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 후레쉬 51

by 주씨 후레쉬

영업사원도 아닌데 송년회가 이렇게 많다고 할 정도의 주간을 보내고 있다. 주 5일 근무 중 4일을 술을 먹었고, 소주를 들이켰다. 원래 연말에도 약속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인데 올해는 유독이다. 사실 작년부터 인간관계의 폭을 좁혀나가고 있다. 주도적이 아니더라도 좁혀지고 있기도 하다. 대신 깊고 짙은 사이와 좋은 시간들을 가지고자 하는데 하필 그들과 올해 연말 일정이 유독인 게다. 취중 오가는 업된 말들과 비속어 섞인 즐거움이 있기도 하고, 그 안에 서로 간의 뼈 있는 어드바이스도 할 수 있는 사이들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12/25부터 1/4까지 열흘을 꽉 채워 쉬는 것을 꿈꿨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조직개편에 따른 무언가들은 총무팀에게 연말 변수로 상존한다. 상존하는 걸로 보니 변수가 아니고 상수일 수도 있다. 자그마한 소규모 공사를 해야 하고, 팀 구성상 그러한 일들을 맡기기에 누구에게도 마땅찮으니 하루 이틀쯤 나와야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친구네 집 싱가포르 방문은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진행해야 되는 일에도 서로 믿는 사이로 조율과 협조를 쌓아가는 업체와 사람들이 있어 고맙게도 수월할 테다.


시무식 준비도 해야 하는데. 사실 업무 분장에 따르면 내 업무가 아닌 것을 3년째 하고 있다. 콘텐츠를 준비하고, 누군가의 콘텐츠도 채워줘야 한다. 사회도 봐야 하고. 딱히 어렵지는 않으나 복잡스럽고 연말 바쁨에 부가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점은 조금 못마땅하기도 하다. 사회생활하는데 합리성 찾고, 마땅한 상황만 찾아댈 나이도 아니고. 해야 되면 하게 됐으면 그냥 생각 없이 하고 나면 된다.


고등학교 시절 만난 친구들끼리 1월 내 생일즈음 모여 각자의 계획을 세웠었는데. 다행히도 다 같이 못 지킨 것 같아 내심 좋은 편이다. 72kg까지 빼보겠다는 내 목표는 73.6kg에서 돌아와 75kg 정도는 유지하고 있고, 나이 탓이나 능력 탓이나 뭐 여러 문제로 아직 이직은 하지 못했다. 일본어를 배워보겠다는 목사친구나 마라톤을 완주하겠다는 체육부장 출신 친구나 필라테스 영상을 콘텐츠로 유튜브를 해보겠다던 강사 친구나 수영을 배우겠다 했으나 남편 따라 낚시만 다니는 친구나 모두가 다 같이 못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스무 해 넘게 변했어도 변하지 않는 모습도 나름 좋다고 생각한다.


뭐 물리적 시간으로 열흘이 남았으니 다 같이 기적적으로 이루는 것도 멋져 보일 것 같기도 한데. 그러지 말고 사십대니까 그냥 다 같이 푹 쉬는 연말을 보내면 좋겠다. 일요일이지만 업무를 해야 하니 해내고, 저녁즈음 몸져눕거나 사우나를 다녀와야겠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사우나단 1기를 만드는 게 있는데 몹시 고민이다. 사우나를 좋아하기는 하나 그분들과 콘텐츠에 대해 공유를 하기도 하나. 사실 사우나를 혼자 고즈넉하게 무념무상 무위자연의 모습으로 즐기는 스타일이기도 하니까. 스타일을 해할까 고민이다. 사우나 덕에 알게 된 어떤 가상의 인물도 올해 내에 현피라는 걸 해보기로 했었는데. 심지어 다니는 목욕탕이 계속 겹쳐 물어보니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을 안 순간 소름이 돋기도 했는데. 올해 내에 현피도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저 지지고 싶고, 지져지고 삶아지기 좋은 곳들에 대해서 대화는 하고 싶은 마음은 한증막 수증기만큼 밀도있다.


다음 주 올해 마지막 오십 두 번째 일기를 어찌 써야 하나 고민스럽지만. 결국 고민 없이 쓰게 될 다음 주의 내가 눈에 선하기도 하고. ENTP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짤 중에 "올해 나로 인해 상처받았다면, 내년에는 상처받지 않도록 네가 잘해."라는 내용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민은 해야 될 것 같기도 하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흑백요리 아기맹수 너무 귀여운데 어쩌죠.
아기맹수의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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