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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Nov 13. 2019

적폐청산이 한일전이다. - ⑦

국민이 하라는 수사는 안 하는 검찰


2019년 11월 6일 대검찰철은 세월호 참사 관련 수사 의뢰 사건 등 수사를 위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를 원점부터 재구성할 방침이며, 수사 축소 압력, 부실 대응 및 구조 지연 등을 재조사할 계획이다. 수사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의 특별수사 축소를 주장해왔으나 검찰이 특별수사팀으로 세월호 재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에는 별수없이 환영 의사를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 의혹에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인데, 우병우의 측근 인물로 대표적인 정치검사인 임관혁 안산지청장을 단장으로 내세워 특별수사단을 구성한 것은 논란이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반드시 재수사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왜 정치검사를 앞세워서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시도하는가? 이것은 특검을 해야 할 사안이다.


정말로 윤석열 검찰총장은 하라는 패스트트랙 수사, 고위공직자 자녀 학사 비리 수사, 계엄령 문건 수사는 안 하고, 국민의 관심을 돌리겠다는 의도로 세월호를 꺼낸 것이며 세월호 재수사의 결론을 안 내리고 질질 끌다가 총선 결과에 따라서 수사의 결론을 내려는 것일까?




세월호 참사는 탐욕과 무능으로 인한 인재였다.

세월호 백서는 대체로 정부의 진상규명 방해 활동이 너무 심해서 진실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정황으로 보아 정말 누가 일부러 사고를 냈을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노후된 선박의 부적절한 개조와 무리한 과적, 최악의 날씨와 맹골수로의 조류, 선장 및 선원들의 부적절한 대응, 구조작업에 임했던 당국의 무능이 겹치며 참사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사고 직후 관계당국은 그 큰 배가 그렇게 빨리 가라앉을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큰 배가 뒤집혀 침몰할 때 소용돌이가 발생하여 휩쓸려 들어갈 것이 예상되므로 승객들에게 빨리 배 밖으로 탈출하라고 지시하고 최대한 인원을 수습해서 멀리 이동시켰어야 했다. 

헬기와 선박 등의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는 한 적극적으로 다 동원했어야 했으며, 최초에 배에 접근한 해경은 세월호의 유리창을 깨고 학생들에게 탈출을 지시했어야 했다.



배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가라앉은 이유는 평형수를 부족하게 싣고 화물을 과적했을 뿐 아니라 배에 다수의 차량 등 화물을 실으려면 기둥에 단단히 묶어놨어야 했는데 사실상 천막만 쳐놓고 대충 묶어놓은 형태였기 때문에 배가 기울자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서 빨리 뒤집어진 것이다.


선장 및 선원들이 학생들에게 빨리 대피하라고 지시하지 않고 먼저 탈출한 이유는 이들은 세월호가 대단히 빨리 침몰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사람들이 우르르 다 대피하러 나가면 배가 더 빨리 뒤집혀서 다 같이 죽을까 봐 가만히 있으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확실히 사람들이 죽을 것을 알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자인 선장에게는 살인죄가 인정되어 무기징역이 확정되었으며, 청해진 해운 대표이사와 항해사, 기관사, 조타수 등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서 12년 사이의 처벌을 받았다.


해양 교통사고에 불과하지만 대응이 미비했다는 것이 가장 문제였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데, 문제는 정부 책임에 대한 처벌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 사건으로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 사건 당시 가장 먼저 도착한 123 경비정의 김경일 정장이 처벌을 받았으나 대한민국 정부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서 책임을 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건 당시 해경 123정은 사고 현장에 도착한 후 고무보트 하나를 하강시켜 세월호에 근접시켜, 제일 먼저 탈출하려고 팬티만 입고 기다리고 있던 선장을 비롯 기관실 선원들과 조타실 선원들을 차례로 구조한 뒤 추가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해경은 세월호 안에 있는 승객들의 상황을 살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123정 승조원 13명 중 한 명도 세월호 선내에 진입하여 상황 파악을 하지 않았으며, 이미 구조한 선원들에게 배 안 상황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


해경에게는 선내 상황 확인과 탈출 유도가 기본적인 임무였으나 이들은 선장과 선원들을 우선 구조한 뒤 멀찍이 떨어진 상태에서 자력으로 탈출해 접근하는 사람들을 고무보트를 이용해 구조하는 것밖에 하지 않았다.

