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48에 대한 각종 전망과 우려
지난주에 프로듀스48의 기획 목적이 AKB48의 일본 내 인기를 되살리기 위한 의도가 많아 보인다고 언급했는데, 일단 데뷔 멤버 선발 자체는 최대한 한국식으로 국민 투표에 의한 데뷔조 선발이라는 컨셉으로 갈 것이라고 한다.
한일 합작인 만큼 뭔가 일본식의 룰이 도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이후 방송이 시작되자 의외로 대부분의 규칙과 프로그램의 컨텐츠는 그동안 많은 욕을 먹어 온 기존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나왔던 내용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모습이었으며, 결과적으로 꾸준히 기존의 프로듀스 시리즈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멤버 선발이 진행되었다.
Mnet이 여기서 가령 과감하게 1인 1표가 아니라 일본처럼 돈 많이 내면 많이 투표할 수 있게 해준다 라고 나왔으면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욕을 많이 먹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한국인 시청자는 일본인 참가자들, 일본인 시청자는 한국인 참가자들에게만 투표를 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이다.
Mnet 측에서는 아직 데뷔와 투표 방식에 확정된 것이 없다고 하고 있는데, 한일 크로스 투표 계획에 대해서 2월경부터 이런 정보를 흘리며 여론을 떠봤던 것 같다. 이 영향인지 공식 홈페이지 연습생 홍보 영상을 보면 한국인 참가자들은 일본 시청자들을, 일본인 참가자들은 한국 시청자들을 의식한 멘트가 많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애당초 한일 양국의 문화 교류에 의미가 있는 협업 프로젝트니까, 알아서 투표하라고 하면 한국인은 한국 참가자들만 보고 일본인은 일본 참가자들만 보고 투표할 것이 당연하므로, 강제 크로스 투표로 상대국 참가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겠다는 것도 일리는 있다.
정말 이렇게 된다면 프로그램이 망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일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 시청자들은 일본인에게만 투표하라고 하면 방송도 안 보고 투표도 안 하는 사람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반일 감정이 심하기 때문에 한일 합작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비록 프로듀스48에 참가한 일본인들이 대부분 평소 친한 성향을 많이 보여주던 멤버들이라지만 한국인들이 일본 아이돌에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AKB48이라는 그룹 자체가 가지고 있는 우익 논란까지 있는 상황이라 대부분의 평범한 한국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일본인들에게 거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현재 한일 관계가 좋은 상황도 아니고 일본 정부에서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과거사 망언과 독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정말로 제작진이 한일 크로스 투표를 통해서 한국인에게 일본 아이돌에 대한 관심을 전파하고 일본인들로 하여금 한국 연습생들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핑크빛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상당히 놀랄만한 일이다.
한일 양국의 아이돌이 어쨌든 장단점이 있으나 양국 아이돌 팬들은 일단 취향이 많이 다르다. 한국 내에 일본 아이돌에 관심이 있는 팬들은 현재로서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며 한국 아이돌에 익숙한 팬들의 성향이 단번에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진지하게 한국 진출을 생각한다면 일단은 한국 참가자들을 통해 관심을 끌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일본 참가자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래야 한다. 처음부터 한국 참가자들에게는 투표를 못하게 한다면 반일 감정이 있는 한국 팬들 입장에서는 아예 이 프로그램 자체에 관심을 끊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더 유닛에서 남 녀 동시 투표를 시행하게 한 것처럼 한 일 양국 참가자 동시 투표를 하게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프로듀스48의 최초 컨셉은 한일 합계 48명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하려 했다는 말도 있고, AKB48의 최초 컨셉처럼 24명 데뷔 활동, 24명 백업 멤버라는 계획도 있었던 것 같으나 최종적으로 한국인 6명, 일본인 6명을 선발해서 12명이 데뷔조가 되게 할 것이라고 했었다. 데뷔 계획을 공식 홈페이지 등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았고, 1회 방송이 나간 뒤에도 정확한 설명이 부족했는데, 결국 한국인 일본인을 구별하지 않고 12명을 선발하는 방식이 되었다.
한국 아이돌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12명도 많은 편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라는 정도이다.
