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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Dec 11. 2019

국회 4+1 협의체 예산안 통과

민생법안에 뒷전인 것은 아쉬움이 있지만 자유한국당 배제는 매우 상쾌하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2019년 12월 9일 국회의장실 회동을 가졌다.


양대 보수 정당이 매년 다양한 정쟁을 벌이다가 예산안 통과를 위해 갑자기 언제 싸웠냐는 듯 사이좋게 야합하는 것은 항상 반복되오던 모습이었다. 


이럴 때마다 갑자기 등장하는 양 정당 실세 의원들의 쪽지 예산에 국민의 혈세를 마구 밀어주며 매번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소수정당 의원들의 민원이었고, 사실 이런 전통이 직접적으로 한국 정치가 궁극적으로 양당정치로 귀결되게 만든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3당 간 합의가 갑자기 무산되고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지난 10일 애당초 마련해놓은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협의체의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과의 야합을 시도한 더불어민주당

일단 3당 회동의 결과는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3당 합의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한 대신 이번 정기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보류하기로 한 것이었는데, 9일 선출된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인 심재철 의원은 본회의 안건에 대해 신청한 필리버스터는 한국당 의원총회를 거쳐 철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의총 후 곧장 필리버스터 철회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여야 3당의 합의 완료가 전제라고 말을 바꾸며, 민주당이 합의를 깰 명분을 먼저 제공해줬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철회 결정을 보류한 것에 유감을 표하며, 예산안의 합의 처리는 나머지 약속 이행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3당 원내대표 간 첫 번째 합의 사항도 지키지 않은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예산안 합의 처리와 필리버스터 철회는 패키지로 같이 가는 것인데, 한국당이 꼼수를 쓴 것이다. 이런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라는 입장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합의를 전제로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 철회를 협상하고자 하는 것은 화려한 할리우드 액션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더 끌려가서는 안 된다. 심재철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 정권은 촛불 시민이 만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국회를 좌지우지하고 결국 국회의 주인 노릇을 하는 세력은 자유한국당이었다. 그래서 이 국회를 바꿔야 하는데,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예산안이 정기국회 시한을 또 넘기게 된다면, 패스트트랙 개혁 법안을 11일에 상정하지 않고 또 미루게 된다면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 라고 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 3당 회동 후 오늘은 내일까지의 정치 일정만 정리된 것이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협상에 한국당 참여는 명확하지 않다. 자유한국당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면 좋겠다. 저희의 기본적인 의지는 지금으로서는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라며, 4+1 테이블도 여전히 작동하는 것이라 전했다.




너무 촉박했던 시간, 결국 합의 무산

3당 회동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데이터 3법 등 계류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합의가 결렬되며 데이터 3법이 폐기될 가능성도 생겼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은 개망신법 혹은 개인정보도둑법이라고도 하는데, 법안의 주요 내용은 사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고객 정보를 동의 없이 판매·공유·결합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정보주체인 국민의 권리를 대폭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것이다.


은행, 카드, 보험, 금융 투자 등 금융업권 별로 데이터가 별도로 축적되어 있는데, 혼재되어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혼합, 융합하여 소비, 투자 형태 등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상품의 개발이나 정보통신, 위치정보, 보건 의료 등 다른 산업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가령 금융 이력이 없는 사람도 통신료 등 요금 납부 내역이나 온라인 쇼핑 내역, SNS 정보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개인 신용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업적 목적의 통계 작성 및 산업적 연구, 과학적 연구를 목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이용,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그 범위와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모호하다.


가명 처리의 적정 수준 및 가명정보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된 바 없으며, 이로 인한 문제가 생겼을 시 책임 구조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데이터 3법은 애당초 민생법안과는 거리가 멀고 기업 규제 해소 차원의 법안이라 이 시점에서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은 모종의 로비가 있었던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9일 참여연대는 청와대 앞에서 개인정보 3법과 관련 문재인 정부 규탄 기자 회견을 개최했던 바 있다.





폐기 위기에 놓인 민생법안들

자유한국당의 오랜 파업으로 국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법안이 계류된 상태이고,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과거사법안 등 많은 법안들이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일괄 폐기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선언으로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은 정기국회 종료일인 1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민생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최근 어린이생명안전법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국회는 어렵게 열린 10일 본회의에서 민식이법 등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이날 본회의는 여야 합의를 전제로 안건 239건이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의 노골적인 시간 끌기 때문에 결국 각종 파병연장 동의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 조세 관련 비준동의안 등 총 16건만 처리됐고, 본회의 개의 1시간여 만에 정회를 선포하고 교섭단체 간 예산안 협의 회동이 다시 이어졌다.



