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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후레쉬 Dec 11. 2022

두서없는 이야기 3

#주소사산문집_B009 / 주말 종료 일기는 일기장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무릎

풋살을 나가지 않은지 한 달이 되어 갑니다. 일요일 시간이 더 여유로워지긴 했습니다. 시즌 아웃을 택한 덕에 무릎 열감 사라졌고, 한의원에 다니지 않습니다. 염증이 많이 줄어들었나 봅니다. 내리막에서의 통증은 있지만 평상시에는 괜찮은 정도가 되었습니다. 무릎을 보전하면서부터 살이 3kg이나 쪘습니다. 두어해 전만 해도 풋살팀 세 개를 뛸 때만 해도 이상이 없었는데, 나이가 드는 건지 축적된 아픔이 몰려오는 건지. 아무쪼록 이번 겨울을 잘 이겨내서 봄에는 다시 뛰고자 합니다. 오랫동안 좋아하는 공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환갑까지.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무릎. 중꺾무.


#당근에서 외국인을 만났다

당근마켓은 참으로 글로벌합니다. 판교에서 아이티 회사 사람들이 중고거래나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당신 근처의 마켓 당근마켓. 당신 근처에는 외국인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국말을 쓰는 것이 매너일진대 영어로 당당하게 물어보기에. 문법과 시제는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날려댔습니다. 친구의 남편인 영국 사람이 너의 발음은 이태리 사람 같아 아시아권의 발음인 와이프보다 낫다며. 마음껏 의사소통이 되니 문법이나 시제는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걸 믿고 딱히 공부를 하지 않아 영어 수준은 항상 그대로입니다. 애니웨이, 당근 속의 외국인은 약속시간을 일방적으로 바꿔달라 하며 새벽 서너 시쯤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러고는 몇 시에 보는 게 좋겠냐는 빡침을 슬쩍 내려 둔 정중함에도 띄엄띄엄 대답을 하는 것이 매너가 좋지는 않습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의 매너가 무엇인지 똑똑히 가르쳐줘야겠습니다. 당근 포리너가 반성을 하며, 랭귀지 익스체인지 프렌드가 되자며 좋은 제안을 해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미용실에 떠드는 사람은 별로 없구나

수세미와 같은 머리를 돌보고자 세 달 만에 다운펌을 했습니다. 처음 연희동에 이사 와서 집에서 제일 가까운 미용실에 유일하게 시간이 비어있던 디자이너 선생님한테 머리를 맡겼었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선생님은 까까머리 수준의 짧은 머리를 보고, 머리를 기르면 더 얼굴이 살겠다며 자기만 믿고 기르고 펌을 하자고 했었죠. 그리하여 군대 가기 전 이후로 처음으로 머리를 다시 기르기 시작했고, 수세미 같은 머리의 지저분함을 이겨내고자 2-3주를 간격으로 머리를 맡겼습니다. 1년에 20회 이상을 만나니 친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엄청난 수다 친구가 되었버렸고. 서로의 조카 얘기며 드라마 얘기며 술집이나 카페 추천에 시답지 않은 대화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는데. 두어 시간 펌 시술을 해야 하는 날, 열처리를 하며 잠시 수다가 잠잠해질 즈음 느끼게 되는 것은 미용실에 떠드는 사람은 별로 없구나입니다. 보이는 라디오와 채팅창이 없던 시절의 라디오 DJ는 이런 기분일까 싶습니다. 아무쪼록 수다를 함께 해주시며, 머리를 다시 기르도록 인도해주신 연희동 노랑머리 선생님에게는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기서 심심은 甚深으로 Free가 아니옵고 Deep 한 느낌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한자교육이 얕아진 시대에 논란이 많은 표현이라고 하여 혹시나.


#크리스마스트리를 안 한다고요?

회사에 하지 못한 말 슬쩍 여기에 해봅니다. 트리 해줘요!