어쩌면 선장 및 선원들이 자기들만 살겠다고 먼저 탈출을 시도한 것처럼 해경들도 적극적인 구조에 임하다가 같이 죽을까 봐 몸을 사린 것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그보다는 당시 해경이 사고 대처에 대한 매뉴얼이 전혀 숙지되어 있지 않아 다들 기본적인 임무조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은 세월호 승객들에게 탈출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상황을 조작하고, 세월호 선내에 대원들이 진입하지 않았는데도 진입한 것으로 항적일지 등의 문서를 조작한 사실이 재판에서 밝혀졌으며,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징역 3년을 받았다.


뉴스타파 등에서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김경일 정장에게 세월호 거짓 퇴선방송 기자회견을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생존 학생들은 해경이 선내로 들어오지 않았고 모두 배 밖에서 쳐다보고 있기만 했으며 배 안 상황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해경이 최초 도착했을 당시는 아직 배에 물이 차지 않았고 모두 살아있는 상태였다. 이 시점에서 사람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기만 했으면 주변에 유조선 등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구조될 수 있었다.



해양경찰청이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서 재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는 정황이 많다. 이 상황에서 지시를 내리지 않은 윗선에 대한 문책이 전혀 없이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경비정 정장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물은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해양수산부를 폐지하고 여객선의 선령 제한 관련 규제를 철폐한 이명박 대통령이며,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은 안전행정부를 이원화하여 재난 전문가들은 소방방재청으로, 비전문가인 관료들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보내 전문성이 없는 관료들에게 현장 지휘를 맡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언론에서는 참사의 원인과 정부의 책임을 비판하는 기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동안 유병언과 관계된 많은 추측성 보도와 가짜 뉴스를 살포하며 국민의 관심을 끌다가 나중에는 어째서인지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기사를 주로 내보냈으며, 세월호 유가족이 단원고생 대입 특례를 요구했다는 등 세월호 특별법과 유가족에 대한 왜곡 보도를 계속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언론에 압박을 가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으며,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해경 123정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광주지검장을 불러 야단을 쳤다고 한다.


당시 황 장관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이 사건과 정부 책임의 연결고리인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을 하지 못하도록 법무부의 김주현 검찰국장, 이선욱 형사기획과장 등을 통해 대검과 광주지검을 압박했다.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도 김진모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통해 광주지검에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배재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병우는 세월호 수사팀장에게 전화해 해경 서버 수색을 지연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후 황 장관은 변찬우 광주지검장, 윤대진 형사 2부장, 조은석 형사부장 등 세월호 수사 당시 비협조적이었던 인사들을 모두 좌천시키는 인사 보복을 감행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았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수사팀의 해경 기소를 막으려 했었고,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방해했던 핵심 인물이다.




정치검사 임관혁과 윤석열의 목표

세월호 재수사 특별수사단의 단장 임관혁은 한명숙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장본인이며, 2015년 수천억대 국고 손실을 일으킨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며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임 단장은 참여연대가 지난 2017년 발간한 <박근혜 정부 4년 검찰 보고서 종합판 : 빼앗긴 정의, 침몰한 검찰>편에서 정윤회 문건 수사 관련, 검찰권을 오남용한 최악의 수사 사례에 이름을 올렸다. 정윤회 문건 수사는 하라는 문건 수사는 안 하고 정윤회 문건은 무조건 허위로 결론 내린 상태에서 문건 유출건만 수사해서 덮어버린 전형적인 정치 수사였다. 


무엇보다 우려가 되는 것은 중앙일보 등에서 세월호 특별수사단 수사라인에 대하여 인선을 보니 검찰총장의 남다른 수사의지가 엿보인다며 극찬을 한 사실이다.



