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치는 밤
고요를 불러내는 것은 폭풍이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땅에 닿을 듯이 날아야 할 운명의 새
그 미칠 듯한 자유를 보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창문을 깨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가장 큰 소란은 평화였다
혹은 햇살이거나 파리한 모든 색이었다
세상의 심박이 조용히 박동할수록
도리어 떠들어 젖히며, 우린 소음의 균형을 맞췄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이 오면
잔뜩 숨을 죽인다
고요를 불러내는 것은 폭풍이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날은, 깍지 낀 손을 당겨 발소릴 냈다
들키고 싶었다
촛농처럼 굳어버린 소음의 규칙
그 틈에서 뛰쳐나온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온몸의 뼈를 구부려 살면 그만인데
들판 너머를 상상하고 싶었다
그래서 엉킨 손을 놓는 것이
훨씬 어려운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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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공기 속 튀어 오르는 머리카락은 나비 같고
햇살이 닿은 곳엔 선명한 세계가 멈추지 않는다
나는 후회와 넋으로 이루어진 물떼새의 그림자,
이르렀을 때 슬픔이래도 좋을 내기를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