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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May 05. 2024

글로 쓸걸 그랬어



이 개새끼야, 정말 네 이야기를 하라고! 남의 이야기를 하지 말고, 네 이야기, 어디에 배치해도 변하지 않는 네 이야기 말이야! 나에겐 지금 그게 필요하단 말이야, 김 박사, 이 개새끼야.

(이기호, 김 박사는 누구인가?, 문학과지성사, 2013.)


참 원론적이고 형식적인 답변을 하는 박사에 관한 단편소설을 읽다가,

사연자만큼이나 답답해하다가,

이 무슨 궤변인가 짜증이 나다가,


마지막 페이지가 되고서야 깨닫고 만다.


나도 글로 쓸걸 그랬네.

친구에게 개새끼라 욕하지 말고 글을 쓸걸 그랬어.

어차피 개새끼라 욕해도 상대는 바뀌질 않을 텐데.

감정은 나만 상할 텐데 글로 쓸걸 그랬다.


작가는 다르구나.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또 깨닫고 만다.





사진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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