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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Dec 02. 2019

민식이법과 유치원 3법에 필리버스터 한다는 자유한국당

소통과 공감 능력 부재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거짓말.



지난 2019년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즉사한 고 김민식 군(9)의 사고는 엄마와 동생들이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는 점에서 가족들의 트라우마가 매우 심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사고 장소는 과속 방지턱은 있지만 노면의 도로 색도 일반 도로와 같고 스쿨존 표지판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었다고 한다.



민식이 부모님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 설치 의무화, 과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및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망사고 시 가중 처벌, 11대 중과실 사망사고 시 가중 처벌, 변사자 인도 규정 변경 등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고,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 대표발의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발생 시 가중 처벌과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스쿨존 교통사고 대책과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스쿨존이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어린이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스쿨존으로 지정만 하고 어린이 보호를 위한 안전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간(2009년∼2018년) 어린이보호구역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현황.


현재 국회에는 교통사고로 희생된 아동들의 이름을 붙인 다양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이 발의되어 있는데, 해인이법(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대표발의,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한 응급조치 의무화), 한음이법(이용호 무소속 의원 대표발의, 어린이 통학버스 내·외부 CCTV  장착 의무화,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교육 미이수자에 대한 처벌 강화), 하준이법(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대표발의, 주차장 내 미끄럼 방지시설 설치 의무화), 태호유찬이법(정의당 이정미 의원 대표발의, 어린이 통학차량을 체육시설 차량까지 확대해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 등 여러 법안이 길게는 3년 이상 계류 중이다.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이벤트 직후인 11월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여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1월 26일 당정협의에서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대책을 내놓으며 스쿨존 내 과속 단속 카메라와 신호등 설치를 위해 2020년 정부 예산안에 1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다. 앞으로 3년간 어린이 보호구역 내 무인 카메라 8800대와 신호등 1만 1260개를 순차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스쿨존 내 신호등 설치, 안전관리 인원 배치 등 관련 법안은 17개나 올라와 있는데, 현재 스쿨존 1만 6천7백여 곳 중 7백여 곳에만 단속 카메라가 있어 1만 6천 곳에 더 설치하기 위해서는 6천4백억 원이 필요하다.


경찰청은 과태료와 범칙금으로 한해 8천억 원의 세수를 거두고 있으니 이 중 상당액을 교통시설 확충에 쓰도록 특별회계를 편성하자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미 배정된 예산 외에 특별회계 편성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러모로 갈 길이 먼 상황이지만 어쨌든 민식이법이 가장 어려운 법사위를 통과했으며 여야가 이견이 없는 안건이기 때문에 11월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해 보였으나, 국회 본회의를 20여 분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현재 국회에 올라온 법안 199개 모두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 신청을 전격 결정했다. 안건 하나에 의원 1명당 4시간씩 발언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은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허용할 수 없다며 본회의에 들어가지 않았고 결국 본회의가 무산되었다.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의회에서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이용해 법안이나 정책을 통과시키는 상황을 막기 위해 소수당이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발언이 의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도 되기 때문에 성경이나 책 따위을 읽으며 시간을 끄는 경우가 있으며, 일본에서는 의사 방해를 위해 중복 질의의 반복, 투표함까지 매우 느리게 걸어서 시간 끌기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회법에는 발언 중 자리를 비우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오직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만 필리버스터를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본회의가 진행되었다면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식이법이 통과가 되면 안 되는 이유를 4시간 동안 발언했어야 했는데, 이것은 매우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발언이 계속 이어지지 않거나 발언이 중복되면 국회의장은 의제외 발언금지 규정에 의해 발언을 금지시키거나 퇴장시킬 수 있었다. 여기서는 민주당이 본회의 파행을 하지 않고 어디 무제한 토론 한번 해봐라 하고 멍청한 짓 하도록 내버려 두고 날카로운 질의로 정면 승부를 했어야 했는데, 자유한국당의 갑작스러운 필리버스터 예고 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유가족들이 눈물로 호소하며 실신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감정적인 대응이 나오게 된 것 같다. 


