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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 Zugang Jan 16. 2019

역시 선물은 준비하는 즐거움

2018년 어버이날 컵 선물 이야기

2018년 5월의 글


2018년 5월 3일

역시 선물은 준비하는 기쁨이라고 했던가! 디자이너가 직접 쓴 손글씨가 너무 예쁘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선물이다. 오늘 컵이 구워지러 들어갔다고 연락이 왔다 :-)




2018년 5월 6일

컵이 배송 중이다. 곧 집에 도착하겠네!


성인이 되어 어버이날을 오랫동안 챙기지 못했다. 전화는 드렸지만. 더욱이 독일에 오고 나서는 선물을 못 드렸다. 2월 엄마 생신이었나? 엄마가 "엄마 생일은 손자들만 챙기네~" 하시는데 좀 찔렸다 -_- 그래서 이번 어버이날에는 정성이 들어간 선물을 하기로 했다.


선물 준비하며 참 즐거웠다. 컵에 어떤 문구를 쓸 것인가 생각하고 4월 30일에 텐바이텐에서 주문했다. 나는 독일에 있으니 주문자 연락처에 엄마 핸드폰 번호를 썼다. 그런데 글쎄 (컵에 쓸 문구 관련) 문의 문자가 엄마 번호로 가버린 것이다!! 앗, 이거 어버이날 선물인데 엄마가 눈치채면 어떡하지? 엄마는 문자 보시고 눈치 다 챈 듯 ㅎㅎ 네임컵 페이스북으로 문의를 하니까 바로 답장이 왔다.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친절하게 상담 후 며칠이 지나 시안을 도착했다.





엄마께 선물할 컵

진짜 예쁘다! 


6년 전부터 부모님은 주중에 조카들(언니의 아들 둘)을 보신다. 엄마는 가족 카톡 그룹에 조카들 사진과 영상을 찍어 보내시는데, 덕분에 나와 동생도 조카들이 크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첫걸음 떼던 순간, 과자 안 준다고 떼쓰는 귀여운 영상, 고사리 손으로 청소한다고 물티슈로 TV를 닦는 모습 등.


이제 엄마는 조카 사진 외에도 여행, 풍경, 산사, 나무, 꽃, 등반, 바다 등 모든 사진을 찍으신다. 절에 놀러 갔다가 엄마가 세 시간 동안 사진만 찍었다던 이야기를 아빠가 살짝 해주셨다. 아빠는 지루하셨다고...ㅎㅎㅎ





3년 전 스페인 순례자 길에서도 엄마는 꽤 유명인이었다. 순례자 길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부모님과 함께 왔다는 이야기를 하면


"부모님과는 따로 걷는 거야?"

"응, 나는 신발이 불편해서 천천히 걷고 있어. 아빠는 앞에서 걸으시고 엄마는 사진 찍으면서 가시고."

"아, 나 너희 엄마 본 것 같아! 사진 찍는 사람을 봤거든."


내가 만났던 순례자 길 사람들 모두 엄마를 알았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으셨으면!! 엄마는 그렇게 스페인 순례자 길의 유명인이 되셨다.

.






오른쪽 아래 엄마

순례자 길 마지막 날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 대성당 앞. 누군가 엄마께 성당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엄마(오른쪽 아래)는 대성당이 다 나와야 한다며 저렇게 바닥에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엄마의 열정이 이 정도다!


사실 이때 엄마는 허리 아프다고 배낭도 못 들고 가실 때였다. 나와 아빠는 엄마 허리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엄마는 저렇게 사진을... -_-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엄마는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으신다. 언니를 임신하고 일을 그만둔 엄마는 오랫동안 가정주부로 지내셨다. 언니, 나, 남동생 우리 셋 키운 열정을 사진에 쏟아붓고 계신다. 사진 수업에 매주 가고 그룹 전시회도 하시면서. 엄마를 사진작가로 불러드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엄마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열정 가득 사진작가 엄마, 항상 응원합니다!"






아빠 컵

독일에 오고 초반에는 부모님과 연락을 거의 안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부모님도 뭐 연락 없다고 걱정하시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2년 전 과테말라에서 인턴 끝나고였나? 그때부터 정기적으로 부모님께 전화하기로 했다.


첫 번째 이유: 부모님께서 주중에 조카들 보느라 너무 바빠 통화할 시간이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조카가 울거나 화장실에 가야 하면 바로 끊어야 했다. 나도 방학에 한국 가서 애들 잠깐 본 적이 있는데, 아이 둘이 있으면 정말 눈코 뜰 새 없다. 과테말라에서 인턴을 하며 홈스테이에 살았는데 매일 몸에 새로운 베드 버드 자국이 올라왔다. 또 치질이 심해서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었다. 병원 가기 전 엄마와 통화를 하려고 했지만 바로 끊어야 했다. 조카들이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해서. 갑자기 전화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정해 통화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중요한 일이 있는지 등.


두 번째 이유: 부모님을 자주 뵈어야 일 년에 한 번이다. 나중에 '엄마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걸. 더 자주 전화 드릴 걸' 후회하지 않기 위해 주말에 전화 드리기로 했다. 엄마아빠의 삶이 궁금하기도 하고~


세 번째 이유: 부모님과 대화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빠는 나의 소소한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주시기 때문에.엄마가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신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없을 뿐. 엄마는 새벽에 사진 찍으러 가고 저녁에는 사진 수업 가느라 늘 바쁘시다. 전화가 좀 길어지면 "(조금 미안하다는 말투로) 중요한 얘기야? 엄마 지금 사진 찍으러 가야 하는데" 물어보신다. 그래서 엄마께는 요약정리해서 결과 위주(이렇게 진행되어 이렇게 되었다)로 말씀드린다. 아빠께는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고민 상담도 하고. 특히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조언(룸메이트, 아르바이트 상사와의 관계 등)을 구한다.


일요일마다 아빠와 통화한 게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엄마도 옆에 계시면 스피커폰으로 내 이야기를 함께 들으신다. 그래서 컵에 이렇게 썼다, '아빠 전화는 일주일의 비타민!'


이제 곧 컵이 도착한다. 부모님 선물인데 내가 더 설렌다. 두근두근!





5월 8일 어버이날, 선물이 도착했다!

5월 8일에 딱 맞춰 컵이 도착했다 :-D




엄마가 보내주신 사진. 사진 편집하시며 내가 선물한 컵에 커피 마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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