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전편을 하루 만에 완주했다.
마스크걸.
원작보다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참신했다.
이야기를 잘 쓰는 사람이 새삼 대단하다. 영상으로 구현하는 사람도 위대하다.
머릿속 상상력이 우주만큼 넓으리라.
코로나로 마스크가 익숙하다.
미세먼지 심한 날도 안 쓸 때가 많았는데 눈에 보이는 병이 무섭긴 했던 모양이다.
문신처럼 쓰고 다녔다.
눈만 내놓으면 되니 시선 관리만 한다. 눈빛으로 감정을 읽기 어려운 만큼 감추기도 쉬웠다.
드라마 속 가면 대신 하얀 보건용 마스크를 대입해 본다.
뒤에 숨은 모습이 매한가지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익명으로 글을 쓰는 내가 겹쳐 보였다.
글로 무모한 사람을 비난하지 않았는지, 아집에 빠져 잘못된 내용을 쓰는 건 아닌지, 마스크를 쓰고 쉽게 표정을 감췄던 것처럼 익명으로 기만한 건 없는지 되감아 본다.
글을 짓는 것이지 삶을 지어내는 건 아닌데 묘한 죄책감이 든다.
마스크걸 주인공이 가면으로 결점을 가리듯 나쁜 기억을 글로 덮으려 했으니 결백한 건 아니다.
익명이라기보단 차명이지만 무엇이 다르겠는가.
진솔하게 쓰는 글인데도 내심 비겁하단 생각이 든다.
사진출처: Unsplash의 Daria Nepriakh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