임 단장은 본인이 우병우 라인이라는 것은 근거가 없으며 단순히 우 전 수석과 함께 근무한 사이일 뿐이다. 공직자는 자기 업무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지 수사 외적인 부분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라며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에는 우병우 전 수석도 재수사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임관혁이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정치검사임에도 발탁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아마도 윤석열 총장 입장에서는 윤 총장이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들을 사람이라 생각해서 발탁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정말로 정치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공정하게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이라면 정치검사를 발탁할 이유가 없고, 뭔가 윤 총장이 원하는 부분만 처리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친이명박 출신인 윤석열은 같은 친이인 나경원에게는 확실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 태생적으로 친박근혜 쪽인 황교안과는 사이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에서 책임을 회피한 인물들은 모두 친박이기 때문에 윤 총장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은 망설일 이유가 없다. 윤 총장은 조국 수사 정국에서 본인에게 쏟아진 비난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뭔가 칼춤을 한 번 춰줘야 되겠다 생각하고 있지만 패스트트랙으로 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돼서 미루고 있는 모양이다. 


애당초 윤 총장은 황교안과 개인적인 원한이 있다. 황교안이 법무부 장관일 당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외압 폭로 후 황 전 장관에게 꾸준히 정치 보복을 받으며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세월호 재수사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도 있으나 결국 수사 자체가 흐지부지 되었던 황교안 전 장관의 세월호 수사 축소 외압 의혹에 집중하여, 사실상 본인이 지휘하는 특별수사를 통해 황교안을 혼내주겠다는 의도가 클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어렵게 다시 시작한 세월호 재수사가 이번만큼은 그래도 의미 있는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


세월호 재수사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은 크게 3가지가 있다.


1. 이명박 정부에서 안전을 무시한 규체 철폐 조치로 오래된 배를 개조해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내주고 사고 원인을 제공한 것


2. 박근혜 정부가 무능해서 대참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피해를 키운 것


3. 정부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진상규명을 방해한 것


최근 세월호 재수사 얘기가 다시 나오게 된 원인 중 하나인 위독한 학생을 배로 옮기고 해경청장은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고 한심한 사건이지만 이 일 때문에 갑자기 재수사를 결정하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과, 이전 수사에서 단죄하지 못한 정부 외압과 진상 규명 방해 의혹이다.



청해진 해운이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해 안전불감증이 있는 한국인답게 화물과 여객을 무작정 많이 실어 무리한 운행을 한 것은 그 자체가 심각한 범죄 행위지만, 기업이 이익을 내려고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래 이런 과정에서 부적절한 결과가 나오지 않게 규정에 따라 검사를 잘했어야 했는데 당국이 부실 검사를 했다는 점, 이것이 단순 부실 행정이었는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수사해야 하며, 국정원의 세월호 운영 개입 의혹도 재조사해야 한다. 세월호가 수송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용 철근과 관련한 정부의 압박이 있었는가도 수사해야 한다.


최초에 왜 전원 구조 오보가 나왔는지부터 시작해서 참사 이후 있었던 모든 사안에 대하여 철저한 재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근혜가 7시간 동안 지시를 내리지 않고 틀어박혀 있었던 사안에 대하여 탄핵 사유에서 무능은 죄가 아니라며 면죄부를 줬던 바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제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윤석열 총장은 정치검사인가?

윤석열 총장은 확실한 이명박 라인이고 원래 정치검사였지만 대중은 윤 총장이 강직한 검사이며 검찰 개혁을 잘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응원을 보냈었는데, 윤 총장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박용수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으로 발령났을 때부터였다.


당시 특검은 국민적 기대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수사에 임했으며, 결과적으로 박근혜와 최순실을 법정구속하는데 성공하여 대중은 찬사를 보냈지만 사실은 박용수 특검의 수사도 상당히 부실수사, 축소수사였다고 생각한다.


특검이 진실을 규명하는데 소극적이었다기보다 검찰의 성향이 원래 워낙 보수적이다 보니 이 사안의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것 자체가 나라 망신이다 싶어서 사소한 일은 대충 덮고 가자는 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령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고산병 치료 명목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비아그라와 팔팔정 등을 구입했다는 의혹에 대하여 특검은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에서 태반·마늘·백옥 등 주사제와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국소마취제이지만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쓰이는 리도카인염산염수화물 등을 국민의 세금으로 대량 구입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국민의 명령으로 박근혜 정부의 범죄를 수사하던 특검은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인 사안에 대하여 엄정하게 수사했어야 했고, 최순실 일당이 비아그라 등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당연히 확실히 밝혀냈어야 했다. 


