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후 4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인표 Apr 12. 2024

예쁘게 보아주세요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가 부커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글은 무기가 많지 않다.


자막과 번역에 대한 한계는 영화와 드라마도 매한가지겠지만 영화는 영상이나 음악의 엄호를 받지 않는가. 글보다는 최신식 무기를 장착하고 총알도 든든히 챙겨 무대에 선 것 같아 염려는 없다.


그런데 글은 작가가 쏟은 바를 번역한 모국어만으로 충분히 전달해야 하는데 옮긴이의 노력에도 어디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어 못내 초조하고 아쉽다.

한국 책을 읽고 나면 외국인도 우리와 같은 감동을 할까. 외국인은 어떤 공감을 할지 내 작품도 아니면서 괜한 걱정을 해댄다.


나만 해도 국내 작가 도서를 읽고 나면 한동안 외국 소설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번역된 글이다 보니 번역서 특유의 어투가 작가 필력과 차이가 난다. 문자를 옮긴 문장이라 모국어가 갖는 깊은맛을 다 알아채기가 어렵다.


참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괜스레 더 애가 탄다. 작가의 책도 번역되어 해외에서 접할 수 있다던데 이 곱디고운 표현을 외국인도 알아줄까. 번역된 단어라도 박완서 작가의 글맛을 느껴야 할 텐데 어쩌나 하는 마음에 노심초사다.


작가가 글을 썼던 계절의 공기까지 담고 있는 문장.

할미가 잔 머리카락을 곱게 정리해 주던 마른 손끝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문장.

솜털 이불 결을 스윽 훑듯 노곤히 쓸어주는 글.

힘을 뺀 단어가 얼마나 예쁜지 알아봐 주시길.




우리나라 작가 작품이 최종 후보작이 되었다니 부디 외국인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글을 읽어주길 소원한다. 나는 번역 도서에 아쉬움을 느낄지언정 외국인은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간곡한 마음이다.


우리나라 글이 마음에 닿으셨나요?

그냥 뷰리풀이 아니고, 그냥 굿이 아닌데 자세히 보아주세요.




사진출처: 본인(세상에 예쁜 것, 저자 박완서)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얼굴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