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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Jul 08. 2024

하늘 눈치를 보는 계절


하늘 눈치를 잔뜩 보는 계절이다.

장마가 길어지고 잦아지면 뛰고 싶어도 못 뛸까 봐 하루에도 몇 번씩 눈치 게임을 한다.


리틀 포레스트 일본 원작에 보면 여름 습도가 높아지자, 주인공이 공기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장면이 나온다. 참 일본답고 만화 같은 장면이라 여겼는데 요즘 같은 날씨엔 섬나라 습기 경력자다운 표현에 탄복하게 된다.


요 며칠 습도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야말로 습기 속으로 텀벙 다이빙해 허우적대는 꼴이다. 보이지도 않는 수만 개의 물방울에 발 구름을 하고 들러붙는 습기를 팔꿈치로 내치며, 러닝화를 오리발 삼아 고관절을 힘껏 내젓다가,

러닝 앱 정지버튼을 눌렀다.


숨이 턱턱 막히는 거야 익숙한데 머리가 진공이 되듯 붕- 웅- 세상과 차단됐다.


집에 가자,

땀에 절어 벌게진 얼굴을 하고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될 판이다.


주저리주저리 들러붙은 습기를 몸에 달고 걷다 보니 혼자만 신난 목수국이 조롱하듯 길을 열어준다.


바이커도, 러너도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데 자연만 아랑곳하지 않는 걸 보니,

날씨와 한패가 맞네.


너만 신나게 예쁘구나.



사진 출처: 본인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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