다들 유치원 3법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인데, 민식이법은 예외적으로 2, 3번째 처리 법안으로 올렸으나 유치원 3법은 자동 상정이라는 이유로 239개 법안 중 237, 238, 239번에 가 있었다.


고 김민식 군의 아버지 김태양 씨는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아이들의 이름을 딴 다섯 개의 법안들이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 다 함께 행동을 해왔다. 남은 법안 통과를 위해서, 어렵게 움직이신 김에 마저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셨으면 좋겠다.

다시는 민식이와 같은 아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태까지 뛰어왔다. 그 마음 하나로만 뛰어왔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도 통과가 돼서 다행이다. 초심 그대로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없다면 좋겠다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유미 씨는 하준이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다. 국회에 전혀 고맙지 않다. 

아이들 이름만 들어도 호흡이 어려운 유가족에게 국회가 한 짓이 얼마인데 국회가 고맙습니까?

민생법안 처리했다고 예기하지 마십시오.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한음이, 해인이, 태호유찬이법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라는 말을 전했다.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각종 현안을 처리한다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국민의 명령은 꾸준히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민생법안과 패스트트랙 개혁안을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패스트트랙은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할 법안이 특정 정파의 몽니에 의해 무기한 계류되는 것을 막고자 만든 보완 제도지만, 안건의 신속처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는 방법이다. 

원래 취지는 일단 법안을 올려놓고 정당끼리 상의해서 잘 합의하라는 것이지만 결국 합의가 안 되기 때문에 최장 기간이 지나면 자동 상정되는 조치를 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데, 상임위 심의에 180일, 위원회 체계·자구 심사에 90일, 본회의 부의에 60일이 소요될 수 있으며, 본회의에 부의된 지 60일 이내 상정이 되지 않으면 그다음에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올라와 가결된 유일한 예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인데, 이는 지정부터 가결까지 무려 333일이 소요되었다. 



꽉 막혀있는 정국에서 합의 시도의 명분은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자유한국당과 최대한 합의해보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에 대한 국민여론은 대체로 민주당이 강경하게 나갔어야 하는데 자한당에게 속고 있다 답답하다 라는 분위기였는데, 극적인 시점에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예산안 표결이 이루어진 것은 매우 반전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주로 국민여론과 반대로 가는 행보만 보이고 있는 중인데, 사실 민주당 의원들 개개인이나 집행부는 절대 바보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에게 속아서 끌려가는 게 아니라 애당초 원래 보수 정당인 민주당에는 개혁 의지 따위는 전혀 없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체로 개혁을 원하는 성향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정부 주도 개혁안을 지지하는 척해온 것인데, 결국 자유한국당과의 협의를 핑계로 개혁안을 대폭 완화시켜 합의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협력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을 것은 당연히 잘 알고 있지만, 일단 선거구 개혁안이 사실상 양대 정당의 비례대표수를 조금 줄이고 소수 정당에게 돌려주자는 안이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양당의 셈법이 잘 맞아떨어질 것인 만큼 결국 지역구 몇 석을 더 챙기기 위해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야합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4+1 예산안이 전격 통과된 것은 상당히 예상 밖이었다. 단순히 자유한국당이 너무 욕심을 부려서 3당 합의가 잘 안 된 것일 수도 있고, 그동안 양당 간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졌기 때문에 합의가 안 된 것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민주당에서는 처음부터 자유한국당을 배제할 생각이었는데 제1야당을 배제한 독단적인 강행에 대한 비난이 나올 것을 우려해서 자유한국당과 합의하는 시늉만 했던 것일 가능성까지 있다.




4+1 협의체의 예산안과 개혁안

극적으로 타결된 4+1 협의체 예산안은 정부안 512조 3천억 원에서 1조 2천억 원이 삭감되었다.


내년 예산안은 노인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20%에서 40%로 늘리고 지급액을 월 최대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한 정부 계획이 그대로 통과되고, 22년간 똑같았던 어린이집 급식비 단가를 종전 1745원에서 1900원으로 인상한 것을 비롯하여 보육 관련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약간은 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더 심하게 망가졌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다행이라 하겠지만, 4+1 예산안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2019년 예산 대비 증감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1조 원 정도 줄어든 반면 SOC 예산은 9천억 원 정도 증가했다.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 사업은 도로, 항만, 철도, 공항 등 사회기반시설에 관련된 사업을 말한다. 

원래 정부안은 복지·일자리 예산을 2019년 대비 20조 원 이상 늘리는 안이었는데, 정당 간 합의를 거치며 전반적으로 복지·환경·안전 등 꼭 필요한 부분이 왕창 깎여나가고 지역구 쪽지 예산만 늘어난 것이 의심된다. 


