상착륙 시 일정량의 힘을 받으면 쓰러지게 설계된다.


활주로가 짧다는 문제 역시 규정을 지키는 길이라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법적인 규정만 지키면 되는 게 아니라 당연히 공항 설계 당시부터 철새 도래지라서 조류 충돌로 언제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규정보다 길게 만들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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