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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Aug 13. 2023

등단 작가인 줄


내 글은 내가 퇴고한다. 그러니 내 입말과 글말에 매몰된다.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어야겠다. 글쓰기 분야에서 알아준다는 책을 몇 권 사서 읽었다.


자주 쓰는 잘못된 표현, 불필요한 접미사, 조사, 의존명사 등 오류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강조하려고 쓰던 문장구조는 내 입말에 의지한 고집일 뿐이었다. 빼면 안 될 것 같은 단어를 다 빼도 말이 되고 의미가 전달된다.


기획서 쓰느라 몸에 밴 습관이 제일 문제다. 영어식으로 남발했던 표현도 고쳐야 한다. 피동과 사동이 이렇게 어렵다니. 사족이 없으면서 식상하지 않은 문장을 쓰려고 고심한다. 겨우 적은 글자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아끼는 내용을 잘 표현하고 싶어 뒤늦게 기술을 연마한다. 마음이 밭다.

정말 소중한 이야기다. 한번 쓰면 다시는 못 쓸 것 같다.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쓴다. 그런데도 애정만큼 표현하지 못한 글이 되면 한참이나 속상하다.

- 누가 보면 신춘문예 등단 작가가 글 쓰는 줄.-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 신경 쓰다 보니 예전만큼 글이 써지지도 않는다. 조사가 잡아끌고 접미사가 옭아맨다.

다른 이의 글도 쉽게 읽기 어렵다. '어? 이런 형태는 쓰지 말라던데.', '잘못 쓴 표현이 이렇게나 많은데 좋은 글로 선정됐네.'라는 식으로 표현과 사고를 옥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쓸 수 있게 된 후 추천 글을 보고 생각이 많았다.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것 같아서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글로 가득하다. 심지어 잘못된 문장과 단어도 많다.

생각했던 글이 아니다.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더니 브런치 글이 도드라지게 거슬린다. 감히 빨간펜 질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는지 둘러본다. 브런치에 화가 난 사람이 많다. 떠나려는 사람, 다시 돌아왔지만 역시 실망하는 사람. 글로 표현하는 날 선 충고다.


'아, 이래서 한 번에 작가로 선정된 건가.'

내가 글을 잘 써서 작가로 선정된 게 아닌 모양이다.


마치 회사 출근 첫날 내가 왜 뽑혔는지 알 것 같은 느낌. 이 회사가 왜 채용 공고를 냈는지 알 것 같은 기분.

아뿔싸.




박완서 작가 책을 읽어야겠다. 참 좋아하는 작가다. 퇴사할 때마다 작가의 글로 치유한다. 풀냄새 나는 마당에 누워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어도 글이 아름답다. 작가만 아는 양 애써 긁어모은 어휘력을 뽐내지 않아도 우리말이 가득하다.

내 글을 쓰고 읽다가 박완서 작가 글을 읽으면 진짜 짜장면을 먹는 기분이다. 짜장라면만 주야장천 먹다가 처음 제대로 된 중국집 짜장면을 먹었을 때 그 경이로움이랄까.  


울림이 있는 글을 쓰고 싶어 부단히 애쓰지만, PC통신 단말기가 5G 시대에 살고 싶어 꿈꾸는 격이다.


게다가 PC통신 단말기가 지식을 좀 쌓는 바람에 용량까지 초과해 버벅댄다.

아는 게 힘인지, 모르는 게 약인지.


사진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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