고 김민식 군의 아버지 김태양 씨는 12월 2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입장을 밝혔는데, 유가족들은 나 원내대표가 기자회견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표실로 찾아가 무슨 이유로 본회의가 무산이 됐는지 들어보려고 했다. 기자회견을 들었는데 민식이 법안 등이 정치 협상 카드로 이용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거부하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 회견을 하며, 아이들 이름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랐다는 자체가 모욕적이고 화가 나서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고 김민식 군의 어머니 박초희 씨는 우리 민식이가 왜 협상 카드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을 두 번 죽였다. 그게 국회의원이냐. 신호등 없는 곳에 신호등을 만들어 달라는 게, 대로변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어 카메라를 달아 달라고 하는 게 왜 협상 카드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당신들 그렇게 하라고 우리 아이들 이름을 내준 것이 아니다. 당신들에게 무릎까지 꿇었던 우리에게 사과해달라 외쳤고, 고 최하준 군(4)의 어머니 고유미 씨는 우리나라 정치의 민낯을 봤다. 저는 여기까지 온 게 의원의 선의와 부모의 마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 목숨과 거래하고 싶었던 것이다. 제가 그런 분들을 세금으로 밥 먹이고 차 태워가며 국회로 보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법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으면 민식이법을 통과해주겠다며,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저희가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우리 민식이법 등에 대해서 먼저 상정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합니다 라고 발언했다.


이후 박초희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경원 말 바꾸지 마. 너도 엄마라고 속상하다고 내 앞에서 얘기했어. 니 앞에서 오늘 내가 죽었어야 해. 그랬어야 니 입에서 우리 아이들 이름 안 나왔어. 우리가 다 있는 거 알면서 한 아이 한 아이 호명하면서 협상 카드를 내밀어? 그리고 나서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면담하자고, 오늘 내가 니 앞에서 혀 깨물고 죽지 못한 내가 후회스럽다 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후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심한 악성 댓글이 많이 달리는 사건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2월 1일 오후 국회 비공개 최고의원 간담회에서 한국당의 무차별 필리버스터 신청을 비판하면서 이제는 타협국면을 넘어섰다. 한국당이 판을 다 깨 놨는데 무슨 타협이 되겠냐. 원칙대로 하자 라는 입장을 밝혔고, 같은 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아이들 목숨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은 한국당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이런 국회 상황을 초래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은 2~3일 동안 한국당을 포함해 야당과 의견을 나눌 생각이다. 의견을 나누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정상적인 의사 진행에 조건 없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함께 의사 진행 및 안건 처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식이법 등 어린이교통안전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본회의를 12월 2일 열자고 제안하며, 유치원 3법 처리와 관련해서는 자유한국당 안이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이채익 의원 논란

11월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안을 만드는데 걸림돌이었다고 지적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소위원장인 이채익 의원 앞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유가족들이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무릎 꿇고 애원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태호유찬이법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11월 28일 해인이법이 행안위 법사위를 통과했고 하준이법은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한음이법과 태호유찬이법은 여야의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가결되지 못했다.


