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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후레쉬 Dec 18. 2022

올해 나는 잘했다.

#주소사산문집_B010 / 2022년 연말결산(1)  - 에코 프렌들리


매년 12월 31일에 한 해를 돌아보는 건 식상하니 2주나 당겨서 마감을 해보고자 합니다.

인간관계가 어땠느니 좋은 일은 뭐가 있었느니도 식상하니 구체적으로 잘한 일이 뭐였나 한번 끄적여봅니다.

못한 일은 그냥 잊기로 했어요. 진정한 망년 아니겠습까. 망한 망년이든 잊을 망년이든 뭐가 중하겠습니까.

지나간 일 후회해봤자니 좋은 일 잘한 일만 기억할랍니다.


올해는 평소보다 친환경 행보에 신경을 써보았습니다. 에코 프렌들리 맨!

참을 수 없이 덥고, 춥기도. 봄가을은 짧다가도 갑자기 길어지고. 폭우 서울 한복판이 잠겨버리기도 하더니. 갑작스러운 폭설에 옴짝달싹 못하는 겨울까지. 환경의 반격에 속수무책인 2022년입니다. 원래 분리수거에는 철저했던지라 괜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러다가 종말이 당장 내일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을씨년스러움에 올해는 의식적으로라도 친환경스러운 삶을 더 살아보고자 노력해보았습니다.


#전기자전거 모페즈바이크

전기자전거 자토바이 중에 제일 예쁜 너의 이름은, MOPEZBIKES

전기자전거가 생기면서 <3보이상 차량운행> 신조를 깼습니다. 모페즈바이크라는 브랜드는 간지가 나기에 타고 다니기에 좋습니다. 차를 타도 버스를 타도 모페즈바이크와 함께해도 회사까지 출퇴근은 15-20분이기에. 날이 안온한 날들에는 모페즈바이크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돈을 많이 세이브했습니다. 주차 1 급지인 시청역 근처에 차를 가지고 다닐 때는 최소 월 주차 23~25만 원에 유류비 기본 10만 원 정도를 더하면 한 달에 30~40만 원은 그냥 사라졌는데. 다행히도 반년 정도는 모페즈 바이크가 제 통장을 풍요롭게 해 줬습니다. 통장은 뭐 행복했다 치고, 탄소배출은 얼마나 줄었나 산출해보면. <3보이상 차량운행>의 신조에 희생되어 온 저의 애마 <순양자동차 SM6>의 탄소 배출량은 140g/km 정도라고 하니.


(140g × 출퇴근 거리 6km × 2회) × (출퇴근 20일 × 6개월)  = 201,600g = 201.6kg


저는 올해 차량 운행을 줄여 대략 200kg의 탄소를 덜 배출 해내버렸네요. 약소하지만 대기 질을 개선하는 데 일조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내가 해냄. 소 한 마리의 탄소배출량이 1년에 100kg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제가 소 두 마리는 숨 못 쉬게 해 준 셈이니 소고기는 마음 놓고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얼른 다시 안온한 날씨가 되어서 모페즈바이크로 출퇴근하고 싶습니다! 정말 간지가 나거든요.


#정속 주행

캐롯퍼마일 자동차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캐롯 어플은 운전을 마칠 때마다 정속주행을 했니 마니 점수화해서 보내주는데. 시험의 노예 경쟁 심리 베이스의 한국사람으로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추운 겨울 다시 차로 출퇴근을 하는데 운전을 하면서 하루하루 점수 좀 잘 받아보려 노력합니다. 정속 주행을 하면 연비가 15% 정도는 좋아진다고 하니 요것도 제법 잘한 일 같습니다. 그깟 점수가 뭐라고.

애니웨이 정속률 96%!! 상위권 ㅅㅌㅊ!

캐롯퍼마일의 착한 고나리질 감사합니다.


#텀블러와 유리컵, 그리고 대나무 화장지

어느 날 회사 책상 위를 보았는데 하루에 종이컵이 서너 개씩 쌓이는 것에 죄스러운 마음이 생겨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작년 말부터 시작해서 올해는 종이컵 사용을 유별나게도 줄여보았습니다. 텀블러가 여러 개 있는 것도 죄라며 당근에서 나누거나 팔아 치워 보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텀블러와 유리컵을 쓰는데, 출근을 해서 노트북이 부팅되는 시간에 갠소 텀블러와 유리컵을 씻습니다. 수포자지만 탄소배출량도 계산해 본 김에 종이컵을 몇 개를 아꼈나 산출해보면.