물론 원래 일본처럼 비정상적으로 많은 숫자로 승부한다는 것의 부작용이 훨씬 더 많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일본식으로 24명을 선발할 가능성이 높아보였을 때도 있었는데, 아마도 제작진은 여론을 살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하여튼 최종적인 계획에는 일본식으로 최종 데뷔조에서 탈락한 멤버들도 극장 공연에 써먹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Mnet에서는 소년24에서 처음부터 최종 합격 멤버 외에 공연 전용 멤버가 있는 시스템을 제시하고 시작했었고,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도 최종 11명 데뷔조 선발 후 24명을 소년24 컨셉을 재활용해서 콘서트조로 추가 선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애당초 AKB48 시스템의 표절인 만큼 AKB48의 핵심인 전용 극장 상시 공연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팬들은 격렬히 반발했는데, 자기 소속사에서 데뷔도 못한 채 최종 데뷔조의 백업 역할로 불려다닌다는 것은 데뷔에 실패한 상위권 탈락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별도의 콘서트조 운영은 하지 않고 은근슬쩍 그런 계획은 원래 없었다고 해명하며 프로듀스 101 시즌2 파이널 콘서트에서 35명을 데리고 공연을 진행하는 것으로 끝났다.
아이돌학교의 경우 처음 론칭할 때부터 우리는 멤버 탈락이 없는 오디션을 진행하겠다 라고 하는가 하면 떨어진 멤버들에게 원하면 교육을 계속 해주겠다 라고 제의하기도 했다.
제작사인 CJ E&M 측에서는 비록 일본식 시스템의 표절에 불과하지만 하여간 아이돌 제작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서 뭔가 이윤 창출의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최종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백업 멤버라거나 극장 공연, 일본식 이벤트 같은 새로운 돈 나오는 방식을 시도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
문제는 한국 참가자들이 대부분 기획사 연습생 신분이라는 점인데, 본진 활동과 겸업을 보장해준다고 했지만 2년 6개월간 데뷔 멤버도 아니고 백업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은 합의가 이루어지가 힘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백업 멤버 같은 것 없이 그냥 12인 멤버만 나와서 I.O.I처럼 활동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식 시스템은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지 않는 점이 있다. 물론 일본식 모델은 원래 다수의 대중보다 일부 오타쿠 팬에게 집중하는 컨셉이고 한국에도 일본 팬 비슷한 열성 아이돌 팬들은 일부 있기 때문에 기획사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시도이기는 하다.
생각해보면 한국 아이돌 자체가 처음부터 일본식 시스템의 표절로 시작했기 때문에, HO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EXO 등 아이돌들이 다 기획사에서는 일본처럼 지속적인 멤버 영입 및 지속적인 늙은 멤버 졸업이라는 컨셉으로 가려고 하기는 했었는데, 이런 잔인한 시스템은 정으로 팬질하는 한국 팬들의 정서에는 잘 안 맞았기 때문에 결국 팬들의 끈질긴 요구에 의해 최초 멤버 위주로 끝까지 가는 컨셉이 유지된 것이다.
결국 팬들의 요청이 한국식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만약 프로듀스48이 우려와 달리 한국 제작진 위주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라면 결국에는 여기서도 팬들의 요청에 의해 기존 한국 아이돌과 비슷한 컨셉으로 나오게 될 수도 있다.
프로듀스48에서 최근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처럼 최초 기획 단계에서 데뷔 후의 계획을 확실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는 것은,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따라 최종 계획이 달라진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있어서 제작사와 기획사 입장에서는 여론을 최대한 살펴서 시행하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팬들의 반응이 어떠한가에 따라 프로듀스48을 통해 선발된 멤버들의 활동 형태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본격적이지 않은데, 프로듀스48에 대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K-POP 팬들을 중심으로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편이다.
한일간 아이돌에 대한 취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 듯 단체곡 영상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일본 아이돌이 한국 아이돌을 흉내내는 것 같아 보여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이 많다.
프로듀스48 참가자 중에는 배은영 이시안 장규리 조유리 등 스톤 뮤직 소속으로 출연한 아이돌학교 출신 멤버들이 있다.
스톤 뮤직은 처음에는 CJ디지털 뮤직 그룹내 계열사로 프로젝트 그룹인 Wanna One과 JBJ의 음반 제작, 마케팅을 담당하는 회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 아이돌학교 데뷔조인 프로미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Mnet 소년24 선발멤버로 구성된 IN2IT을 매니징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스톤 뮤직이 Mnet에서 배출하는 뮤지션들을 전담해서 관리하는 회사가 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스톤 뮤직이 프로듀스48의 기획사인 CJ E&M의 자회사인지 협력 관계인지는 불명확하다. Mnet은 CJ E&M의 산하에 있으며, 스톤 뮤직도 같은 위치인 것으로 보이지만 CJ E&M의 홈페이지에서 스톤 뮤직을 자회사로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스톤 뮤직은 Mnet에서 기획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뮤지션들을 전담하는가 하면 소속 연예인이 CJ E&M에서 소속 연예인으로 소개하는 명단과 동일하고 재무제표가 연결되어 있다는 말도 있다. 대기업이 방송과 연예 기획을 다 장악하려고 하는데 대한 거부감을 의식해서 CJ 뮤직이 스톤 뮤직으로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부분은 더 깊이 들어가면 너무 복잡한 이야기라서 짧게 설명할 수가 없는데, 대체로 팬들은 스톤 뮤직이 CJ의 자회사라기보다 단순히 음원 발매사 이름을 CJ E&M에서 스톤 뮤직으로 변경한 것으로 스톤 뮤직이 CJ E&M 자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스톤 뮤직과 Mnet이 사실상 같은 회사라고 한다면 자기 회사에서 하는 오디션에 자기 회사 멤버를 참가시키는 행위를 프로듀스 101이나 쇼 미 더 머니 때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이라서 공정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여튼 아이돌학교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는 탈락 시스템이 없는 오디션이라는 계획까지 있었으며 방송에서 탈락 멤버들 중에 추가적인 트레이닝을 원하는 멤버들이 있으면 계속 관리해주겠다는 어필을 몇 차례 했었다.
