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구아바 프로젝트

sf 오피스 소설

by 일영


트로피컬 구아바 프로젝트 신청

개인 정보 수집에 동의 하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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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날아든 독특한 제목의 메일을 스팸이나

변태적인 사업의 광고 메일같은 것으로

의심할 법도 하건만 야근에 찌든 몸뚱아리가

제멋대로 확인 버튼을 눌러버렸다.

이상한 링크가 걸려 있거나 상식 외의

페이지가 나타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용물은 단순했다. 하고자 하는 말이

묘하게 사적이고 어색한 투로 적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의미불명인 메일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야근으로 몇 남지 않은 사무실, 시간이

금이란 걸 서서히 망각해 가는 시각, 몽롱한 눈은

스크롤을 따라간다.

제목 : 트로피컬 구아바 프로젝트에 환영합니다.

본문 : 안녕하십니까, 귀하께 이 메일을 보내드리기

까지 얼마나 긴 시간 고민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서 기대의 말씀부터 전합니다. 저희의 프로젝트와

일치율이 높은 소수의 분들께 해당 메일을 드리고

있습니다. 부디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어,

본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

세계 평화라는 임무를 명 받은 인물들을

기억하시나요?

저희 [트로피컬 구아바 프로젝트]는

특별한 신체 능력, 또는 특수한 영적 능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이 같은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서 프로젝트에 응하실 시, 원하는 의상과

활동 시간을 정할 수 있으며 이 밖에도 외모 변경, 능력 추가 선택 등이 가능합니다. 자세한 부가 서비스는

하단에 기재하였으니 확인 바랍니다.

저희 프로젝트를 이용하실 경우,

외부 시선에 걱정없는 자유도 높은 활동이 가능합니다. 본 메일에 회신하실 경우, 자세한 내용 보내드립니다.

프로젝트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와 방법 모두 비밀리에 진행이 된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지금 나더러 부업까지 뛰라는 건가?

스크롤을 빠르게 내려 가장 아래 내용을 확인했다.

주절주절 말도 많다.

프로젝트 신청을 희망하시면 본 메일 주소로 회신

부탁드리며, 이후 특별한 검증 절차나 본업에 지장이

가는 활동은 없을 것이라 말씀드리고 포인트(초보자 도 가능한 격투 진행, 이후 현금 변경 가능) 지급이 있음을 명시합니다.

거기까지 내용을 확인하고 메일창을 닫았다.

와중에 현금으로 바꾸어주겠다는 친절에 코웃음을 쳤다.

이게 미쳤나. 마법소녀인지 히어로인지 뭔지,

안 그래도 뭉친 어깨 돌덩이처럼 굳으라고 고사를

지내는 게 분명하다. 정확한 시급 계산도 없이

덜렁 구인만 하면 다인가? 예나 지금이나 고용주들은

싹 다 돌았군.

‘너나 야근하고 너나 투잡 뛰어, 미친 게.’

더 볼 것도 없이 메일을 휴지통에 버리고서 하던

업무를 대충 마무리 지었다.

진이 쭉 빠진다. 하품을 길게도 내쉬며 기지개를 켰다.

하늘색 커튼 사이로 문득 문득, 눈알이 여덟개

쯤은 되는 괴물이 보이는 듯 했다. 아냐, 아니,

기분 탓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피로 탓이리라.

생각을 안쪽으로 밀어넣고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몇 시간이나 더 잘 수 있으려나. 내 고민은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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