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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 Zugang Jan 17. 2019

내게도 털모자가 생겼다




내 얼굴은 오각형이다.






머리는 또 약간 짱구머리라








모자를 쓰면 이렇다.







머리도 조금 큰 편이라 모자가 항상 작다.






비바람이 불던 몇 년 전, 독일 친구가 물었다. 

친구A: 너는 왜 모자 안 써? 너무 춥잖아.

: 난 모자가 안 어울려.

친구A: 모자는 어울려서 쓰는 게 아니야. 나 어릴 적에는 날씨가 추우면 엄마가 무조건 모자를 쓰라고 했어.(엄마가 머리에 모자를 푹 씌우는 동작을 보여줌)


어느날은 친구 B가 묻더라.

친구B: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모자 안 가져온거야?

: 난 모자 없어. 안 어울려서 안 써.

친구B: 정말? (매우 진지하게) 우리 그럼 같이 너한테 잘 어울리는 모자 찾아볼까?


그렇다. 길고 어두운데다 습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독일인들은 모자를 패션과 상관없이 쓰는 생활의 지혜를 갖고 있었다. 패션 아이템이기에 앞서 생존템이었던 것이다. 베를린에서 호된 신고식(겨울에 감기몸살 두 번 걸리기)을 치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내게도 모자가 필요해! 오늘 아침 학교 가는 길 우연히 모자를 파는 곳을 발견했다. 전투적으로 내게 어울리는 모자를 찾았다.


모자의 조건

1. 사이즈가 클 것 - 안타깝게도 모자는 대부분 프리사이즈라 큰 모자 찾기 어려움...

2. 이마 부분을 접는 모자일 것 - 어쩐지 얼굴이 작아보이는 느낌. 미스코리아 사자머리와 비슷한 효과

3. 모자 방울이 크면 클수록 좋다 - 방울이 크면 귀여움이 극대화되어 시선이 방울로 간다. 모자가 잘 어울리는지는 덜 중요해짐








인생을 살며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모자를 만났다.







짱구머리도 감추어준다.






길에서 셀카 안 찍는데, 모자 쓴 내 모습이 꽤나 괜찮아서 자꾸 사진을 찍게 되었다.





모자가 마음에 들어 실내에서도 쓰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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