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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후레쉬 Dec 08. 2022

월드컵은 향기를 남기고

#주소사산문집_B009 /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전을 보고 출근을 해서, 월급 루팡의 마음으로 회사에서 이 글을 쓰고 있었는데. 회의를 하다가, 보고를 하다가 글을 마무리하지 못해 발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틀이나 지나버렸지만 이제야 마무리를 해봅니다.




2022년 12월 6일, 눈이 내리는 아침입니다. 새벽녘 브라질을 넘어서 8강에 올랐다면 더 낭만적이었을 테지요. 하지만 기대 이상의 경기력에 우리가 언제 이렇게 강팀들과 대등하게 경기를 했었나 싶기도 하고, 16강으로 올라오는 과정이 극적이었던지 울림은 더 컸습니다. FIFA에서 조차 대한민국 응원 영상과 카타르 월드컵 공식 주제가 정국의 Dreamers 노래를 편집해서 단독 콘텐츠로 업로드할 정도였으니까요. 2002년 월드컵 바로 전 해에 태어나 슛돌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의 슛돌이가 된 이강인의 대 활약은 우리의 가슴에 미래라는 불을 지피기에도 넘쳐흘렀습니다. 여러모로 낭만과 향기를 남기고 있는 월드컵입니다.



#어쩌면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

네이마르, 메시, 호날두, 수아레즈 등 시대를 족적을 남긴 선수들에게 마지막 월드컵이기도 하고, 20세기 선수와 21세기 선수가 공존하는 마지막 대회라는 카타르 월드컵입니다. 92년생 손흥민도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지요. 박지성, 기성용과 같이 애국심으로 국가대표 경기를 리그와 계속 병행한다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는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손흥민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심히 걱정입니다. 울보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두 번의 월드컵이 슬픔의 눈물이었다면, 이번에는 16강 진출에 복받친 기쁨의 눈물이어서 참 좋았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경기 직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마스크를 쓰고 쉬이 확보되지 않는 시야에도 국뽕 치사량을 주입한 게 누 군데 말이죠. 모쪼록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2026년 북중미 월드컵도 함께 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 이승우의 재발견

어쩌면 이번 월드컵 즈음에는 국가대표로 뛸 거라고 10여 년 전부터 기대했던 선수 중 하나가 이승우 선수였을 겁니다. 바르샤 유소년 3인방 중에서도 돋보였고, 리틀 메시 코리안 메시라는 칭송을 받으며 손흥민의 병역면제 골까지 꾸준히 성장해왔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라운드에 있었어야 할 이승우 선수는 SBS 중계석에 앉았습니다. 바르샤 출신으로 당돌한 행동이 고까웠는지 미움도 많이 받았고, 해외리그를 전전해온 그가 K리그에 복귀하여 활약할 때 월드컵 승선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끝내 외면을 받았습니다. 외면 속에서도 멘탈의 힘으로 이겨낸 이승우는 월드컵 직전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훈련소에 다녀왔는데요. 훈련소에서 밤에 조교 몰래 훈련병들이 수다를 떨기도 하는데 거기서 입이 풀려온 건지. 수많은 어록을 남기며 안정환 천하이던 중계 경쟁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SBS가 MBC에 자그마한 차이로 시청률이 뒤지는 이승우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승우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그라운드에 있을 때가 멋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외국인 감독이 계속 국가대표를 맡는다면 현실적으로 피지컬이 약한 이승우는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인이 된 상태에서 피지컬을 강화하기는 더 어려울 것 같고, 스피드나 공간 창출 시야, 드리블 등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면 어떨까 합니다. 거기에 덧하자면 2022 시즌 K리그에서 보여준 이승우의 더 돋보이는 점은 휘슬이 울릴 때까지 넘어져도 일어서는 멈추지 않는 공에 대한 집착이었습니다. 강점에 강점을 더해 다음 월드컵에서는 그라운드에서 만나기를 응원합니다. 


#선수층과 피지컬

벤투 감독이 대한민국 감독으로 거의 원툴로 팀을 운영한 것은 어느 정도 맞습니다. 극단적 원툴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이를 받쳐줄 만한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앞으로 대한민국은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으로 엘리트 스포츠로 향하는 선수는 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구절벽이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듯 축구선수 수급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터이니. 선수층을 어찌 두껍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직면한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인구 40만의 아이슬란드가 직업이 있는 사람들을 선수들로 구성해서 유로 2016 8강에 든 것은 정말 기적이고 동화일뿐입니다. 적은 인구에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가 결코 아닙니다. 인구문제가 해결되어서 여러모로 잘되면 좋겠습니다. 축구까지도.

