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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후레쉬 Jan 13. 2024

이런저런 이야기

주말 출정식


#이런저런이야기


서럽게도 늦잠에 실패했다. 자정이 넘어 퇴근해서 정리를 하고 한시 두시가 되어 겨우 잠에 들었건만. 어김없이 눈은 떠져버렸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서라기보다 열여섯시간을 회사에서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태생이 늦잠 못자는게 서럽다.


어제 야근에는 두어번의 고비가 있었는데. 때마침 형아와 형수가 우주 재롱잔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내줬고. 둔탁한 마음은 사르르 녹아버렸다. 내새끼도 아닌 것이 한눈에 쏙 들어오고, 언제컸나 싶은게 찡하고. 엄마가 운동회 마스게임에서 제일 뻣뻣한 애 찾으면 어김없이 나라고 했는데  이런건가 싶다. 다섯해째 심각한 조카바보의 삶은 그런거다.


서태지 시대유감 뮤직비디오가 음원 발매 서른해를 채우기 전에 나왔다. 사회를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고. 가사를 빼버린채 연주곡으로 발매해버리는 서태지의 패기가 있던 곡인데 언제들어도 뜨겁다. 다음 주 월요일 저녁에는 에스파가 리메이크한 시대유감이 나온다하니 퇴근길이 설레겠다.


어제는 근처 자리에 앉은 이십대 초반의 직원이 퇴사를 했다. 일도 잘하거니와 성격도 제법인데다 몹시 단단하다고 여기던 아이였다. 엑시트인터뷰에서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많이 부여받았는데 스스로도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다른 부서 오퍼도 많이 왔지만 또 한계가 있을거라 생각해 더 성장해보고 싶다고 하며, 복수전공과 어학연수의 출정식 같은 인터뷰를 술술 진행했는데. 열댓살이나 어리지만 배우고 싶다고 느꼈다. 이 아이가 다섯해 동안 회사생활에서 감정에 휘둘려 화를 내거나 하는 일을 본적이 없다. 결심과 시작을 응원한다.


오늘은 하고 싶은게 있었는데. 네시 퇴근 목표와 상충된 자정무렵 탈출로 인하여 쉬는것이 좋겠다 싶다. 사우나를 하거나 세차를 하거나 요정도의 기분전환과 과분하게도 받은 생일 선물 택배박스를 뜯는 행위 정도만이 적당하겠다. 내일 풋살을 신명나게 하고프니, 체력 급속충전이 절실해졌다. 삼계탕이나 추어탕을 필히 섭취하고, 반드시 낮잠도 해내야겠다. 나름의 주말 출정식이다.


우선은 환친놈이니 환승연애 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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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글쓰기 #에세이

#야근 #시대유감 #휴식 #조카바보

#주말시작 #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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