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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uart Dec 06. 2024

작가의 첫 걸음_자화상 시리즈②

강렬함을 통해 바라본 내면

자화상 시리즈 2편이다.


먼저 게시하는 작품의 순서는

작품을 그린 순서가 아님을 밝힌다.


글의 주제를 정한 후 그에 맞는 작품을 골라 게시한다.




이번 글의 주제는 '강렬함을 통해 바라본 내면'이다.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선 거울을 보거나

내가 담긴사진을 봐야 한다.


어떤 사진들이 있나 보던 중

유독 눈에 띄는 사진 2장이 있었다.


수험생 46cm*53cm_oil on canvas

<수험생>은 말 그대로 수험생 때의 모습이다.

수능을 준비하며 어두운 학교 자습실에서 찍은 사진을 그렸다.


제정신이 아닌 듯한 표정이 수험생활을 한눈에

보여주는 듯하다.


공부에 늦게 적응하여 18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뒤늦게 성적을 올리려다 보니 잠을 줄여가며 공부했고

그럼에도 잘 오르지 않는 성적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돌아보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열심히 공부하여 당당히 수능 고득점을 받았다!

라는 해피엔딩이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첫 수능에 실패하여 재수를 하게 됐다.


그러한 약간은 피폐하고 공부에 찌든, 힘겨운

수험생활을 했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마침 펄이 담긴 검정 아크릴로 배경을 칠해 둔 캔버스를

당시 미술선생님께서 주셨다.


그 위에 자화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되

T존에는 역동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붓터치를 주었다.


베이지에 코랄 레드를 섞어 채도를 높이고 얼굴만

강조하는 방식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 노력했다.


누군가 수험생활은 어땠냐고 물어본다면

말없이 이 작품을 보여줄 것이다.

자기혐오_ 46cm*53cm_oil on canvas

다음은 <자기혐오>다.


한창 사실적인 그림에 빠져 있을 때 그렸던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극사실주의 작품 전시도 하고 싶을

만큼 사실적인 그림을 좋아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역동적인 표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표정을 담고 싶을까

하다가 발견한 사진을 캔버스에 옮겼다.


사실주의 그림은 인내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다.


자연스럽고 통일된 피부톤을 찾는 것,

오차 없이 안경알을 그리는 것,

입술과 피부의 연결 부분의 섬세함을 살리는 것,

옷의 털을 세심하게한올한올 그리는 것 등


신경 쓸 것이 정말 많았고

자연스럽게 색감, 구조에 대한 공부도 되었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지만,사진을 그대로 옮기고 싶지는 않았다.


회화적인 느낌도 함께 살리고 싶어 배경에는 옷의 톤과 비슷한

주황&노랑의 그라데이션을 사용했다.

배경색이 표정의 강렬함과 분위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의도도 있었다.


작품의 제목이 <자기혐오>인 이유는

그것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이자 동시에 꿈꾸고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 나는 자존감이 높고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이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말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깊은 자기혐오가 깔려 있었다.


외모에 대한 불만, 성적에 대한 불만 등

스스로를 향한 불만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채

이를 동력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나와 싸운다.

작년의 나, 지난달의 나, 어제의 나와 끊임없이 경쟁하여

'어때, 내가 더 낫지' 하며 오늘의 나와 끊임없이 비교한다.

그리고 그 비교에서 승리한 오늘의 나를 볼 때 만족감을 느낀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수험생>과 <자기혐오>

두 작품은 강렬한 인상을 사실적인 묘사로 표현했다는 것 이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분노의 감정'을 담았다는 것이다.


막연히 강렬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너머에 있는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강렬한 색감과 대상은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나는 열등감과 자기혐오를 삶의 동력으로 살아왔고

실제로 이러한 삶의 방식이 나에게 끈기와 성취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내면에 깊게 자리 잡은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끊임없이 분노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압박하고 있었다.


이를 표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사실 이런 사람이야'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아서,

이런 강렬한 그림에 끌렸던 것 같다.


이것을 알았다고 해서 삶의 방식이 크게 바뀌거나

한순간에 부드러운 심성을 갖기는 힘들 것을 안다.


하지만 적어도 작품을 그리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것이 앞으로의 작품활동에서, 나아가 삶의 자세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 자화상 시리즈는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평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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