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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Nov 20. 2019

MBC 특별기획 2019 국민과의 대화

대통령님, 지금은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11월 19일 MBC는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출발에 맞춰 국민과 대통령이 소통하고 지혜를 나누는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며, 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어떤 질문도 할 수 있다. 국민 패널 선정은 물론 질문까지 청와대가 전혀 개입하지 않은 행사다 라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방송 후 뉴스공장에 출연해 보통 사전 각본을 어쩔 수 없이 만드는데 수많은 언론이 다 짜고 친다며 여러 의혹을 제공한다. 그럴 바에야 아무것도 안 하고 해 보자고 했는데 대통령이 승낙해주셨다 라고 전했다.


국민과의 소통은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도 국민대표들을 모아 놓고 비슷한 행사를 몇 번씩 했던 바 있으나 사전에 정해놓은 부분이 전혀 없이 각본 없는 국민과의 대화는 사상 최초라고 한다.



국민과의 대화가 어떻게 끝나건 친일 야당과 친일 언론에서는 무조건 현실은 엄중한데 대통령은 한가한 TV 홍보쇼를 한다며 맹비난할 것이 뻔했다. 애당초 국정 운영의 방향 전환이라던가 크게 이슈를 선점할 만한 새로운 정책 선언의 자리 같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린다거나 친일 야당과 적폐 세력의 방해로 갈수록 어려운 국정 운영에 뭔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 같은 이익이 될 만한 부분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고, 혹시나 생방송에서 말실수라도 한다면 친일 야당과 친일 언론의 엄청난 공격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국민과의 대화는 잘해야 본전, 밑지면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는 모험이었다.


국민과의 대화 행사 자체가 상당히 갑작스럽게 진행되었고, 이런 갑작스러운 행보는 평소의 냉정한 문재인의 모습이 아니라, 뭔가 노무현의 향기가 상당히 많이 느껴지는 결단이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도 여러모로 최근의 상황에 매우 답답함을 느껴왔던 것이고 어쩌면 대통령 본인도 국민들에게 하소연하고 싶었던 것이 있던 것 아니었을까?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인 탁현민 씨는 방송을 앞두고 현정부가 소통을 잘하고 있고 대통령의 생각을 언제든 국민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굳이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과연 300명의 표본집단이 전체 국민을 대표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라며 내가 청와대에 있었다면 국민과의 대화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각종 친일 언론에서 탁 씨의 발언을 왜곡하며 탁 씨가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재를 뿌렸다고 보도하자 탁 씨는 무작위로 질문자를 선정하면 질문 수준에 문제가 있을 것이고 대상자를 직접 고르면 짜고 했다고 공격할 것이 자명한데 본인에게 국민과의 대화를 연출하라 했으면 막막했을 것이다 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1만 6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참가 신청을 했으나 그중 300명을 선발한 기준은 일단 각종 질문들을 빅데이터로 정리해서 많이 나온 질문들 위주로 선정하고 대한민국의 성비와 연령 등을 고려해서 뽑았다고 한다. 