(출근 20일 × 12개월) × 하루 4개 = 960개


종이컵 250개를 만드는데 소나무 한그루가 기본이라고 하니, 서너 그루의 소나무는 제가 지켜내었습니다. 소나무 한 그루당 탄소 흡수량은 11kg 정도 된다고 합니다. 차로 출퇴근하며 배출하는 탄소 200kg 중 40kg은 스스로 해결해 낸 느낌입니다. 잘했어 라이코스. (이 글 읽으시면서 라이코스 아는 분은 나이 든 겁니다.) 


종이 관련해서 하나 에코 프렌들리로 더 잘한 일을 돌아보면. 화장지가 똑 떨어져 쿠팡을 뒤지다가 대나무로 만든 화장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대나무가 말이 나무지 사실은 풀떼기로 밑동 댕강 잘라도 다시 90일에 최대 25미터까지도 자라난다는 정보와 함께. 요런 저런 정보를 알게 되었으니 구매해보았습니다. 다른 녀석들보다 다소 가격은 30~40% 더 나가는 느낌은 있습니다만! 펄프용 다른 나무를 베어서 키우는 시간을 생각해본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고, 30 롤이면 독거노인이 1년 넘게 쓸 텐데 돈 조금 더 썼다는 것도 까먹는 건 순식간이기에. 망각의 동물 파이팅. 대나무 화장지는 먼지도 없어서 만성 비염환자인 저에게는 개꿀이었다고 합니다.



#브리타정수기

환경을 생각하는 음용 습관, 브리타정수기

올해 친환경 행보로 잘한 마지막은 12월 18일(토) 바로 어제! 브리타 정수기를 산거였죠. 혼자 사느라 정수기 렌탈이나 구입 비용이 조금은 부담되어 지금까지 500ml 생수를 사 먹고 있었는데요. 집에서 2달 주기로 60병 정도 구매해왔으니 1년 360병 정도의 PET병을 배출하고 있었습니다. 500ml PET병 1개를 만들고 생수라는 제품을 만드는 데까지 약 250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하니 저는 연간 90kg의 탄소를 만들어내는 악당 행세를 한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이만큼은 줄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종이컵 사용하지 않아 줄인 탄소 배출 40kg +  PET병 생수를 먹지 않음으로써 줄인 탄소 90kg. 아마도 내년에는 차로 출퇴근하며 배출하는 탄소 200kg 중 130kg은 스스로 처리해내는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사과한 전범국 독일에서 시작된 브리타정수기는 수돗물을 코코넛 야자수 베이스로 만든 필터에 정수시키는 전기를 1도 사용하지 않는 착한 주전자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어제 하루 동안 브리타정수기로 정수한 물을 수시로 마셔본 결과 물 맛도 먹는 샘물 생수에 별반 차이도 없는 데다, 유튜브로 찾아본 수질검사 결과도 몹시 흡족하였습니다. 디자인도 제법인 게 착한 사람이 된 것 같은 12월입니다. 덧하자면 집안에 꼴 보기 싫게 쌓여있던 생수병이 안보이니 기분도 좋고, 화분을 놓을 자리가 생겨버렸습니다.




본디 되는대로 사는 사람으로서 제로 웨이스트나 탄소제로 탄소중립에 도전하는 착한 분들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소소하게 의식적으로는 살아보고는 있습니다. 샤워를 하면서 물을 계속 틀어 놓지도 아니하고, 간단한 설거지를 할 때 세제는 쌀알만큼만 묻혀도 충분한 거품이 난다는 것도 알아버렸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샤워를 할 때 머리를 감을 때 바디샤워와 샴푸 펌핑은 한 번만 해도 충분하기에 습관적 두 번의 손짓에 멈칫하기도 합니다. 물이 샤워기로 올 때까지 보일러로 온수를 데우고 물을 힘차게 보내기 위해 펌프를 돌리고, 거품들을 정화하기 위해 또 전기를 사용하는 활동들이 있을 겁니다. 전기를 만들 때도 탄소는 꾸준하게 발생할 테고요. 올해 많은 생활 속에서 많은 변화를 했지만 부족할 겁니다. 조금 더 의식적으로 살아서 지구형님을 릴랙스 시켜서 환갑쯤 나이 들었을 때도 사계절이 적당한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춥고 더운 건 진짜 질색이거든요. 정년 후에는 저도 좋은 날씨에 놀러 다녀야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안온한 봄과 가을을 좋아합니다.   



[모페즈바이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opezbikes/

[브리타정수기 수질검사] https://www.youtube.com/watch?v=7_1SO0cfR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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