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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dless Oct 05. 2020

6. 내 병을 타인에게 말할 때

질병관리본부의 희귀 질환 정보 홈페이지에 보면 운동신경세포병의 개요와 증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운동신경원 병(Motor neuron disease)은 운동 신경에 점진적인 퇴행이 일어나는 중증 신경계 질환군으로 뇌에서 나와 연수 또는 척수로 전달되는 상위 운동신경이나 척수에서부터 근육으로 전달되는 하위 운동신경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상위 운동신경이 손상되면 신체의 과도한 반사 반응이 나타나고, 하위 운동신경이 손상되면 근육이 진행적으로 위축(atrophy)되고, 쇠약해집니다. 운동신경원 병은 여러 다른 형태로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 희귀성 질환에 속합니다. 일반적으로 근육이 약해지고 위축되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지능은 정상입니다. 운동 뉴런 질환은 여러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고 분류된 세부 질환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과 특징적 증상이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병은 운동신경세포병입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근육병과는 다르죠. 단순화하면 신경근육병이라고 하는 게 맞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근육병이라고 쓰고 있는 이유는 많이들 그렇게 알고 있고 이게 더 누군가에게 말하기가 쉽습니다.


위의 설명에서 보듯이 주 증상은 근육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확진 이후 한동안은 가족과 회사 사장님 외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걸 설명해야 할지 나 자신이 혼란스러웠고, 가족 외 처음으로 전해 줬던 사장님과의 대화에서 이해를 못하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못해 결국에 루게릭과 같다고 하니 그제야 조금 알겠다는 눈치였지요 


그 후 한참이 지나 옛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서로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는데 루게릭조차 모르는 상황이라 근육에 힘이 빠지는 근육병이라고 만 알고 있으면 된다고 하였더니 그럼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을 키우면 되지 않겠어라는 충고 아니 충고들이 돌아왔습니다. 발음은 좀 안 좋지만 혼자 걷고 회사도 다니는데 그게 무슨 병이냐는 말도 들었죠. 그냥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는 게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이후 몇 번 정도 다른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제병과 관련한 말을 전하면 한 번에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잘 이해를 못해 재차 설명을 해주고 이해를 시켰죠. 그래도 처음 타인에게 알렸을 때보다는 많이들 공감을 해주긴 했지만 여전히 이해도는 낮습니다. 


지금은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건강문제가 나오고 질문이 오면 그냥 근육병을 앓고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루게릭을 언급하면 관련한 정보가 있는 사람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설명을 해주자니 어렵고 하여 근육에 힘이 빠지는 병을 앓고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제 병을 타인에게 전달하면서 느낀 건 사람은 타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자기 방식대로 말을 해석하는 경우가 참 많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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