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남짓 하루도 쉬지 않고 뛰기만 했다. 6월만 들어 벌써 80km가 넘었다.
세상에 태어나 할 줄 아는 게 뛰는 것밖에 없는 사람처럼 눈만 뜨면 뛰었다. 아침 4시가 이른지 몰랐고 저녁 9시에도 늦은 줄 몰랐다.
그러다 마침내 오늘은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가 어깨를 잡아 쥐고 흔들어댄다.
-그만 뛰어. 그러다 다쳐.-
정신이 퍼뜩 든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고, 가끔은 두려워서 현실을 외면하는 동안 시간을 바닥에 몽창 쏟아버리고 말았다. 평일 낮에 시장을 가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한강을 뛰는 동안, 은퇴한 것도 아니면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노후생활을 같이 보내는 양했고, 손잡고 걷는 부부를 보며 안정적인 가정이 있는 양 원더랜드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러다 수년 만에 밖으로 나가보고서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된 걸 알아챘다. 사회에서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가치가 떨어졌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그래도 뛰기라도 하면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생긴 것 같아 뛰었던 건데 정말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일 비가 그치면 어떻게 하지?
그래도 그만 뛰어, 다쳐.
사진출처: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