한국은 피지컬 위주로 기술축구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선수들이 많은 나라기도 합니다. 이번 월드컵을 보며 느낀 점은 아직도 피지컬의 중요성은 유효하다 였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피지컬이 좋아졌다 해도 유럽 선수들과의 몸싸움을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었죠. 함께 카메라에 잡히는 모습에는 덩치의 차이가 확연한 경우도 많았죠. 차선책으로 한발 더 뛰어야 했고, 체력 소진은 빠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지컬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더 많은 해외진출을 통해 덩치 큰 선수들 사이에서 이겨내는 방법을 자연스레 계속 익혀나가는 것 밖에 없을 텝니다. 해외리그에서 더 많은 선수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싫은 건 싫은 거고, 배울 건 배우고

일본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꾸준하게 플랜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축구 굴기와는 다른 실현 가능성 있는 초장기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죠. 21세기 들어 일본은 4번의 16강 진출을 이루어냈고, 협회의 지원과 스폰서를 무기로 하지만 꾸준히 어린 선수들을 유럽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긴 것도 일본의 많은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영향도 있을 겁니다. 익숙한 스타일의 축구에 익숙한 스피드에 대비할 수 있었죠. 정말 2050년 월드컵 우승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밉고, 증오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우리도 잘 나가려면 좋은 점은 얼른 배우고 따라잡아야 합니다. 잦은 감독 교체와 끊임없는 비난으로만 대한민국 축구가 성장하지는 않습니다. 삼성과 금성이 일본의 TV와 마이마이를 뜯고 뜯어 부품 하나하나 분석해 초격차에 오른 것처럼. 일본의 2050년 월드컵 우승 프로젝트는 어찌 운영되고 있는지도 샅샅이 뜯고 뜯어 분석해본다면, K월드컵 우승 프로젝트의 길도 조금씩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소망이 있습니다.


#벤투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월드컵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국가대표 감독 이후 어느 정도 내리막에 처해 있었던 상황이기도 했고, 4년간 준비과정에 재미없는 축구라는 평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뚫고, 결국엔 본인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벤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대한민국 전 패배 이후 유일하게 인터뷰에 응했던 포르투갈 선수였습니다. 인상 깊게도 경기는 진 거고, 같은 조인 미국과 대한민국의 16강전 선전을 기원하며, 왜 졌는지 분석을 해서 다음 유로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담담하게 말을 했었죠. 이번 포르투갈 국가대표 감독은 벤투가 해임되면서 긴급 투입되었던, 벤투의 유소년 시절 스승님이었다는 점도 재밌는 이야기 같습니다. 결국에는 청출어람으로 승리를 가져와서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하고요. 가나전 선수들이 퇴장당할까 본인이 달려가 심판과 싸우는 장면은 우리가 쉬이 회사에서 느끼지 못하는 '리더십'이라는 단어에 담긴 카타르시스였습니다. 벤 버지 감사했어요, 4년간 노잼 축구라 한 점은 죄송합니다.


#CU@K리그

2002년 월드컵 3,4위 결정전 터기와의 경기에서 플래카드는 CU@K리그였습니다. 월드컵에 보여준 열기를 이어 자국리그에서도 보여달라는 거였죠. 2002년 월드컵 이후 K리그 열기는 어마어마했고, 연말에는 독일과의 리벤지 매치에서 K리그를 대표한 이동국이 발리슛을 꽂아 넣으며 기운을 이어나갔었죠. 하지만 그 열기도 1-2년 후에 잠잠해지고, 다시 국가대표 중심의 나라가 되는 건 무한 반복입니다. 앞으로 국가대표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K리그에도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을 주는 것도 중요할 겁니다. 끊임없는 관심에 축구장에 다가가는 사람이 많아야, 축구인구가 늘고 좋은 선수가 나올 확률도 높게 될 테니까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구단의 투자가 되어야 팬들이 모일지. 팬들의 관심이 많아질수록 투자가 늘어날지. 유럽리그들처럼 축구가 돈 버는 산업이 되려면 팬이 먼저인지, 구단의 투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정 수준으로 잘 버무려져서 K리그에 많은 관중이 소리치는 날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내년에도 욘스 볼 최용수 감독의 강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그날까지 CU@K리그.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기억에 의존한 글입니다. 혹시 틀린 내용이 있다면, 너그러이 이해하시고 올바른 정보를 부드럽게 댓글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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