특검은 비선 실세 의혹이 생기기 시작하게 만든 장본인이며 박근혜 정부 초기 밤의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는 정윤회에 대한 수사를 전혀 안 했으며, 최순실은 행동대장 역할이며 진짜 실세는 박근혜의 동기 동창인 최순득이다. 최순득이 최태민 집안 재산 은닉의 핵심 인물이다 라는 루머가 많았으나 최순실의 언니인 최순득에 대한 수사도 전혀 하지 않았다. 


특검은 비선 실세가 박근혜를 허수아비로 세우고 대통령 노릇을 하며 저지른 온갖 범죄들에 대하여 그냥 다 무시하고 오로지 뇌물죄의 입증에만 수사의 역량을 집중했다. 특검은 박근혜와 최순실을 감옥에 보낸다는 게 원래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당장 삼성의 뇌물죄 의혹을 밝히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변명했으나, 애당초 특검은 범죄 사실을 밝히기보다 당장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을 정리하는데 집중했으며 사안마다 최대한 수사를 축소하려고 노력했다. 처음부터 수사 대상 중 일부만 수사했다고 밝혔는데 특검 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흐지부지되며 나머지 수사는 아예 얼렁뚱땅 넘어가버렸고, 결과적으로 최순실 일당의 많은 범죄 의혹들이 별다른 해명도 없이 그냥 묻혀버렸다.



최순실이 박근혜 정부 말기에 사실상 대통령 노릇을 한 것이 사실이래도 절대로 혼자 한 것이 아닌데 수사 시작단계에서부터 사건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혐의를 최순실에게 다 몰아줬고, 수사가 더 쉽다는 핑계로 오로지 삼성만 수사하며 최순실 일당에게 뇌물을 바친 나머지 수많은 기업들에 대하여 아예 수사 시도 자체를 안 했다. 여론이 안 좋자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한 수사를 추가했으나 결국 이재용과 신동빈 두 사람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특검은 꾸준히 축소수사를 시도하며 계속해서 언론에서 먼저 거듭 폭로한 부분만 마지못해 수사했는데도 워낙 금액과 문제가 많아서 박근혜와 최순실이 중형을 받은 것이다. 어쩌면 특검이 박근혜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적지 않았는데 국민여론이 워낙 거세니 그나마 조금이라도 정의가 세워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명박을 수사한 것도 수사 범위를 축소하려고 나름 많이 노력했으나 이명박이 워낙 지저분하게 많은 범죄를 저질렀고 삼성의 뇌물 액수가 너무 크다 보니 법정구속이 된 것이다. 


윤석열이 박용수 특검에서 한 일은 오로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뿐이었으며, 삼성의 뇌물 혐의가 너무나 명백하여 결국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확실하게 수사를 마무리지었다고 볼 수 없었다.



이는 검찰보다는 판사의 잘못이지만 이재용은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는데, 뇌물 액수를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판결이다. 황당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려면 이 부회장이 국가 경제에 중요한 기업을 이끌고 있어서 구속이 국가에 손해라거나, 박근혜 정부의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낸 것이 명백해 보여 참작해야 한다거나 이런 설명이 들어가야 정상인데, 재판부의 판결문 자체는 엄중하게 이 부회장의 여러 잘못을 지적하고 있으나 판결문 끝에 선고는 생뚱맞게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을 구형하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고, 정유라가 삼성이 사준 말을 스스로 소유한 것이 명백한데도 대여해준 것으로 보는 등 뇌물의 액수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전적으로 피의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판결은 사건과 연루된 다른 사건의 재판 결과들과도 많이 충돌하며, 결국 박근혜의 잘못이 더 크니까 이재용의 잘못은 적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지만 정작 박근혜의 재판에는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도 않았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최태민 일가가 박근혜를 내세워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며, 최순실 등이 박근혜 대신 대통령 노릇을 하며 여러 재벌들을 협박해서 뇌물을 받고 나랏돈을 빼돌린 사건이다. 특검의 적극적인 수사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최태민 일가에 대한 자금 추적이 늦어졌고 최순실 일당이 해외에 비자금을 은폐할 시간을 벌어줬으며, 사법부는 벌금 집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들의 재산을 동결하는 조치도 빨리 취하지 않았다.