막상 나온 사람들을 보면 절대로 임의로 뽑은 건 아닌 듯한데, 보컬 그룹 더크로스 출신으로 오토바이 사고 후 스타킹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중증 장애인 김혁건 씨를 비롯 스쿨존 교통사고 피해 가족과 독도 헬기 추락 사건 유가족 등을 선발한 것은 MBC에서 다분히 시청률을 의식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참가 신청자들의 사연과 질문지를 보고 선발하는 것만으로는 걸러내기 힘든 일베 종자가 생방송에서 난동을 부릴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이날 행사에 몰래 잠입한 또라이가 하나 나와서 욕설이나 부적절한 질문을 하거나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척 다가와서 해코지를 한다거나 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게 아니었는데, 격의 없는 소통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정말 전적으로 임의 선발한 300인을 초청한 것이었다면 이날 행사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어쩌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MBC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패널 위주로만 300인을 구성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이날 패널 분위기는 대통령에게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야말로 문재인 대통령 팬클럽 행사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극도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300명의 패널이 작은 대한민국과 같다는 자화자찬은 상당히 부족함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질문을 할 사람도 좀 뽑아서 가령 문재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 아니냐 같은 질문이 나와줬다면 오히려 대통령 입장에서도 반갑게 더 잘 대답하며 평소 억울했던 부분을 속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민주당 정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좌익 용공 세력에게 장악되어 친북 정책을 펼치고 있다거나 복지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많이 거둬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사실관계를 완전히 잘못 알고 있어서 오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필자는 오히려 민주당 정부가 너무 심하게 보수적이라고 평가하고 있고 훨씬 더 개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모처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행사에서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는 것으로 국민들과 오해를 해소하고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이날 행사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의견을 듣는다기보다 서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되었는데, 사실은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질문이 좀 나와줬으면 대통령이 더 할말이 많았을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경제 문제와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소개했으며 이와 관련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으려고 시도하려고 한 것 같기는 한데 좀처럼 진행자의 의도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고,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설명이나 부족한 점에 대한 개선 방향을 제시할 기회보다는 단순히 사적인 민원에 가까운 발언들이 훨씬 더 많이 나왔으며, 나 군대가기 싫은데 모병제가 이루어지겠는가, 군대에서 이슬람식을 제공해달라, 남녀 간의 임금 격차를 기계적으로 줄여달라 등 놀랄 만큼 수준 낮은 질문이 많이 나왔다.


어찌 보면 현정부의 탈권위 행보는 잘 보여준 부분일 수도 있는데, 결국 300명의 패널 중 발언 기회를 얻은 사람은 20여 명에 불과하게 된 상황에서 짧은 방송 시간의 끝이 다가올수록 발언권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고 간절히 외치는 소리가 겹치며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아비규환이 펼쳐지며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었다.


어떤 사람은 시간이 부족하니 당장 논의 중인 주제와 관련한 질문만 해달라고 거듭 설명하는 진행자의 발언을 무시하고 게임 산업 관련 질문하겠습니다 라고 반복해서 크게 외치며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분명 MBC에서는 질문지의 내용을 보고 300인의 패널을 선발했을 텐데, 이날 전반적인 질문의 수준이 낮았던 이유는 순전히 원래 우리나라 언론과 방송국의 수준이 낮기 때문인 것뿐이고 청와대에서는 프로그램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이날 행사가 어수선하고 난잡하게 진행된 사실에 대해 정부를 욕할 일은 아니다.


배철수 씨의 진행도 뭔가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농담이나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해서 짧은 방송 시간에 대통령의 생각을 더 많이 듣고 싶어 했던 시청자들과 패널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부분도 있었으나, 애당초 프로그램의 컨셉이 전문가 모아놓고 토론하는 게 아니라 여러 국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들어보자는 식의 내용이었던 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라디오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는 것처럼 서민적이고 자연스러운 진행이었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진정성은 잘 느껴진 사람 냄새나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개개인 입장에서는 대통령과 직접 마주하고 한마디 할 기회라는 게 평생 한 번 오기 힘든 일인데 최저 임금 올라서 힘들다는 자영업자나 개성공단 업자, 평양에서 치킨집 했던 사람 등이 각자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질문이 대통령보다는 국회에 해야 할 질문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국민과의 대화라는 소중한 기회의 시간이 많이 낭비된 것은 아쉽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행사가 각본이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됐다는 사실 자체는 잘 전달이 되었다.


