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향기에 자극받아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현상
그런 영상들이 알고리즘에 뜨곤 한다.
어린 시절 특정 순간을 건드리고 끄집어내는 영상들. 불쾌할 정도로 마음을 건드려, 현재의 내가 갈 수 없는 시점임에 슬퍼지곤 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 마지막으로 장난감을 사달라 졸랐을 것이며 마지막으로 동생과 식탁 밑에서 놀았을 것이며 마지막으로 소풍 도시락을 챙겼을 것이라는...
대충 이런 내용이다.
유난스럽게 마지막이 언제였던가 궁금한 순간이 있다. 그러나 떠올리고 다듬으려 하니 속이 울렁 뒤집히는 기분이다. 왜일까, 불안정한 기억을 헤집어 내는 행위만으로 나는 감상에 젖는 것이 아니라 불편해지고
만다.
언젠가 마지막으로 마트의 서점 코너에서 유아용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언젠가 마지막으로 동생과 가장 사랑했던 당나귀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언젠가 마지막으로 온 가족이 모여 식사했고 언젠가 마지막으로 다 함께 누워 잠을 잤을 것이다.
이제 내 앞으로 쌓여갈 마지막은 얼마나 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까.
향기뿐이 아니다. 어떤 시선, 어떤 각도, 어떤 기분만으로 나는 붕 뜨고 과거로 돌아가 버린다. 원하지 않았음에도 흐리멍덩한 기억이 망상처럼 둥실 댄다. 나는 밀어내려 애를 쓰지만 기억은 거대한 태풍처럼 내 앞에 나타난다.
스무 살의 나보다 열 살의 나를 애달프게 여기고 있다.
영원토록 재연할 수 없는 순간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시절이 있다.
영원히 어릴 것 같던,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던 시간.
열 손가락으로도 꼽을 수 있던 감정의 가짓수,
지지 않아도 됐던 책임이 끌리는 걸까?
버튼처럼 누르면 나오던 보호자의 양육을
다시 맛보고픈 걸까?
이 따분한 생각들이 전부 정답 같고 오답 같다.
때로는
그때의 내가 완벽한 타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런 기분들이 이치에 맞지 않다 여겨지고
타인의 것을 탐하는 욕심을 엿보고
과거가 사실 무존재했던 것은 아닐지 싶어진다.
죽음처럼 사라진 감정과 생활은 지구 반대편의
외국인을, 지구 밖의 외계인을 보는 듯하다.
난 나임에도 만날 수 없는 모습에
속 메스꺼운 모양이다.
종종 그리운 음악과 내가 겪지도 않은 향수에
잠긴다. 깊숙이 잠겨 아이처럼 몸을 말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건 나였을까? 의문이 올라온다.
뾰족한 답은 나오질 않고
때때로 이렇게 조용해질 뿐이다. 코와 귀와 눈을
틀어막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에게 추억이란 이렇게 기분을 고장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