윤석열 총장은 최순실의 재산 은닉 의혹에 대한 질문에, 굉장히 많은 재산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 라고 남 얘기하듯 언급하며 검찰이 최순실과 관련한 재산에 대해 보전 청구를 해뒀기 때문에 이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가 사유재산에 대한 정보 보호가 미국에 비해 강해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그것이 어려운 점이다 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사 지시를 꾸준히 무시한 검찰

자유한국당과 친일 언론은 대통령이 직접 수사 지시를 내리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자주 하는 편인데,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이며, 국군을 비롯 검찰과 경찰 등에게 직접적으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수사 지시는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1일 세월호 참사 재수사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 요구였으며, 같은 해 5월 17일 돈봉투 만찬 사건과 관련 이영렬 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이후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지시, 박찬주 육군대장에 대한 수사 지시,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지시, 대한항공 해외 은닉재산 조사 지시,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수사 지시, 사법농단 의혹 수사 지시, 법무부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한 사건들과 버닝썬 사건 등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지시하고, 최근 검찰 개혁에 대한 지시까지 다양한 직접 지시를 내렸으나 이중에 검찰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들어 제대로 된 수사를 한 사안은 정말 하나도 없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2기 특별수사본부는 황교안 등 핵심 당사자를 전혀 조사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했으며, 사법농단 수사는 국정농단보다도 더 부실수사였다.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 등을 철저히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에도 불구하고 과거사위원회가 검찰의 수사 방해에 의해 결국 수사 권고도 내리지 못하거나 수사 권고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시하는 것으로 다 결론이 내려져 버렸다. 이들 사건들은 범죄자들이 빠져나간 것도 문제지만 부실수사 자체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장자연 리스트 관련자들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갔고 김학의 사건은 특별수사가 이루어지고도 황교안과 곽상도 등 민감한 인물들은 아예 수사를 안 해버린 부실수사로 끝났다. 승리에 대한 불구속 기소로 대충 수사를 마무리한 버닝썬 사건은 말할 것도 없다.


안태근은 동료 검사의 성추행 고발 후 인사 보복 행위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법정구속되었으나, 돈봉투 만찬 사건 관련 감찰로 안태근과 이영렬이 면직된 후 두 사람 다 면직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여 이영렬은 2019년 초 검사로 복직한 뒤 곧장 사직하여 법무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20년 1월 9일에는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안태근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으며, 안 전 국장은 이날 오후 대법원 직권으로 보석결정을 받아 곧장 석방되었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우병우에 대한 불구속 기소 절차를 마무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안 전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후배 검사들에게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며 70만 원에서 100만 원의 돈을, 이 전 지검장은 검찰국에서 잘 도와줘서 수사가 잘 됐다며 검찰국 소속 검사들에게 각각 100만원씩을 건냈다. 



이 사건은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 1호가 되었으나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은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분된다. 돈봉투 만찬 사건에서 공소 사실은 식사대가 각각 9만 5천 원 상당이며 100만 원이 든 봉투를 받았으니 109만 5천 원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것인데, 1심 재판부는 식사와 돈봉투를 각각 나누어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했다. 이 사실이 너무 황당하기 때문에 검찰은 항소했으나 항소법원은 식사와 돈봉투를 나누어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 것은 잘못이지만 음식과 현금 모두 위로와 격려의 목적이므로 청탁금지법의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특수활동비를 관례라며 격려비로 뿌린 것도 문제지만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에게 돈을 줬다는 점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특검팀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하여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후 특검 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종료되어 검찰 특별수사팀에 수사자료를 이관했다. 검찰은 우병우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가 기각되었는데, 영장이 기각되자마자 불구속 기소를 하며 개인비리 혐의는 모두 무혐의로 결론지어 버렸다. 


