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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Aug 01. 2023

글로 쓰는 표정


사람들이 화가 잔뜩 나 있다.

기사를 봐도, 댓글을 읽어도 분노가 가득하다.

감정을 글자로 표출하고 있다. 그런 글만 한데 모아놓으니 엉망인 세상에 사는 기분이다.

금방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 같다.


한동안 토해내듯 글을 썼다. 비워내면 더는 끄집어내지 않을 상처다.

쓰고 잊어버리려고 시작한 글인데 설사 왜곡될까 봐 기억을 샅샅이 훑는다.

기억을 끄집어내는 동안 또 그 시간에 갇혀 다시 고통받는다.


먼저 버리고 싶었던 글을 털고 보니 온갖 단어에 화가 나 있다.

문장에 불평이 가득하다.

글에도 표정이 있구나.


투정과 불만이 가득한 과거가 쓰여 있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산 건가.

글을 이용해 온 사방 불만을 퍼트리고 있다. 댓글로 화를 내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첫 직장에서 표정을 지적받았다.

표정이 목소리를 타고 전달되니 거울을 책상 앞에 두라고 했다. 거울로 자기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란다.


요즘은  상상할 수 없는 직장 내 지도 편달 같은 지적이다. 회사가 온종일 행복한 표정으로 있을 만한 공간인가.


첫 직장에서 잘 배운 대로 이직할 때마다 거울을 들고 다닌다.

내가 웃으며 말하면 상대가 같이 웃는다. 웃음소리가 들려서가 아니라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리고 말을 하면 상대도 웃는 게 느껴진다. 내가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통화를 하면 상대도 안절부절못한다. 급박한 일일수록 차분하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면 수월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 그만큼 마른 웃음이 늘었다. 직장이니까.-


아버지와 즐거운 인생을 기록하려 시작한 글인데 이렇게 또 잊고 산다.

단어와 문장을 그리고 글을 어떻게 웃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저장해 둔 글은 있는데 발행할 글이 없다. 글이 있었는데, 없다.








사진출처 : Unsplash의 Teng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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