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자하니 이번 주 뭘 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두어 번 술을 먹었고, 공부는 하지 않았으며 출근과 퇴근을 반복했다. 기억이라는 게 많지 않은 것이 별일 없는 주였다고 위안 삼는 게 좋을지 어영부영 살았다고 슬퍼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롤링이 잦은 게 직장생활이겠지만 딱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는 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날들은 고민스럽다. 연말에 열흘정도 쉴 수 있으니 뜨뜻한 사우나에서 머리를 식히고 차분히 생각을 해봐야겠다. 사실 현실적인 선택지는 없다. 어려운 경기에 이직도 쉽지 않고, 나이도 나이인지라 이제는 다음날 사직서를 날리거나 하는 일들은 앞으로 없을게다. 주말에 다녀온 결혼식은 붐비지 않았으나 정성스러운 음식이 허 끝을 감복스럽게 했고, 덕분에 낮간술 들이켜고 돌아왔더니 잠도 솔솔 왔다. 눈이 내리는 날들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데 예전처럼 설레지도 않는 게 나이가 나이인가 보다 싶기도 했다. 낮간술 후 다이소에 들러 예전에는 부끄럽거나 등한시했던 내복을 내손으로 사는 행위를 해보았다. 추운 게 싫다. 물론 더운 것도 싫다. 올해는 화분들을 방으로 들이기 싫어서 베란다에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헌 옷들을 화분 위에 얹었는데. 찬바람이 들지 않아서인지 잎 떨굼 현상이 멎고, 오히려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가 효과가 있을지 기대되긴 하지만. 적당한 난방을 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 봐야겠다. 일기를 두 번만 더 쓰면 2025년도 끝난다. 영업직도 아닌데 갑자기 늘어난 송년회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찾아줄 때 나서야 늙은 나이에 결혼이라도 하면 와주지 않겠는가 싶기도 하고. 할 수 있겠나 싶은 게 진심이고. 좋은 날들이 있으면 좋겠다. 복직하겠다고 인사 온 친구가 같은 부서도 아닌데 천안에서 "뚜쥬르" 빵을 사 왔다. 뚜레쥬르가 뒤따라하며 이름을 뺐으려 했었다는 천안 전통의 집이라고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 맛은 제법인데 고칼로리로 겨울 방어처럼 배에 기름차는 사람이 되었다. 돌아오는 주간에는 방어 두 번 정도 먹으면 좋겠다. 좋은 안주에 술 맛깔나게 먹고 집 잘 찾아오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지난 주말 아래층 사람이 술 먹고 난동을 부려 경찰이랑 같이 집까지는 왔다는데. 비번을 모르는 지라 소란이 벌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무서워서 밖에 나가보지 못하고, 이불속에 얌전히 있다가 다다음날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들었다. 술을 먹더라도 정신은 잘 챙기는 사십 줄을 살아야겠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