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있지 아니함.
훗날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어냐고 물어왔을 때,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이라 답한 것은. (김애란, 비행운 '너의 여름은 어떠니' 중에서, 문학과지성사, 2012.)
내게 부재란, 필요할 때나 드러나는 것, 사람이 죽어야 느끼는 거였다. 기준에 따르면 가족과 반평생은 떨어져 살지만 그냥 그곳에 사는 거니까 부재는 아니다.
얼마 전 1년 만에 통화한 엄마에게 물었다.
-전화를 그런 식으로 끊을 땐,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는 의지 아니었어? 왜 전화했어?-
-자식이니까.
그러고 보니,
이제 세상에서 내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
그러다 엄마가 부재하게 되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사라지겠지.
부재(不在): 그곳에 있지 아니함.
국어사전을 뚫어져라 보고 있자니, 무엇이건 정말 그곳에 있지 아니한 게 될까 봐 두렵다.
아무도 없게 될까 봐 두렵다.
사진 출처: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