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시작했다.
아픈 가족이 있어 본가에 자주 내려가야 하니 새벽에 하던 헬스는 정기권 끊기가 부담된다. 그렇다고 운동을 안 하면 관리가 어렵다.
러닝은 본보기가 되는 친구가 있어 눈여겨보던 터다. 최근 기안84가 달리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결심을 무를 수 없게 장비부터 질렀다. 복장은 여느 러닝 크루 운영자가 부럽지 않다.
앱이 안내하는 초급자 프로그램에 따라 러닝을 시작한 지 2주가 됐다.
숨이 차 걷고 싶을 만하면 용케 알고 응원해 준다.
"할 수 있습니다. 다 왔습니다. 바람을 느껴보세요. 잠시 후면 휴식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천천히 걸으라면 걷고 뛰라면 뛰며 귀신에 홀린 듯 프로그램을 따라 한다.
- 이거 사람 좀 다룰 줄 아네.-
41.35km, 6시간 19분 13초, 평균 페이스 9분 10초, 2,403kcal
기안84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러닝 후 마시는 맥주는 수영 후 먹는 김밥보다 맛있다.
러닝 후 먹는 소시지는 휴게소 소떡소떡보다 쫄깃하다.
러닝 후 먹는 차가운 복숭아는 후르츠칵테일 국물보다도 달다.
이러니 땀범벅이 되도록 뛰었는데 기안84 얼굴만큼 핼쑥해질 리 없다.
그래도 그렇지, 이다지도 차이 날 일인가.
날이 추워지면 맥주는 못 마시겠지, 날이 추워지면 복숭아도 못 먹겠지.
극적인 효과는 그제야 나타날 것이다.
이럴 거 차라리 날이 추워지면 뛸까?
다행히 결론은 기안84 ‘달리기 일지’와 같다.
살을 빼야 완주 가능.
(10km)
사진출처: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