아이돌학교의 종료와 함께 몇몇 멤버들의 인스타그램이 비공개되며(나띠 배은영 빈하늘 이시안 이해인 조유리) Mnet에서 이들을 자체 연습생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었다.
아이돌학교 탈락자들 중 스톤 뮤직 연습생이 된 배은영 이시안 조유리가 프로듀스48에 참가하는 것이 결정되며, 아마도 프로듀스48의 최종 데뷔 멤버의 한국 활동을 매니징할 것으로 보이는 스톤 뮤직이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계약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역시 속단할 수 없다. 일본 쪽에서 투자를 많이 해서 한국 활동도 일본 기획사가 관여하겠다고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장규리는 프로듀스48에 출연했다는 사실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무려 2년 6개월간의 활동을 예고한 프로젝트 그룹에 기존 소속 그룹이 있는 참가자가 참여한다는 것은 최종 멤버로 발탁이 될 경우 문제가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듀스48에서는 최종 멤버로 발탁이 되어도 기존 소속 그룹과 겸업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장규리가 최종 멤버가 될 경우 프로듀스 데뷔조와 프로미스 활동을 같이 하면 된다는 것 같은데, 아마도 최종 데뷔조의 관리를 스톤 뮤직에서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 상관없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프로미스와 별개로 예의 아이돌학교 출신 연습생들이 포함된 차기 그룹을 프로듀스48 데뷔조의 활동과 함께 출격시킬 계획까지 있을 수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데뷔 이후의 계획을 확실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데, 배은영이나 장규리 등이 최종 데뷔에 성공할 경우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다. 가령 프로듀스48에 최종 선발된 한국 참가자들이 일본 기획사의 프로모션으로 일본 활동을 많이 하게 된다면 한국에서 본래 소속 그룹과 프로듀스48 데뷔조 활동을 병행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장규리의 경우 프로듀스48 출연 전 프로미스 팬들에게 직접적으로 개인적인 해명을 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던 점, 상암 팬미팅에서 눈물을 보인 점, 윙크 요정 내꺼야 영상에서 엄마를 찾는 모습 등 프로그램 초반 태도나 언행이 마치 본인 의지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시켜서 나온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CJ가 아이돌 기획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Mnet이 자체적으로 연습생을 키우는 것은 별로 신기할 게 없었다. 그런데 프로듀스48 방송이 시작되자 원래 표절과 노동자 인권 문제, 도덕성 문제 등 각종 비판과 논란이 꾸준히 나오며 부실한 소통, 끊임없는 사고로 악명 높은 회사답게 Mnet이 장규리와 스톤 뮤직 연습생들을 자체 제작 연습생이라고 특별 대우해주는 게 아니라 대놓고 악마의 편집을 많이 만드는 용도로 굴리고 있다. 애당초 장규리 등을 이 프로그램에 투입한 것 자체가 노이즈 마케팅으로 어그로를 끌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상황이다.
서바이벌을 끝내고 겨우 데뷔에 성공한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장규리를 비롯해서 아이돌학교 출신 멤버들을 악명높은 프로듀스 시리즈에 곧장 다시 투입시킨 것 자체가 확실히 놀랄만큼 매우 잔인한 일이었다.