특별수사본부는 우병우 사건과 관련 안태근 검찰국장 등을 수사했던 사람들인데, 안태근 쪽에서 김주현 검찰국장 등 자신을 수사했던 쪽 사람들에게 돈봉투를 뿌렸다는 점, 이영렬 지검장의 경우는 본인의 인사담당자에게 돈을 줬다는 점이 문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사 지시는 모두 국민이 원하는 수사를 국민을 대표해서 지시하고 있으나 검찰은 꾸준히 대통령의 지시에 배 째라는 자세로 임하여 대부분의 수사가 흐지부지 끝난 상황이며 사법부 적폐 세력은 여전히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고 있다.




세월호 재수사 및 각종 산적한 수사 과제에 대한 전망

어쨌든 조국 정국이 끝나자마자 곧장 검찰이 특별수사에 돌입하겠다고 나온 상황인데 이 수사가 또 그냥 흐지부지 끝난다면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검찰 입장에서도 매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 세월호 재수사 계획은 세월호 참사 관련 책임자들에게 확실히 책임을 덮어주기 위해 수사하려는 계획까지는 아닐 것으로 보였다.


11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앞으로 채용 비리 수사와 입시 비리 수사에 보다 철저하게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침 11월 8일 검찰은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고발 54일 만에 드디어 고발인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 의혹 관련 조사를 비롯해서 윤석열 총장이 한겨레 기자를 고소한 사건,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수사 등에는 쏜살같이 수사에 임하고 특수부 배당, 참고인 조사가 착착 이루어진 반면 나 의원의 경우는 아들과 딸의 입시 비리 의혹 및 딸의 성적 특혜 의혹, 아들의 불법 해외 유학 의혹, 스페셜올림픽 관련 각종 특혜 의혹, 사학 비리 의혹 등으로 수차례 고발되었으나 꾸준한 증언과 폭로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아예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나 의원을 비호하고 있었다.


조국 전 장관의 입시 비리 의혹은 평교수 시절의 일인데 반부패수사부 검찰 특수부 팀을 총동원한 반면 나 의원 건은 다선 국회의원에 서울시장 후보였던 시절 일인데 형사부에 배당한 것이 상당히 비교되기는 한다.



윤 총장이 나 의원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실무자들이 윤 총장이 나 의원과 가깝기 때문에 건드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겁을 내서 과잉충성을 하고 있다가 윤 총장 입에서 입시 비리는 모두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언급이 나온 다음에야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윤석열 총장을 교체하는 그런 사건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막아야 한다 라고 주장했고, 10월 1일에는 여권 내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경질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며 토사구팽이라고 비난했다. 별장 접대 보도가 나오자 윤석열 흠집 내기 물타기 공작이라며 비판하는 등 꾸준히 뭔가 어필하고 있으나 사실 윤 총장 입장에서는 나 의원을 봐줄 이유가 전혀 없다.


홍준표 전 대표는 윤 총장이 패스트트랙 수사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나경원이 윤석열과 사적으로 친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 취임 이후 확실히 정치검찰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윤석열 총장이야말로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정치권에게도 검찰에게도 가장 무서운 것은 국민여론이다.


조국 정국을 통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검찰이 특정 세력만 표적 수사하는 게 아니라 좌우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같은 기준으로 똑같이 수사한다는 원칙을 보여줘야만 한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인데, 이 수사 결과에 따라 현직 의원들의 차기 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총선이 불과 반년도 안 남은 현재 가장 급한 수사가 아닐 수 없다.


윤 총장과 정치검찰이 수사를 질질 끌면서 정권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언젠가 다시 검찰이 떡값을 받고 유흥 접대를 받는 것이 더 쉬워지는 대통령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국민여론이 적대적으로 돌아선 것에 매우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미 쫄아있기 때문에 선거가 가까운데 검찰이 나서는 것 자체에 정치 개입 논란이 생기는 것을 더욱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뿐이다.


윤 총장 입장에서는 다만 현직 의원들을 수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이 되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겠지만 법대로만 하면 된다. 설령 윤 총장이 적극적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호해주고 나중에 설마 자유한국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자유한국당 계열에서는 원래 한 번 배신자는 영원한 배신자라고 윤 총장을 찬밥 취급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윤 총장이 자유한국당 봐주기를 해서 얻을 이익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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