일용직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은 일용직 노동자의 삶의 질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을 구청 등 관계당국은 물론 청와대에도 제출했는데 답이 없었다며 하소연했는데,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쏟아진 민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부각된 내용은 사실 개개인 입장에서는 아무리 하소연해봤자 소용이 없고 일선 공무원들이 국민의 민원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으며 탁상행정으로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이었다. 공무원 입장에서 일을 벌이면 자기만 손해라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제도 자체가 그렇게 만든 것인 만큼 근본적인 면에서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난립한 탈북민 단체를 좀 없애달라는 의견도 상당히 일리 있는 민원이었다. 정부가 정말로 1만 6034장의 질문지를 성의 있게 분석해서 국정에 반영해 준다면 하나하나가 다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고, 잘하면 국민여론과 총선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스토리텔링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히 엄청난 내공을 보여주며 수많은 질문에 우문현답으로 잘 대처했으나 동성혼 이슈에 대하여 더욱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한 것, 보유세 인상에 동의하지 않고 다주택자 투기꾼을 잡아달라는 민원에 애매하게 대답한 것, 대북 정책에 인내심 이상의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 등은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지소미아 종료 이슈에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는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확실히 밝힌 것은 매우 잘한 일이지만, 앞으로도 한미일 간 안보 협력을 중시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은 일본을 더욱 기고만장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일본이 정말로 안보 이슈를 생각해서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외교에서 명분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긴 하지만 국제 관계는 원래 명분과 상관없이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일본이 한국을 도발하는 이유는 사실 한국을 만만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발에 흔들리지 않게 경제적 자립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은 옳으나 원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앞으로 그동안 노력해온 부분이 열매를 맺어 고용 문제나 경제 문제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주장하고 있는데, 청년 실업과 양극화 현상은 천천히 나아지고 있는 게 아니라 전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정부는 최소한 공무원을 늘리고 공기업은 점차 비정규직 철폐로 가겠다는 공약은 실천하고 있고, 토건사업을 경기 부양 용도로 남발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달리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서울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이유는 재벌과 기득권층이 정부의 권고를 듣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규제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원래 사회민주주의 가치보다는 자유주의를 중시하는 민주당 성향의 한계이다.  


대한민국에서 골목 경제를 파괴하고 무소불위의 횡포를 부리는 재벌들에게서 횡령 배임 탈세 독과점 등 현행 법이 규정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들에 대하여 당연히 받아야 하는 벌금만 다 받아도 보편적 복지와 자주국방 및 각종 자잘한 국민 민원을 다 해결하고도 남을 만큼 국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실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국민이 삶의 질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자유한국당 검찰 언론을 비롯 우리나라의 진정한 지배자인 삼성 등 경제 권력이 통 말을 안 듣고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속시원히 말하지 못하는 대통령이 참 안쓰러웠다.





가장 시급한 것은 검찰과 언론 개혁이다.

이날 가장 우려가 되었던 부분은 검찰 내부 개혁에 대해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신뢰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불행했던 마지막은 전적으로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을 확실히 수행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국민의 관심을 돌리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세월호 재수사 특별수사에서 수사 시작 단계부터 노골적인 시간 끌기 전법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여전히 나경원 원내대표의 각종 비리에 대하여 전혀 수사하지 않는 등 선택적 정의를 추구하고 있고, 검찰 출신인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검찰의 직접수사를 전부 폐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검찰보고 사무규칙 개정에 압수수색 영장 등을 사전에 보고하는 내용은 아예 포함시키지 않겠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에 노골적인 항명 의사를 내비쳤다.



언론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범죄를 기정사실화하고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86세대 전체의 퇴진을 요구하는가 하면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의 보복을 불러올 것이라며 일본의 입장을 열심히 대변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의 의미를 폄훼하는 등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는데만 몰두하고 있다. 


검찰과 친일 언론은 정의와 공정을 말하는 대통령에게 터무니없는 원한을 품고 있고, 지금도 발악적인 반항을 하고 있지만 임기만 끝나면 반드시 등 뒤에 칼을 꽂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군림하지 않고, 셀프개혁을 통해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난다면 검사들도 스스로와 소속 기관에 대해 더 자부심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 순진해 보인다.


대통령의 소탈한 탈권위 행보는 국민적 지지를 얻을지 모르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년 6개월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며 검찰 개혁은 이제 막 시작하느냐 마느냐 하는 위치에 있을 뿐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보다 극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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