이채익 의원은 문희상 의장이 임이자 의원의 볼을 만지는 동작으로 성추행 논란이 발생할 당시 임 의원을 동정하는 취지로 발언을 하며 키 작은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트라우마가, 좀 열등감이 있다. 어떻게 보면 올드미스, 문 의장은 좋은 집안에서 서울대를 나오고 승승장구했으니 못난 임의자 의원 같은 사람은 모멸감을 주고 조롱하고 수치심을 극대화하고 성추행해도 되느냐 등의 발언으로 막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11월 15일 이채익 의원은 자유한국당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로서 여당 인사들이 조국 옹호 발언으로 대통령에 과잉 충성하는 문제와 버닝썬 윤 총경 수사 부실 의혹 등 주요 이슈를 발굴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공로로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을 수상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정책대안정당으로서 대한민국 경제활성화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멸사봉공의 자세로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 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친일 언론은 좀처럼 자유한국당 쉴드를 쳐주기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등 양비론을 펼치며 애써 노력하고 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자유한국당의 비호감 이미지는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론이 영 안 좋다 싶으니 자유한국당은 민식이법 하준이법 등은 애당초 지난 11월 29일 본회의 개의 예정 시간을 넘겨 법사위를 통과했기 때문에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는데, 나경원 원내대표는 분명히 199개 안건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고 밝혔고 이 안건 중에는 민식이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 등은 우선 처리하겠으니 나머지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보장하라고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민식이법을 조건 없이 처리하겠다고 얘기한 게 아니다. 민식이법이 필리버스터 정쟁 흥정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어떤 전략적인 이유로 필리버스터를 결정했다기엔 너무 심한 자책골이었는데, 딱히 무슨 명목이 있어서 저지른 일이라기보다는 국회 내 폭력 행위에 대한 공천 가산점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필리버스터에 나서 공천 가산점이나 좀 받아야겠다는 의원 개개인의 욕심이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게 한 것 같다.


필리버스터로는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고 지연시키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뭐 일단은 결국 보수 진영에게 우리는 잘못된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어필하는 의도였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유치원 3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선거제도 개편,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12월 중 필리버스터를 할 것은 예상되고 있었으나 아예 처음부터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상당히 의외의 극단적인 선택이었는데, 이날 필리버스터를 전격 결정한 직접적인 이유는 유치원 3법 통과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여론이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말을 바꾸며 본회의를 열어준다면 민식이법 등은 통과시켜줄 의향이 있다고 하면서도 유치원 3법의 경우는 자유한국당 안이 있기 때문에 절대 반대한다고 확실히 밝히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꾸준히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입장에 동조하고 유치원 3법에 반대해왔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한유총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되어 왔으나 자유한국당은 한유총으로부터 어떠한 후원도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을 제기해왔던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018년 11월 11일 자유한국당 곽상도, 권선동, 김한표, 이장우, 전희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당시 국민의당) 등을 한유총으로부터 쪼개기 후원 및 개인 후원을 받았다며 정치자금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던 바 있다. 이 중 곽상도, 김한표, 전희경 의원은 교육위원회 소속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치원 3법은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다. 박 의원은 입법 초기부터 한유총과 자유한국당이 법안의 발목을 잡고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 지도부인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당대표가 사실상 한유총과 이익 공동체이자 이해 당사자다. 나 원내대표는 본인이 사학비리로 고발된 당사자로 가족이 운영하는 홍신유치원에 학교 수익용 임대 재산을 헐값으로 임대해서 학교에 피해를 입히고,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아 사실상 혈세로 학교가 운영되게 했다. 황 대표는 변호사 시절 한유총이 시설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 관련한 로비와 자문을 해줬다 라고 주장했다.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변호사 시절 한유총의 입법 자문을 했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고 있는데, 황 대표는 2012년부터 한유총의 고문변호사를 맡았으며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는 논리의 입법 로비 자체가 황교안의 작품이라고 한다. 


