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_<나는 반딧불>-중식이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나는 반딧불>_중식이 가사 中
눈부신 세상에 나왔다.
울면서 나왔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었다.
그 순간 나는 빛나는 별이었다.
무엇이든 잘하는 아이,
예의 바른 아이,
의젓한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
착한 아이.
들을 수 있는 모든 칭찬을 듣고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중학교에 입학했다.
나보다 힘이 센 아이가 있었으며,
공부를 더 잘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도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시험에서 전교 400명 중 280등을 했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나는 항상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나는 항상 무엇이든 잘하는 아이였는데
나보다 뛰어난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운동은 다른 친구들보다 잘했으니까.
그래도 행복하니까.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4시간을 자며 공부해도 극적인 상승은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결국 좋은 대학에 갈 거니까.
끝까지 노력하면 세상이 알아줄 거니까.
수능을 봤다.
기대와 달리 처참한 성적을 받아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재수를 택했다.
재수에 성공했다.
역시 하면 되는 거였다.
내가 그럼 그렇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거잖아.
그렇다고 세상이 다시 내 위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서 있을 한 자리 마련할 수 있었을 뿐.
대학 입학 후
원래 하고 싶었던 노래를 시작했다.
1학년 2학기 휴학을 하고 연습실에 들어갔다.
이제는 마음껏 노래하며 내 세상을 빛낼 차례였다.
하지만 노래실력은 연습실에 앉아 있는 시간과 비례하지 않았고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이 짐이 되어 스스로를 압박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어설픈 재능이라고 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돌아보면 조급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도 같다.
어쨌든 당시는 재수를 할 때보다 더 힘든 시간이었다.
문득 고등학교 백일장 때 썼던 시의 내용이 생각났다.
벼는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를 숙인다.
사람들은 이를 겸손이라 부르지만
사실 삶이 힘들어 고개를 숙이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 내 한 자리 지켜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문득,
지금까지 현실을 외면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세상이라는 작품 속 히어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세상의 주연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조연정도인 것 같다.
주연이 되는 모습을 꿈꾸며 부단히 노력하는 조연.
닿을 수 없지만 어쩌면 닿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별을 향해 손을 뻗는 조연 말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주연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조연이다.
그렇기에 노력한다.
그럼에도 도전한다.
어김없이 실패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쌓는다.
그렇게 세상의 주연이 아닌
내 인생의 주연이 된다.
그렇게 내 인생의 밝은 빛이 된다.
이 사실을 깨닫기 위해,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도 실패하고 넘어졌다.
음악을 포기하고 어느덧 졸업이 다가왔다.
(중간에 그림도 배웠다)
운 좋게 바로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다시 넘어졌다.
매일같이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결국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늘 도전하고 실패했으니까,
내 인생을 빛내기 위한 방향은 많으니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감이 잠시 낮아졌던 분들,
혹은 좌절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좋은 하루, 평안한 저녁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