2020년 예산안 통과가 되자마자 언제나처럼 곧장 많은 의원들이 본인이 어떤 예산을 따 왔다고 보도자료를 열심히 배포하고 있으며, 각종 지방 신문에 어떤 의원이 국비 지원 사업 예산 얼마를 따왔다는 내용의 홍보성 기사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많이 쏟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표결에 앞서 고성과 항의로 격렬히 반발하며 임이자 의원을 필두로 문희상 의장 사퇴 구호를 열심히 외쳤고, 문 의장의 행위는 더불어민주당에 아들 공천을 약속받은 대가냐 라는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예산안에서 14조 대폭 삭감한 자체 수정안을 제출했는데, 정부가 이에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한국당 수정안은 폐기됐다. 이 안은 자유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이종배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당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의 서명을 담았는데, 예산안 원안에 대한 수정안이 제출되면 제안설명을 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돌아가며 발언해서 시간을 끌겠다는 수작이었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부수법안 수정안을 무더기로 내서 수정안에 대한 찬반 토론으로 시간을 끌며 4+1 수정안의 정기 국회 처리를 무산시키겠다는 전략을 썼는데, 이에 문 의장은 예산안에 앞서 부수법안을 먼저 표결하던 관행과 달리 예산안을 먼저 상정하여 곧장 표결이 이루어졌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자유한국당에게 한 방 먹인 것은 좋은데 이제 이래 놓고 선거법 개혁과 공수처법에 자유한국당과 협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에,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이 되었다.


국회에서는 개혁이고 민생이고 뒷전이고 총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17일부터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에 당장은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고, 자유한국당에서는 어떻게든 개혁안을 저지하려 할 텐데 현재로서는 천막 농성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다.



4+1 체제로 협의했다던 225 + 75 개혁안도 어느새 은근슬쩍 250 + 50으로 바꿔놓은 데다가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연동률까지 줄일 수 있다고 여론을 떠보고 있는데, 벌써 민의와 총선 결과의 비례성이라는 원안의 의도가 완전히 사라지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법안이 되어버려 선거제 개혁은 이미 물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의외로 4+1 체제에서 공수처법 단일안은 백혜련 의원의 원안 위주로 합의 중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결국은 말로만 그렇게 떠들면서 사실상 권은희 안으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본다. 국회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아무 제한 없이 별도의 전문적인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받겠다는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좀처럼 기대가 되지 않는데, 만약 4+1 협의체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준다면 자연스럽게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핵심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어디로 할 것이냐가 아니라 국회나 정부가 공수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수처는 사실상 상설 특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수처가 어떤 수사를 할 것이냐는 당연히 그때그때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건에 대하여 국민여론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굳이 감찰반이나 사정 당국의 역할을 공수처에 옮길 필요는 없다.


현재 4+1 협의체의 의도는 기소심의위원회의 권한 축소라는 명목으로 국회가 영향력을 미치는 기소심의위원회를 공수처에 끼워넣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공수처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별로 언급할 가치가 없다. 



권은희 안의 핵심은 국회가 공수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완전한 독립적 기구로의 보장이다. 이게 안 되면 그냥 검찰 기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해진다.


당장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개혁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이 중요한 상황인데, 선거법도 공수처법도 누더기가 될수록 통과 가능성은 더 높아질 테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야겠다. 


애당초 법의 제정이 잘못되어 있어서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의해 실질적으로 달라질 비례대표의 숫자는 손에 꼽을 것이고 이 영향으로 정의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은 거의 안 보이기 때문에 아무 의미도 없다. 공수처가 설치 직후부터 청와대와 국회의원의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는 역량을 발휘할 것도 그다지 기대되지 않지만, 당장 고위공직자에 대한 별도의 비리 수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공수처가 설치되는 것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공수처 설치는 대한민국이 정상국가가 되기 위해서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일단 공수처가 설치되면 앞으로 각종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공수처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게 될 것이다.


현재 공수처는 독립된 기구에서 검찰의 범죄를 수사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가장 필요하다. 장차 공수처가 자리를 잡게 되면 자유한국당의 주장과는 달리 청와대의 일탈을 막는 안전장치로 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임시국회 소집으로 재개될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어떤 식으로든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막아야 할 텐데, 아무리 검찰이 이미 벌어진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정국 폭력 행위를 봐주고 있다지만 다시 폭력적인 방법을 쓴다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며, 필리버스터로 막아 봤자 임시국회를 짧은 단위로 쪼개서 여는 방법으로 간단히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이 없다.


민주당은 지난 6일에 12월 11일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던 바 있지만, 자유한국당이 국회 로텐더홀에 침상과 담요를 깔아놓고 노숙 농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겠다는 것인지 11일 본회의는 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개혁안도 급할 것 없고 민생법안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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