유치원 3법은 학부모의 지원금을 보조금 성격으로 변환시켜 유치원 설립자가 마음대로 지원금을 유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법안으로 대다수의 국민이 지지하고 있는 사안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설립자가 원장을 겸임하는 것을 금지하며 교비와 재산을 부당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시정명령을 위반할 경우 유치원 재개원을 금지하고,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따라 급식 부정을 막고 에듀파인 회계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며 지원금 유용 시 횡령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기본으로 하는 사법 개혁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될 때 유치원 3법도 같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199개 법안 중 5개 법안만 필리버스터를 보장해달라는 거라고 말을 바꾸면서도 그 5개 법안이 어느 어느 법안인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법률안 5개 법안은 정개특위의 심상정 안 1개와 사개특위의 4개 안, 즉 공수처 관련 법안 2건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으로 봐야 맞는데, 아무래도 자유한국당에서는 사개특위의 4개 안을 백혜련 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권은희 안(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권선동 안(반부패수사청) 3가지라고 규정하고 5개 법안 중 나머지 1개 법안은 유치원 3법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유치원 3법은 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어 있으나 자유한국당이 수정안을 낸 상황으로, 자유한국당의 유치원 3법은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를 분리하여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만 에듀파인 회계를 도입하고, 학부모의 부담금은 일반 회계로 감사 없이 하겠다. 이 돈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명품 가방을 사던 성인용품을 사던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안이다. 하여간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본회의가 열린다면 자유한국당은 유치원 3법 통과에 대한 실력 저지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협상하지 않고 유치원 3법도 2018년 12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만큼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신속처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부실 급식 의혹과 사립 유치원 비리

2018년 7월 30일 JTBC 뉴스룸에서는 경북 경산 백천동에 있는 삼성현 유치원의 부실 급식 의혹이 폭로되었다.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급식비로 매월 3만 원씩을 받았는데, 아이들 아침 간식, 점심 급식, 오후 간식 다 합쳐서 1인당 하루에 천 원에서 천이백 원을 쓴 것이다. 심지어 이 돈에는 원장 가족 식비도 포함되어 있다.


원생 93명과 교직원을 합해 102명이 먹을 계란탕에 계란 3개를 넣고 끓이라고 했는데 조리사가 너무 미안해서 4개를 넣었다.

급식에 메추리알이 나왔는데 한 개를 반으로 갈라 나눠 먹였다. 

사과를 얇게 썰어서 사과 7개로 원생 93명을 먹였다. 7개의 사과 중 3개는 상한 것이었는데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사용했다.

식단표에 감자튀김이라고 명시해놓고 시중에 파는 감자과자를 6개씩 줬다. 



이 사건은 2018년 6월 말 유치원의 조리사가 경산맘카페에 글을 올리며 알려졌는데, 유치원에서 돼지갈비찜을 만들기 위해 돼지고기 1㎏ 2 봉지를 요리하던 중 1 봉지에서 썩은 냄새가 나고 고기를 만졌을 때 점액질이 나왔다. 원장에게 보고했으나 원장은 식초를 넣어 삶아보라고 했다. 삶았으나 내가 먹어봐도 역겨웠다고 한다.


이숙화 원장의 개인 휴대폰 사용료를 부당 지출하고 종일제 보조교사 인건비를 원장에게 지급해 1500만 원을 회수당했다. 담당교사를 원감으로 둔갑시켜 유치원 운영에 참여토록 하고 일부 교사의 출근시간을 변경해 교원 기본급 보조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것도 적발됐다.


결국 이 원장은 교비회계 6억 2천만 원을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치원에 최소한 연간 2~3억이 지원되는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6억 2천만 원을 해먹었다는 것은 사실상 최소 인건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금액을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는 것으로 문자 그대로 아이들을 굶겨가며 학원을 운영한 것이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환희유치원을 경영하던 김현주 원장은 유치원비로 루이비통 가방과 성인용품 구입을 비롯 노래방비 영화관비 미용실 화장품 커피전문점 음식점 병원 쇼핑 아파트 관리비 차량 유지비 숙박업소 술집 등에 원장 월급 외 7억여 원의 돈을 부정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장 본인 월급을 한 달에 두 차례씩 받아갔는데 한 번에 천이백만 원 정도로 2년간 받은 월급만 4억 원에 달했다. 큰아들은 사무장, 작은 아들은 사무직원으로 고용하고 아들들의 월급 외에 추가적으로 3천만 원 가량의 돈을 줬는데, 유치원 교육비 계좌에서 큰아들의 대학교 입학금과 수업료, 둘째 아들의 연기아카데미 비용을 지불했다. 일체의 증빙서류 없이 교사연수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2017년 기준 전체 유치원 수는 8987개, 그중 국공립 유치원은 4696개, 사립 유치원은 4291개이다. 원아 수로 비교하면 사립 비중이 76%에 이른다. 현행 법상 만 3세부터 공교육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유아교육의 대부분이 국가 시설이 아닌 사립 시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2013년~2017년 감사 결과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를 적발했다. 이는 단지 전국 유치원의 40%만을 감사한 결과였다. 