한편, 장규리가 F반에 배정되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장규리는 오랜 기간 연습생 트레이닝을 받은 아이돌이 아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안무 습득력 같은 것이 부족할 수도 있으나, 어쨌든 프로미스로 데뷔를 해서 한동안 활동을 한 멤버이며 아이돌학교 파이널 생방송에서 환상 속의 그대 팀의 메인 보컬을 잘 소화해낼 정도로 실력이 있었고 비주얼은 상당히 괜찮은 편인데, 일반인 수준에도 미달하는 실력의 일본 참가자들이 즐비한 오디션에서 이렇게 낮은 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
또다시 서바이벌을 해야 한다는 충격에 멘탈이 나가서 미션을 잘 소화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장규리를 서바이벌에 다시 투입시킨 것만으로도 매우 잔인해 보이는데 단체곡 미션에서 바닥에서 춤을 추게 한 것은 Mnet이 상당히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장규리가 중도 탈락 멤버를 대신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F반에 배정된 것 아닌가 하는 추리를 하기도 했는데, 프로듀스48 1회에서 소개된 내용에 의하면 최초 기획사별 오디션부터 참여한 형태로, 중도 투입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돌학교는 춤과 노래를 보지 않고 아이돌이 되고 싶어하는 어린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기회를 주겠다 라는 컨셉으로 시작했으나 투표로 등락을 결정하면 당연히 실력이 좋은 참가자들이 올라가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전부 조작이었지만 하여간 아이돌학교의 최종 데뷔조는 오랫동안 걸그룹을 준비한 참가자 위주로 선발되었다. 장규리는 아이돌학교 최종 데뷔조 중 유일하게 진짜 일반인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데뷔조의 다른 멤버들은 모두 일정 기간 연습생 생활을 하거나 댄스 학원 등에서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다.
어쨌든 장규리가 최종 데뷔에 성공한 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했다.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아본 적도 없는 일반인에게 서바이벌 오디션의 스트레스는 매우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정식 데뷔했는데 서바이벌에 출연한지 1년도 안된 참가자를 어쩌면 더 혹독한 프로그램일지도 모를 프로듀스48에 다시 출연시킨 것 자체가 매우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규리는 아이돌학교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눈웃음 하나밖에 내세울 게 없는 참가자였지만 아이돌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느 정도 성장했으며 프로미스 데뷔 후 현직 아이돌 활동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았고, 성격, 음색 등 장점이 많아서 어쩌면 최종 데뷔조에 올라올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아 보였다. 만약 정말로 장규리가 최종 멤버가 될 경우 현실적으로 두 그룹을 겸업해서 활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후 장규리는 최종 30인 선발 때까지 생존하며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으나 결국 파이널 생방송을 앞두고 탈락했다.
Mnet에서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초반에 관심을 끄는 용도로 활용하다가 악마의 편집으로 중간에 떨어뜨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한국 참가자들을 거의 프로듀스 101과 아이돌학교 탈락자를 중심으로 꾸리려는 것 같다는 관측도 있었다. 기존 프로듀스 시리즈는 주로 소속사가 있는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각 기획사들과 장기적인 협업이 합의가 어려워서 짧은 프로젝트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는데, 전용 극장 상시 공연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소속사가 없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 탈락자들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탈락자들이 이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하고 여전히 아이돌의 꿈은 간직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는 많으나 결과적으로 많은 숫자의 오디션 프로그램 탈락자들이 프로듀스48에 재도전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는데, 프로듀스48 출연 소식이 기사까지 나왔었던 나띠도 결국 불참했다.
한국 참가자들 중 타 오디션 출신으로는 앞서 소개한 아이돌학교 출신들을 비롯해서 프로듀스 101 출신의 김시현과 박민지, 믹스나인 출신의 나고은 박지은 신수현, K팝스타와 SIXTEEN에 나왔던 이채연 등이 있다.
프로듀스48에 이해인의 불참과 장규리의 참여가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해인이 아이돌학교 최종 순위에서 투표 조작에 의해 탈락하고 그 자리에 장규리가 들어갔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학교 마지막 방송에서 생방송으로 나온 문자 투표 집계를 보면, 최종 11위인 이해인이 받은 문자 투표는 4725표였고, 이는 10화와 11화에서 받은 문자 투표 수의 합산이라고 하기 때문에 마지막 방송 전주에 집계된 2068표를 제하면 생방송에서 2657표를 받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종화 방영일에 디시인사이드 이해인 갤러리에서 투표 인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갤러리에 생방송이 방영되던 시간 안에 올라온 투표 인증 숫자가 3383표가 나왔다.
문자 투표 인증 이벤트 자체가 본인 인증을 해야 하므로 중복이나 조작이 많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해인에게 투표를 한 사람 중 갤러리에 투표 인증을 하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정도의 숫자 차이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였다.
이후 이해인 갤러리에서 의아함을 느끼고 문자 투표 인증을 계속 받았는데 최종 확인된 투표 인증이 5176표였다고 한다.
사실 이해인의 인기를 생각했을 때 5000표 정도의 문자 투표를 받는 것은 매우 당연해 보이며 방송에서 소개된 이해인의 투표 수가 조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겼다. 이해인은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여 인지도를 쌓은 상태에서 아이돌학교에 출연했고 당시에도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가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유명세가 있는 참가자였다.
