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통로 Zugang Jan 18. 2019

프라하의 겨울 합창단

2014년 겨울 프라하에서 열린 떼제 Taizé 유럽 모임 이야기

한국에 있을 때 떼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다.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다. 방학 때 여행할 곳을 찾다 프랑스 떼제(Taizé)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프랑스는 독일의 이웃나라니 말이다. 떼제에 갈 계획을 세우다 연말에 프라하에서 유럽 모임 있다길래 참가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학교도 쉬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집으로 가니 (크리스마스는 독일에서 가족 명절) 좋은 기회다 싶었다.


12월 27일 프라하 가는 날!






기차 환승역인 Erfurt 에서 잠깐 시내를 둘러보는데 새벽 하늘이 정말 예쁘다! 


떼제는 프랑스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스페인 순례자길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에는 순례(스페인 순례자길)와 수행(떼제)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혹은 여행객으로 찾아오는 곳이 되었으니 말이다. 떼제에 한국 조계종 스님들도 방문했다고 한다. 그때 떼제 수사님들이 김치를 준비했다고. (출처 -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떼제 유럽 모임은 연말에 열리는 큰 행사다. 가톨릭, 개신교, 그리스정교, 러시아정교 등 종파와 종교에 상관 없이 젊은이들이 유럽의 한 도시에 모인다. 종교는 없지만 떼제 모임이 궁금해서 왔다는 사람도 만났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떼제에서는 성당에 다니든, 교회에 다니든, 종교가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다. 묻지도 않는다. 스페인 순례자길에서 종교가 있는지 묻지 않는 것처럼.


2014년 프라하 떼제 유럽 모임에는 65개국 3만여 명이 참가했다. 대부분 유럽사람이지만 유럽 외 나라에서도 왔다.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오신 분들도 만났다. 연령은 18-35세. 일정은 12월 29일부터 다음해 1월 1일까지로 3박 4일. 도착하면 숙소(홈스테이를 하거나 학교 같은 큰 공간이 있는 곳에서 침낭을 깔고 잔다)를 배정받고 4일 동안 프라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받는다. 오전, 오후에는 도시의 유명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거나 워크샵을 듣고, 저녁에는 3만 명이 한 곳에 모여 식사를 한 후 미사를 드린다. 떼제 미사(예배)는 보통의 미사와는 달리 짧은 노래를 반복하며 부르고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 Europäische Jugendtreffen, European youth meeting 어떻게 번역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독일어를 직역하면 '유럽 젊은이 만남(모임)'이라 할 수 있겠고 한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모임을 주로 '청년대회'라고 하니까 '유럽청년대회'라 해도 될 듯 하다.


신청은 웹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http://www.taize.fr/en




떼제 유럽 모임 합창단 연습

공식 일정보다 이틀 일찍 도착해 봉사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합창단, 악기 연주, 프로그램 행사 도우미, 식사 준비 등이 있는데 나는 노래가 하고 싶어 합창단에 참가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하기위해 이틀 일찍 프라하에 도착했다.



떼제 노래는 영어, 독일어, 라틴어, 스페인어, 체코어, 프랑스어, 포루투칼어, 폴란드어 등 다양한 유럽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유럽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어, 라틴어, 제 2외국어 (독일어나 프랑스어, 스페인어)는 학교에서 배우니까 잘 따라하는 것 같았다. 노래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합창단원 중 모국어자가 나와 가사를 읽어준다. 이때 어렵거나 독특한 발음 가사가 나오면 모두 모두 멘붕 ㅎㅎㅎ  예를 들어 독일어의 r 발음. 내게는 체코어와 라틴어가 읽기 어려웠다. 발음을 외우기 어려울 땐 가사 밑에 한국말로 발음을 써 놓았다. 자신 없을 땐 그냥 립싱크했다 ㅎㅎㅎ


제목: Aber du weißt den Weg für mich

악보: http://www.taize.fr/spip.php?page=chant&song=4633&lang=de

합창연습을 녹음해 보았다. 처음에 지휘자가 각 파트별로 첫음을 알려주고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노래가 시작된다. 







합창단은 미사 앞쪽에서 노래를 부른다.





악기 연주자





미사 제대





저녁 식사 받으러 들어가는 길.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다보니 저녁 먹을 때 줄이 어마어마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2&v=pdTffQLB-d4

1-25초: 봉사자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26초-마지막: 떼제 유럽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식사를 받아가는 모습







저녁식사

바닥에 옹기종기 앉아 자기 소개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어색함은 없다. 함께 밥 먹으며 친구가 된다.


식사는 빵이나 데운 파스타, 음료, 과일, 과자, 요거트, 후식 등으로 구성되었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식사 메뉴가 떼제 정신을 잘 보여주었다. 저녁에 받는 음식으로 다음날 아침, 점심까지 해결한다. 음식은 넉넉하게 제공된다.





한참을 기다려야했던 화장실. 다들 서로 배려해주는 분위기.





홈스테이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들





트램 기다리는 친구들





매일 아침 22번 트램을 탄 후 버스 갈아탔다.





미사가 너무 늦게 끝난 날,  버스랑 트램이 더 이상 오지 않을까 걱정하다 만난 반가운 버스!







홈스테이 가정에서 식사하던 날.오른쪽 홈스테이 아버지.


마지막날에는 홈스테이 가족과 식사를 했다. 홈스테이에는 독일, 체코, 폴란드 사람이 함께 했다. 아침마다 함께 준비하고 나가며 친해졌다.





떼제 유럽 모임 마지막날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날 아침에는 홈스테이가 속한 동네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떼제 유럽 모임에 참가한 사람이 많다보니 넘다보니 각 동네마다 담당 성당이 있었다. 마지막 아침미사가 끝나고 나라별로 작은 무대를 마련했는데, 한국인은 혼자라 떼제 노래를 한국어로 불렀다. 사람들이 한국어 가사가 참 좋다고 했다.





K팝을 좋아하는 친구와 단 둘이 찍은 사진.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나는 K팝 덕분에 인기인이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qoaynQkI88

2014년 떼제 유럽 모임 영상






매거진의 이전글 내게도 털모자가 생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