개인이 설립한 사립 유치원도 법적으로는 사립학교에 해당하지만 감사 인력 부족을 이유로 교육청의 관리 감독에서 벗어나 정부와 교육청이 사립 유치원의 이윤 추구 활동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가운데 사립 유치원 한 곳당 연간 4억 7천만 원에 이르는 각종 지원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교육청에서 파악을 못하고 있다. 기초적인 증빙서류 상황이 없고 문서가 보존돼 있지 않은 사립 유치원이 대다수다.


사립학교는 설립자와 원장을 겸직 가능하며, 비리 적발이 될 경우 관할 교육청에서 징계를 요구하면 본인이 본인에게 징계를 내린 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계속 유치원을 경영하는 일이 흔하다.


환희유치원의 김 원장은 2017년 7월 교육청으로부터 파면 조치를 받은 후 원장을 공석으로 둔 채 총괄부장으로 지내며 2019년까지 여전히 본인이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유총에서는 법인 형태로 설립된 사립 초, 중, 고 및 대학교와 달리 사립 유치원은 개인사업자의 출자금으로 설립된 개인 재산이므로 사학법에 의한 회계 감사의 대상이 아니며 사유재산 보호 차원에서 유치원비로 원장 개인의 성인용품 등을 구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립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지원금을 받고 부가가치세 면제,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 상속세 유예 등 많은 세금 혜택을 받고 있으며, 사립학교법상 비영리기관이다.



상대적으로 국공립 유치원의 비리는 많이 적발되지 않았으나 이는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국공립 유치원 비리 적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공립 유치원이 사립에 비해 국고 지원도 더 많이 받는데 방만 운영을 하며, 대체로 전임원감의 비율이 매우 높은데 이는 주로 퇴직공무원들이 관리자 역할을 하며 막상 일은 하지 않고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이야말로 비리의 온상이며 눈먼 돈을 많이들 해먹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자유한국당 및 바른미래당 일부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을 극력 반대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본인들이 비리 고위공직자라서 켕기는 것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간단히 설명하면 사표 방지와 민의의 비례적 반영을 위해, 지역구 선거로 확보한 의석수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유한 정당은 그만큼 비례대표를 많이 뽑아줘서 국민의 지지도 비율과 국회의 의석수 비율이 비슷하도록 만들어주자는 제도이다.

이는 소수정당에게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일단 소수정당은 다들 찬성하지만 어째서인지 바른미래당은 절반쯤은 찬성하고 절반쯤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둘로 나뉘어 열심히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1인 2표제로 국민은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에 한 표씩 행사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국회 의석 중 지역구 의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군소 정당의 낮은 지지율은 무시되고, 실제 국민의 지지율과 국회 의석수 비율이 많이 다른 문제가 있다. 

가령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 사이 민주노동당의 경우 당시 꾸준히 진보 정당만을 지지하는 국민이 상당히 높은 숫자로 존재하고 있었지만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기는 어려워 지지율과 의석수 사이의 비율이 극단적으로 달랐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지역구는 오로지 호남 지방에서만 확보하여 최종적으로 38석을 얻었는데, 대부분의 지역에서 무시 못할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기 때문에 선거 제도를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꿨을 경우 80석 이상을 기록했을 수 있었다. 