이후 갤러리에서 조작 의혹을 파헤치다가 온라인 투표수에서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8회와 9회 평가 투표 순위를 비교해보면 2주에 걸쳐 진행된 공연에서 온라인 투표는 1번만 실시했으므로 두 회차의 온라인 선행평가 점수가 같아야 하는데, 다른 멤버들의 점수는 다 그대로인데 유독 데뷔권 언저리의 멤버들에만 점수에 변화가 있으며 이해인의 점수만 내려가고 다른 멤버들의 점수가 올라간 것이 확인되었다.
이것이 단순 오타였을 수도 있으나 평소 프로그램 내내 유독 이해인에게 부정적인 편집이 많았고, 박소명 유지나 장규리 등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는 멤버들(아이돌 연습생이라기보다 일반인에 가까운 소녀들)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편집이 많았기 때문에, 어쩌면 제작진이 조작에 관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주게 되었다.
이해인 갤러리에서는 해당 의혹에 대한 해명과 진실을 밝히고 투표 조작 재발 방지와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다음 아고라에 "Mnet 아이돌학교 프로그램에 유료문자 투표 진실을 요청합니다." 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투표 조작 의혹이 방송사 이미지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일이기 때문에, Mnet이 외부 인사를 포함한 진상 규명 TF를 구성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 이 의혹에 대해 현재까지 전혀 아무런 해명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Mnet에서 꾸준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년24와 아이돌학교에서 연달아 발생한 투표 조작 의혹에 대해 아예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것은 확실히 놀랄 만한 일이다.
이 의혹이 정말 투표 조작 사건이었을 수도 있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정말로 단지 제작진이 일 처리를 엉망으로 해서 집계와 발표에 착오가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Mnet 측에서 전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오히려 조작이 맞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아이돌학교 사태 이후 투표가 개입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공신력있는 제 3의 기관에서 개표에 관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으나, 더 유닛과 믹스나인을 거쳐 프로듀스48까지 이어지는 현재까지 이에 대해서 방송사 차원의 피드백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투표 조작에 대한 의혹 제기가 수그러든 이유는 무엇보다 피해자인 이해인 본인이 이 이슈가 크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듯한 어필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해인은 논란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 듯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어서 확실하지 않은데, 마치 연예계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가 갑자기 아이돌학교 1반이라는 이름으로 Mnet에 출연했기 때문에 스톤 뮤직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었다. 2017 MAMA에서 나띠 배은영 이시안 이해인 조유리가 아이돌학교 1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서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의견이 분분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설명은 없다.
아마도 스톤 뮤직에서 이들을 연습생으로 데리고 있다는 것일 가능성이 높아보이기는 했는데 이해인 등이 스톤 뮤직의 연습생 신분이 맞는지 아닌지도 밝히고 있지 않아서, 나띠와 이해인이 그만둔 것인지 차기 걸그룹을 준비중인 것인지 원래 관련 없는데 그냥 이벤트로 한번 출연했던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이해인이 스톤 뮤직의 팔로우를 취소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연습생을 그만둔 것일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어쩌면 이 바닥의 생리를 생각했을 때 일단 프로듀스48을 통해서 아이돌학교 탈락 멤버들이 어느 정도 이슈가 되면 아이돌학교 1반이 차기 걸그룹으로 나오고 아니면 엎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회사 차원에서 의아할 만큼 아무런 언급이나 언플이 없어서, 아이돌학교 탈락 멤버들이 스톤 뮤직 걸그룹으로 데뷔한다는 계획은 현재로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해인과 나띠가 팬들과의 소통도 전혀 하지 않고 근황 공개도 전혀 없는 것은 당연히 스톤 뮤직이 막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돌학교 종료 이후 빈하늘의 경우에도 팬들에게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는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Mnet이 아이돌학교 탈락 멤버들과 연습생 계약을 맺을 때부터 멤버들에게 뭔가 보안을 강요하는 약관이 있었을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악마의 편집을 할 의도로 참가자들에게 나중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관련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강요하는 것은 상당히 흔한 일인데, 어쩌면 최초에 이들을 연습생으로 받을 때부터 이들의 데뷔에 대한 꿈을 농락하고 오로지 나중에 다른 Mnet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뒤탈 없이 악마의 편집을 맘 놓고 할 멤버를 구하려는 의도만 가지고, 멤버들을 속여서 연습생 계약을 맺은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하여튼 계약을 맺을 당시에는 Mnet에서 이해인에게 아이돌학교 탈락 멤버를 중심으로 스톤 뮤직에서 런칭하는 차기 걸그룹에 투입시켜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하며 포섭을 했던 것일 가능성도 있고, 단지 이해인이 워낙 속이 깊은 사람이라서 이런 논란이 같이 출연했던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팬들이 프로미스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투표 조작과 관련된 의혹을 모른 체하는 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해인은 프로듀스48 관련 언급도 전혀 안하고 있는데, 배은영 조유리 이시안과 함께 스승의 날에 아이돌학교 보컬, 안무 선생님을 찾아가는 등 멤버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있었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프로듀스 류의 프로그램에서 항상 나왔던 공정성 문제에 대한 부분이다. 프로듀스 101 이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작에 특정 기획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공정성에 손상을 준다는 문제가 자주 있었다.
