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의 아이와 함께 길을 걷고 함께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함께 길을 걷는 동안 잡은 손을 잡았던 시간은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이제 아빠의 손을 잡고 걷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고 남의 시선을 충분히 의식할 사춘기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아마도 이 시간이 지나도 아빠의 손을 잡고 걷는 시간은 오지 않을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계단을 오를 때 때때로 손을 잡아끌어주어 아이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잠시나마 내게 주어지고 있어 위안은 된다. 생각해 보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 걸어온 시간은 상당히 많이 쌓여 내 인생의 5분의 1 이상의 높이가 된다. 아이와 함께 쌓아온 인생의 높이만큼 아이의 성장은 이루어지고 나도 그만큼 성장을 했으라..
지금은 내 몸이 예전과 같지 않아 걷는 게 쉽지 않아 오래 걷지 못하고 속도도 충분히 내지 못해 아이와 함께 걷는 것이 힘들지만 아이는 때론 속도를 나에게 맞추려고 하고 어떤 날엔 뒤에서 밀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손을 잡고 걷지는 않는다. 이 또한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 나오는 모습이고 나 또한 부모로서 함께 성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나의 손 안에서 조물 거리던 그 시절 아이의 손이 무척이나 그립다.
나중에 걷는 게 더 힘들어지고 다른 사람의 눈보다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오면 가능할까?
그게 가능한 시간이 오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환상에 빠져들 수도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