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 사진을 보고 직장동료들이 깜짝 놀라곤 했다.
"언니야?"
"왜? 아나운서 느낌이지?"
"정말 독해 보이고 못되게 생겼다."
"호시절에 만난 걸 다행으로 알아. 20대 때 직장 상사로 만났으면 너네랑 겸상도 안 해. 성질 더러워서."
20대 날카롭고 사나웠던 성격이 운전면허증 안에 봉인돼 있다.
다행히 순리대로 변한 성격이 얼굴에 반영되고, 나이 들어 중력의 도움까지 받아 다소 처진 피부가 고마울 지경이다.
관상은 과학이라더니,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선고 공보를 쭉 펼쳐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예능 못지않은 웃음을 준다.
한번 쭉 정독하고 두어 번 들춰 봤다. 자꾸 다시 보게 된다.
공약은 보지 않는다.
결의에 찬 표정의 사진, 권력이 되어버린 약력.
권력이 뭐라고 다들 열심이네.
권력.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은 먹고 싶은 욕구도 생기지 않듯, 가져보지 못했던 것이라 다소 특권처럼 느껴진다. 한번 맛보면 술도 아닌데 취하고, 돈도 아닌데 재력을 갖게 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중독성이 강하고 뭔가 잘못된 것만은 확실하다.
불현듯 거울을 들여다본다.
얼굴에 살아온 인생을 숨길 수 없는 나이다.
구석구석 이유 없이 그냥 생긴 주름은 없다. 평소 표정과 습관까지 고스란히 담아낸다.
선거 공보 속 후보자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걸까.
표독스럽고 돈독이 올라 탐욕스러운 얼굴.
세상 인자한 미소로 인생 선배같이 품어줄 것 같은 얼굴.
가진 건 없는데 자존심만 잔뜩 세워 등이 굽어버린 다소 비굴한 얼굴.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선거 공보가 여느 베스트셀러보다 재미있구나.
사진출처: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