더 유닛 등의 프로그램이 기획되면서 방송사가 아이돌 매니지먼트까지 진출하는 게 미디어 권력의 횡포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그런 시각도 일리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방송사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계속 제작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상생의 길을 찾아 가는 것이 맞기는 하다.
연예 기획사 입장에서는 방송사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들면서, 자체 기획사까지 만들어서 판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프로듀스48에서 결국 SM같은 대형 기획사의 참여는 불발되었으나 이번 프로젝트에도 프로듀스 101과 믹스나인 등에 참여했던 다수의 기획사가 다시 참여하고 있다. 이것이 서로 윈윈하는 결과가 되면 좋겠으나, 이미 더 유닛과 믹스나인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강제 참가 종용 문제가 대두되었던 바 있다.
배경 상황을 확실히 알 수는 없다. 단지 최근 아이돌 산업 자체가 침체기에 있기 때문에 다수의 기획사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상황이 프로듀스48에서 참가자 모집을 확대한 것과 잘 맞아떨어진 것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많은 논란을 안고 시작하는 프로듀스48에 이렇게 많은 기획사가 참여한 것이 어쩌면 방송사와 대기업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기획사의 갑질 앞에 힘없는 중소 기획사들이 굴복한 모습인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스톤 뮤직의 홈페이지를 보면 쇼 미 더 머니에 나왔던 소속사들과 젤리피쉬, MNH, 플레디스, RBW, WM 등이 파트너라고 소개하고 있다. 모든 참가 기획사가 다 파트너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프로듀스48에서 한국 참가자들의 분량이 이들 스톤 뮤직의 파트너 위주로만 많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보였는데, 이것은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면서 매우 노골적으로 현실화되었다.
프로그램에서 모든 참가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현실적으로 한정된 방송 분량을 쪼개서 다수의 참가자들에게 모두 비슷비슷한 분량을 배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분량의 배분이 참가자들의 실력과 매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기획사 출신인가에 따라 달라졌던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다양한 기획사의 연습생들이 참가했는데, 한국 참가자들의 경우는 오로지 몇몇 대형 기획사 연습생들 위주로만 분량이 편성되고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중소 기획사의 연습생이 실력과 매력이 있어도 병풍 역할만 하게 되는 상황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공정성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는 문제가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직접적으로 흙수저를 연상시키는 연습생 신분의 참가자가 노력과 열정으로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정 이입을 느끼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참가자들이 시작 단계부터 어느 기획사 소속인가에 따라 기회의 불평등이 있다는 사실은 현실에 존재하는 계급의 사다리나 취업의 문턱 같은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주요 시청자층인 젊은 흙수저 세대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밖에 없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분량의 차별은 특정 기획사 소속이라고 분량을 많이 받은 것이 아니라 그 참가자가 능력이 있어서 분량을 많이 받은 것이라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불공정한 편집을 교묘하게 해서 잘 속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젊은 시청자층은 갈수록 악마의 편집에 속지 않고 제작진의 머리 위에 있으며, 전작에서도 공정성 문제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바 있다. 즉, 프로듀스 101에서 플레디스와 젤리피쉬, 시즌2에서 CJ E&M의 자회사인 MMO 등 특정 소속사 출신 참가자들에 대해서만 눈에 띄게 편파적인 방송 내용과 분량이 논란이 되었다.
공정성 문제는 YG가 제작한 믹스나인에서 매우 노골적으로 드러났는데, 음반 제작사가 방송 컨텐츠 제작에 참여하면서 자사의 연습생을 노골적으로 띄워주려는 시도는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매우 큰 반감을 줄 수 밖에 없었다.
