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 후레쉬 46

by 주씨 후레쉬

■ 벌써 이렇게

열흘 빠르게 엄마 칠순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가 일곱 줄이다 벌써. 나도 나이를 먹고 엄마도 할머니가 되었다. APEC 영향으로 비수기 11월에도 경주는 사람으로 가득이었다. 서울 원주 제주에서 온 식구가 모였는데. 경주가 나름 가운데다. 모든 곳에서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나름 재밌는 곳도 많이 보고, 삼촌쟁이 조카로 3일을 시달렸더니 몸은 피곤한데 뿌듯하고 좋다. 날도 따숩고 하늘은 새파랬고, 단풍은 절정이었다. 노랗고, 빨갛고 난리가 난리. 십 년 후에 팔순여행도 다 같이 잘 걸으면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 큰 행사 덕분에

큰 행사를 치른 경주의 도로포장은 F1을 해도 될 정도였다. 누더기는 없었고. "평평하다 평평한" 그 자체. 국비를 얼마나 때려 박았을지 가늠도 안될 정도의 도로포장은 큰 행사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덕분인지 외국인도 엄청났고, 왕릉을 백그라운드로 하는 미디어아트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공동묘지 영화관 같은 기묘한 느낌도 들었지만. 숙소를 구하기 조금 어려웠지만. 제법이었고, 만족이었고.


■ 경주에서 뭐가 재밌었냐 하면 1

다들 대릉원에 첨성대에 황리단길을 가고 싶어 하지만. 우리 조카숭이가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봐야 한다고 간 다보탑의 불국사도 예뻤지만. 사실 제일 재밌던 건 자율주행 버스 체험. 무료로 탈 수 있는 걸 사람들이 잘 모르기에 가족끼리만 타는 재미도 있었고. 다른 차나 신호를 인식해서 스스로 조절해 가면서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를 타보면서 아직 기술이 멀었구나를 느끼는 인간우월주의도 조금은 안심스러웠고. 도로 중간에서 한번 멈추는 AI 멍청 미에 크게 안심.


■ 경주에서 뭐가 재밌었냐 하면 2,3

두 번째는 "말목 자른 김유신" 장군 묘의 호젓함에 좋았는데. 이 또한 조카숭이가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알았기 때문에 다녀온 건데. 삼국통일 전국제패 신화스러운 인물 묘치고는 상당히 작지 않나 싶은 아쉬움도 있었다고. 세 번째는 은행나무숲으로 유명한 도리마을이었는데. 인제 자작나무 숲 같은 조림의 느낌도 났고, 마을 주민들이 산지에서 가져오는 농산물 판매에 저렴한 가격의 음식 등은 나름 매력적. 노란 볕의 열흘 정도가 마을 주민들의 숨통이고 활기였을 터.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 유래는 묘목으로 팔려고 싶었던 걸 못 팔아서 지금의 숲이 되고 축제가 되었다는 웃픈 이야기라는 것 또한 깨알 포인트.


■ 어찌합니까

애증의 죠스바 슴육이 오른쪽이 큰 돌에 쫙 긁혀버렸다. 1호차 운전병 출신으로 어디 말하기도 창피할 정도의 상처가 났다. 10만 킬로를 겨우 넘겼으나 쌩쌩한 순양자동차 6호기. 펄이 들어간 도장으로 아무 데서나 처리도 힘든 이 애증의 차로 오십만 원은 날리게 생겼음에 고민이 가득하다. 사실 오른쪽은 내가 눈길을 주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으니까. 참을까 도장을 할까. 어찌합니까. 순간의 부주의는 잔고를 앗아간다는 교훈을 또 한 번. 로또가 되면 차부터 바꿔야겠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사실 동궁원도 오아르미술관도 쩔었어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해서 여행 또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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