러시아의 명분 없는 전쟁으로 세계가 에너지 공포에 빠졌습니다. 그 여파는 회사 생활에도 닥쳐 총무파트 차원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올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아이참. 전구만 안 하고 트리는 설치해주면 아이 됩니까라고 건의하고 싶지만, 제가 총무를 떠났다고 이런 말 쉽게 한다 할까 꾹 참아 보았습니다. 대신에 우리 팀 파티션 위에 산타 인형을 슬쩍 올려놓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다이소에서 5천 원밖에 하지 않는 녀석인데, 제법 귀엽기도 한 것이 빤히 쳐다보며 걱정인형 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아무튼 좋습니다. 푸틴 때문에 크리스마스트리가 회사에 없는 것은 참 부당한데 러시아말은 딱히 못 하니 항의하지 않고 참아 보겠습니다. 한겨울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에너지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의 사람들이 별일 없으면 좋겠습니다. 산타는 푸틴에게는 선물을 주지 말길 바랍니다.  


#올빼미

영화 올빼미를 보았습니다. 영화 자체의  재미와 배우들의 연기는 둘째 치고, 실록과 사화에 표현된 한두 줄을 가지고 공백을 채워 픽션을 꾸려내는 작가의 능력이 몹시도 부러웠습니다. 상상에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어머 깜짝야 눈부셔 눈부셔 눈부셔 이건 뭐. 사실 브런치를 하면서 든 생각인데, 세상에 글을 업으로 삼지 않으면서도 잘 쓰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부러운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구나였습니다. 10여 년간을 꾸준히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고, 배움을 가졌던 친구가 올해 신춘문예에 등단을 했습니다. 아는 분의 이모는 정년퇴직을 하고 글을 본격 시작하여 등단을 했습니다. 모래알만 한 재능에 끊임없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부러워만 하는 어리석은 주말 저녁 밤입니다. 아는 베스트셀러 작가님과 DM으로 지난주에 대화를 나누었는데. HR 업무를 하면서 자기소개서를 그렇게 분석하며 보는데 당연히 글 실력이 계속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클래스나 글 모임에서 좀 만나자며. 올해 새로 쓴 책에 고마운 독자로 이름도 슬며시 넣어주셨는데 기대에 부응해보아야겠습니다. 작가님께도 심심한 감사를. Deep 합니다.


#달포

올빼미에 달포라는 단어를 듣고 불현듯 노량진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법원직인지 검찰직인지 시험에 나왔었는지 모의고사에 나왔었는지. 아무튼 달포라는 단어의 뜻이 국어 문제에 나왔던지라 강제로 알고 있는 단어입니다. 아마도 틀렸기에 기억하고 있나 봅니다. 달포의 뜻은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정도로 영어로는 about a month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저처럼 평소 생활에서 쓰지도 못하는 단어를 알고 있는 기이함을 함께 느끼시기 바랍니다. 김영하 작가님이 글 쓰는 사람은 낱말을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달포도 꼭 수집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브런치를 하면서 참 재밌는 것이 힘껏 힘을 주어 노력해서 쓰는 글 보다 술술술 대강 써보는 글들의 조회수나 라이킷이 많습니다. 사실 라이킷은 고만고만합니다. 태그에 담긴 알고리즘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입이 포털이 아닌 브런치 내부가 많은 것 보면 딱히 연관성이 짙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무쪼록 꾸준하게 써보겠습니다. 당근 포리너도 만나고,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아야 하는 주말 밤입니다. 원래 생활 패턴 상 밤 10시에는 자는 편인데, 재벌집 막내아들 때문에 일요일 밤에도 늦게 자기 일쑤입니다. TV쟁이 드라마 쟁이에게 궁금증을 일으키는 콘텐츠의 영향력은 이리도 큽니다. 그리하여 일요일에 조금 늦게 자고, 월요일 점심에는 회사 라운지 빈백에 널브러져 잡니다. 다행히도 짧게 자도 수면의 질이 좋아 피로가 금방 풀리기는 합니다. 아이브 애프터라이크 가을이가 부르는 파트에 대어보자면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잘 자는 거야."




드라마 스페셜의 계절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지은 배우가 나오는 <낯선 계절에 만나>를 이번 주에 놓쳐버렸습니다. 얼른 주말 마무리로 시청을 해야겠습니다. 다들 주말 마무리 잘하시고, 내일 수도권에는 오후는 눈이 온다고 하니 마음의 준비 말고, 우산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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