믹스나인의 실패에 대해서는 대부분 양현석 대표의 막말 논란과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없었던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방송 분량과 경연 결과가 상당히 불공정했다는 점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프로듀스48의 가장 큰 스폰서는 AKB48 그룹 자체이고 방송 이전부터 프로그램에서 일본 참가자 띄워주기가 노골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보였다. 우려했던 대로 일본인 참가자 띄워주기가 너무 노골적이었고, 한국 멤버들을 싸잡아 악마의 편집을 하는 등 한국인 연습생들은 결국 병풍 포지션이나 수행하게 되는 상황이 방송 초반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후 방송 내용을 보면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일본 멤버들의 분량이 확 줄어들었다. 아마도 초반에 일본 참가자들을 많이 밀어준 것은 최종 데뷔조에 한일 멤버들이 적당한 숫자의 비율로 들어가게 하려는 의도가 있어서, 방송 초반에 일본 멤버들 위주로 많이 탈락할 가능성을 의식해서 이루어진 일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팬들을 확보해야 하는 방송 초반부터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많이 제기된 것은 상당히 치명적이었고, 시청자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해서 프로그램의 인기가 확장되는데 상당히 악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제작진은 한일 참가자 사이의 균형을 언제나처럼 분량 배분의 조절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한국 연습생들은 실력과 매력에 의해 구분이 되는게 아니라 어느 기획사 소속인가에 따라 분량 배분이 정해지며 결과적으로 인기 없는 멤버들이 분량빨로 높은 순위를 부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자 프로그램의 불공정한 모습에 비판적인 팬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분량 차별이 덜 했던 일본인 멤버 위주로 인기가 올라가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제작진은 어쨌든 한일 양국의 멤버들이 골고루 인기를 얻게 되는 상황을 원했을텐데, 일본 멤버들이 다 떨어져버려서 한일 합작이 무의미해지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좋지만, 오히려 한국 멤버들만 잔뜩 떨어져버릴 상황이 생기는 것도 문제였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방송 초반부터 꾸준히 밀어주던 멤버들에게 이들이 아무리 반응이 없어도 꾸준히 밀어줘야만 하는 어떠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차 순위 발표에서 중위권에 있었던 일본 참가자들이 제작진이 대놓고 밀어주는 멤버들의 인기를 위협할 상황이 되자 6회에서 갑자기 일본인 멤버들을 통편집했는데, 이때를 계기로 팬들의 불만이 폭발했으며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갑자기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특정 멤버들을 밀어주는 것은 항상 있었던 일이다. 오디션에 나온 사람치고 절실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방송에서 밀어주는 위치에서는 실력이 모자라더라도 비주얼이든 스토리든 뭔가 어필할 만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방송에서 밀어주는 참가자들이 이렇게까지 다들 안티만 늘어나고 팬들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그동안 그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없었던 현상이라고 본다.
어쨌든 높은 순위에 있다는 것은 인기가 높다는 의미가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프로듀스48이 기대보다 많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한 상황이고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한국 연습생들의 모습이 방송에 많이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라이트팬들 입장에서는 최애 멤버로 생각할만한 연습생들을 몇명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12인이나 되는 참가자들을 투표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냥 방송에 많이 나온 멤버들을 많이 투표해주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고, 픽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상위권에 있던 참가자들 중 순위 폭락을 할만한 멤버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결국 8회 방송 이후 2픽으로 변한 투표에서 예상 이상으로 극적인 순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방송 전 한국 연습생들이 일본 아이돌을 압도하는 실력과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자 주로 일본인 멤버들이 더 많이 이슈가 되며, 프로그램에서 밀어주는 연습생들이 기대보다 많은 인기를 모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방송 제작의 중심이 된 몇몇 기획사 멤버들만을 띄워주겠다는 욕심이 이전 시즌에 비해서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영 아니다 싶은 멤버들은 다소 분량을 줄이고 대중의 반응을 얻는 멤버들의 비중을 올려주며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줬어야 했는데, 프로그램 중반으로 가며 김시현과 조가현의 분량을 줄이는 등 아예 전혀 융통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일본 참가자라는 변수 때문에 중소 기획사의 인기 멤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너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프로듀스48에 참가한 많은 소녀들을 응원하고 있지만, 만약 최종 데뷔조가 한국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끄는 현상이 생기더라도 AKB48이 일본 아이돌 제작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 같은 현상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AKB48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전체주의적인 성향과 잘 맞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국민성이 정반대로 다른 만큼 일본식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거부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AKB48의 공연 관객의 95%는 남성이라고 한다. 한국에서의 일본 오타쿠 관련 문화에 대한 편견을 생각했을 때, 한국에서는 구매력이 있는 성인 남성이 아이돌과 악수 한번 하기 위해 시간과 금전을 많이 쓰는 현상이 일본의 경우처럼 대규모로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프로듀스48의 성공 여부에 있어서 한국 측의 관건은 일본에 대한 거부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 충분한 연구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혹시 2년전 프로듀스 101이 처음 나올 때부터 한일 합작의 계획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워낙 별다른 조짐 없이 갑자기 생뚱맞게 등장했기 때문에, 한일 합작이라는 계획이 생긴 것은 일본 측의 투자 제의에 의해 갑자기 이루어진 것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아마도 지금 시점에서 아키모토와 협업이 기획된 것은 최근 일본에서 AKB48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일본 쪽에서도 뭔가 변화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서로의 이익 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 것일 것이다.