승자독식제에서는 지역 기반이 있는 거대 정당이 대부분의 지역구를 싹쓸이하기 마련이며 결국 양당제로 귀착되기 쉽다. 이론적으로는 양대 정당이 의석 절대다수를 점유함으로써 합의를 통해 국정 운영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 비례대표제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연정을 구성해 국정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양대 정당이 협치를 하기보다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야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고, 현재 양대 정당은 확실히 연정을 상상하기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반목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다음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이기더라도 여전히 자유한국당은 제1야당이 될 가능성이 높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사사건건 반대만 하며 아무 일도 못하도록 붙잡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출혈을 감소하고서라도 선거제 개혁을 통해 군소 정당의 국회 입성을 늘려놓고, 안건별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과의 연합을 통해 국회에서 일 좀 해보자 라는 의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한 것이다.


물론 현재 군소 정당들은 다들 지지율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지만, 어차피 승자독식제에서 소수당은 가망이 없기 때문에 거대 양당이 아닌 다른 정당들은 다들 선거제 개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국의 승자독식 총선 제도는 확실히 민의와 다른 국회를 만들게 되고 그 어느 민주주의 국가보다 높은 민의와 총선 결과의 불비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선될 필요가 있으나, 기존 인구수 비례에 맞는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면서 유권자 표의 비중에 맞게 의석수를 배정하려면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현재 민주당 등이 도입하려는 선거제 개혁은 지방 인구수 감소에 맞춰 지방의 지역구 의석을 줄이면서 비례대표 수를 늘리는 안이기 때문에 의석수가 줄어드는 지역의 의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과연 패스트트랙으로 올린 안건에서 확실히 과반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이다.

지역 기반은 없으나 확실한 지지 기반이 있는 정의당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하지만, 지역 기반이 있는 민주평화당의 경우 당장 선거제 개혁으로 자기 지역구가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반대할 수 있어서 불안한 요소가 된다. 


지지율과 지지 기반만 보면 정의당과 다를 바 없는 입장인 바른미래당에서 유승민 계열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는데, 선거제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은 자유한국당으로의 복귀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는 기존 체제에서는 국회 입성이 거의 불가능한 극단적인 이념의 소수 정당이 소수의 결집된 지지자를 기반으로 국회에 입성하며 정당의 이념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당장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우리공화당이 상당히 많은 숫자의 의원을 배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여튼 실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원안대로 실시된다면 이 영향으로 의석이 가장 많이 줄어들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오히려 자유한국당은 당장 총선을 실시한다면 대구 경북 이외의 지역에서는 살아남을 의원이 거의 없는데 반해 지지율은 콘크리트 30%가 있기 때문에 의석 수 확보를 생각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정말로 자유한국당이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선거제 개혁을 반대하는 것인지, 그냥 민주당이 추진하는 모든 정책에 반대하는 중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꾸준히 민주당의 개혁안은 좌파독재를 완성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해왔는데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반대하던 입장을 다시 바꾸기도 애매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사실 선거제 개혁안을 받으며 공수처 설치를 막으면 가장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고 민주당도 은근히 그렇게 합의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결국 양당이 서로 전혀 양보하지 않고 대결하는 모양새가 되며 시간도 없기 때문에 결국은 모 아니면 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개혁안을 다 잘 통과시킨다면 이후 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를 하건 전원 삭발 단식을 하건 쿠데타를 모의하건 뭔 짓을 하든 해피엔딩인데, 만약 선거제 개혁과 검찰 개혁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부결된다면 오히려 민주당이 삽질하는 것에 대한 역풍이 불어서 총선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개혁의 명분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민주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만약 당론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의원 각자의 투표에 맡겨버린다면 국회의원 개개인이 다들 비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공수처 설치는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안에 반대하며 의원수를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뻘소리를 하고 있는데, 막상 선거제 개혁안이 지방 의원들의 입김을 받아 국회의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된다면 분명 자유한국당에 이탈표가 많이 발생하고 선거제 개혁안은 매우 쉽게 통과될 것이다. 


워낙 많은 변수가 있어서 확신할 수 없으나 현재 안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확보해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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