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씨 후레쉬 Mar 25. 2023

얼룩말 세로는 무슨 꿈을 꾸었나


'늦'잠을 이루지 못한 토요일 아침. 주말 아침 당근거래는 90퍼센트의 확률로 펑크가 난다. 거하게 드셨는지, 주중의 피로감을 이겨내지 못하셨는지. 약속을 중히 여기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지는 않다.


멍하니 있기도 뭐한 아침. 대이직시대 인사담당자의 멘탈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는 없다. 원래 인사담당자는 마인드가 다르겠거니 하는 걸까. 사람인데.


주중에 어린이대공원에서 로라는 얼룩말이 탈출했다. 2005년도 코끼리 탈출을 직관한 사람으로서 감흥이 크지는 않았다. 외모지상주의로써 잘생긴 외모가 눈길이 갔고, 왜 탈출했을지 마인드맵을 그려 감정이입이 되는 아이라고나 할까.


2018년 평생직장이라 생각한 회사에 사직서를 쓰고, 한라산에 올랐다. 당장 다른 회사로 갈 생각도 없었고, 뭘 해야 할지도 생각조차 안 해본 터라 자유감은 턱끝까지 차오른 숨결만큼이나 가득했다. 11시간의 걸음걸음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피어나기는 했지만.

 

얼룩말 로도 문밖을 나서면 마음껏 뛰어다닐 초원이 펼쳐졌을 거라고 상상했을지 모른다. 허나 처음 보는 자동차들이며 미로 같은 골목길에 당황스럽고, 세상이 고요한데 다그닥다그닥 들리는 내 발소리는 신경 쓰이고. 다시 어린이대공원의 작은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길은 기억나지 않아, 잠시 꿈을 꾼 거라 믿고 순응의 길을 걷는 마음의 굳은살을 만드는 주말일 테다.


마음의 굳은살을 만드는 게 직장생활인지 흔쾌히 알려주는 이는 없다. 반년 간의 '백수가 과로사' 시절을 좋은 꿈이라고 여기고, 다시 울타리 안에서 가뿐 숨을 몰아 쉬는 날들이 염증이 되어 열감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백수가 과로사 시즌2가 필요한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글을 안 올리면 운동처럼 하라고 알람을 울려 주는데, 재작년 자그마한 상을 받고나서는 글이 술술 쉬이 써지지 않는 기묘한 현상이 있으니 양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자부심은 찬바람을 막지못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