프로듀스 101 시작 단계에서는 단지 일본 아이돌을 적당히 표절한 프로그램을 대충 만들어 본 것 정도로 여겨졌는데, 관련 프로젝트의 일관성을 보면 어쩌면 CJ E&M에서 처음부터 언젠가는 AKB48의 한국판을 만들어낼 계획으로 일본식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씩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관련 기획을 준비했던 것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어쨌든 프로듀스 시리즈는 CJ E&M에서 만들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관여한 만큼 믹스나인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진행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컨셉과 각종 계획, 최종 목표에 대해서 충분히 연구하고 검토한 뒤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대기업답게 프로그램의 최종적인 목적은 문화 부흥, 실직 상태에 있는 장기 연습생 구제 같은 공익적인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효율적인 이윤 창출 뿐일 가능성이 높다.
여러 이유로 프로듀스48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화제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고 사실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준비했다는 느낌은 주고 있다.
근본적으로 최근의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침체기에 있기 때문에,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서 만들어내려고 하는 목표는 일본식의 시스템을 도입해서 아이돌 그룹의 제작 방식과 이윤 창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 원대한 계획의 끝이 일본에서도 상당히 욕을 먹고 있는 AKB48 식의 시스템이라는 것은 여러모로 상당히 실망스럽다.
오디션에 참여한 참가자들 중 절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프로듀스 101 때부터 지켜보던 시청자들 대부분에게, 꿈을 위해 어려운 길을 가는 소녀들을 응원하는 마음은 그대로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도 프로듀스48에 참가한 많은 소녀들을 응원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전망을 많이 서술한 이유는 비록 한일 합작이라는 변수가 생겼어도 일단 프로듀스 시리즈의 제작진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기존 프로듀스 시리즈와 똑같이 많은 논란을 만들며 프로그램이 진행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된 후 분량 배분의 차별과 특정 기획사 밀어주기는 예상보다 더 노골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참가자들에 대한 애정이나 감정 이입이 전혀 없이 간절한 소녀들을 소모품 취급하며 함부로 악마의 편집을 시도하는 모습도 여전했으나, 일본 측 반응을 의식해서인지 이전 시즌에 비해서는 덜 잔인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 참가자를 가지고 악마의 편집을 시도한 경우는 전적으로 일본 내 총선거에서 낮은 순위의 참가자인 경우에만 이루어지고 있다.
방송이 진행되며 일부 참가자들은 의미있는 규모의 팬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일 참가자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친목을 도모하며 다들 열심히 각종 미션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제작진은 참가자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참가자들의 능력은 평가 절하하면서도 무조건 한국인보다 일본인 위주로 분량을 편성하는가 하면 연습생의 능력과 상관없이 위에화와 스타쉽 등 특정 기획사 소속이기만 하면 무조건 밀어주는 편집을 계속하다 보니 계속해서 어설픈 편집과 납득하기 힘든 방송 내용이 나오며, 어그로를 끌어서 화제성은 높은 반면 프로그램의 호감도는 갈수록 떨어지기만 했고, 방송 내용에 거부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특정 참가자의 안티가 되어버리는 모습이 많이 나왔다.
한일 양국의 문화 교류라는 역사적인 의미까지 있는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만큼 프로듀스48의 제작진이 시청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시청자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개선하려는 시늉이라도 하는 노력이 있었다면 뭔가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마지막까지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취지보다는 오로지 화제성만 생각한 어그로를 끌겠다는 컨셉만 계속된 것은 상당히 안타까웠다.
프로듀스48 제작진이 이미 효과가 없다고 많이 입증된 악마의 편집에 너무 많이 집착하지 말고 불공정한 편집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더 떨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서, 프로그램을 공정하게 진행하여 한일 양국의 소녀들이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어서 최종적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했었다.
이후 최종화까지 진행된 프로듀스48은 사실 멤버만 좀 달라졌다 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부당한 분량 배분과 불공정한 룰, 시청자를 기만하는 편집과 편성을 반복하는 등 프로그램의 모든 구성이 이전 시즌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형태로 계속되었는데, 한일 팬덤의 갈등과 서로에 대한 비난이 극에 달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논란과 상처를 남긴 프로그램으로 기억되었으나 그래도 일부 멤버들은 유의미한 규모의 팬덤을 만들어 냈으며, 한일 양국의 연습생들이 나이와 국적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많이 부각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