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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후레쉬 Nov 20. 2022

되는대로:P_ 적당히

#주소사산문집_B005 / 잘하는 것보다 저는 재밌는 게 더 중요해요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로 펜그림을 끄적인다.

금방 일 줄 알았건만, 한 시간이 훌쩍. 참고로 그림은 여수 거북선 대교다. 


"이음새 부분 선을 끝까지 잘 이어주면 더 잘 나올 것 같아요..."


몇 해 전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가 과로사 시즌을 한창 즐기며

만났던 그림 선생님이 마무리를 끝까지 하면 정녕 더 그림이 좋을 거라며 했던 말인데.

그 말은 여전히 귓잔등에 흘려보내고,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 펜 뚜껑을 닫는다.

이 만큼 그린 것도 재밌었고, 잡념 제거라는 본 목적은 달성했고,

그림도 아주 나쁘지는 않은 퀄리티니까.


코찔찔이를 겨우 벗어난 초등학교 4학년 운동회.

달리기에서 1등으로 달리고 있던 주씨후레쉬는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누가 따라오나 고개를 돌렸다고 한다.

일개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그리 큰 탄식이 나오는 순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바로 뒤에 쫓아오던 외자 이름을 가진 녀석에게 역전을 당했고,

손등에 2등이라는 스탬프를 남겼다.

물론 아쉬웠지만- 꼴찌는 안 했고, 내가 제일 잘 달리는 건 그 수많은 사람들이 알았잖아?


승부욕이 없지도 않아 열병이 잦은 악바리 같은 성격도 있지만-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피로사회에 일조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가득 품고 있다.


"항상 열심히 해야 해, 최선을 다 해봐."

라는 말에 주씨후레쉬 목에 핏대 올려 반론을 제기한다.


"항상 그러면 병납니다 병나요. 꼭 해내야 하는 것만 최선을 다하고, 좀 즐깁시다."

"사실 저는 잘하는 것보다 재밌는 게 더 중요해요."

"즐기다가도 꼭 해야 되는 순간이 오면 이음새를 잘 매울 자신감만 갖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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