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가 광고를 재생하고 1원인지 10원인지 적립하는 앱을 사용했다. 그놈의 것이 배터리를 얼마나 잡아먹는지 보조 배터리를 손에 들고 살았다. 그래도 잘 활용하면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은 나오니 충전만 잘하면 된단다.
하루는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고 도통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울화통이 치밀어 집에 가버릴지 하던 차에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편의점 급속충전. 5분 후 도착.'
"잘한다. 커피값을 그렇게 버는 것보다 편의점 급속충전 비용을 아끼는 게 낫지 않냐?"
한참을 놀려 먹었다. 이상한 셈법으로 현명한 소비자인 척하는 꼴이 여간 우스운 게 아니었다.
지자체 정책사업에 참여 중이다. 앱 출석만 해도 10원, 8천보를 걸으면 200원을 준다.
그때 직장동료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깟 푼돈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 차라리 아끼고 안 쓰는 길을 택하겠어.”
내뱉은 말이 무색하다.
모은 돈으로 약도 사고 중고 책도 몇 권 샀다. 얼마 전엔 안경도 새로 맞췄다.
러닝을 하면 1km마다 100원을 적립해 주는 앱을 사용한다.
어차피 여러 개 앱을 켜고 뛰는데 하나 더 실행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 하루에 7km~10km씩 주 5일은 뛰니까 무시할 수 없는 적립금이다. 포인트로 해당 브랜드 운동화나 양말을 살 수 있다.
하루 술값 10만 원이 우습고 심야 할증 택시비가 가벼웠던 젊은 날이 흑백사진처럼 아득하다.
요즘은 안 쓰는 가전제품 플러그를 습관적으로 뽑게 되고 방에 불도 잘 켜지 않는다. 집에 돈이 있으나 없으나 보고자란 게 티가 난다. 구질구질하다고 투덜대던 부모의 습관을 그대로 닮았다.
한 번밖에 안 쓴 티슈라서 버리지 않는 엄마에게 궁상맞고 더럽다며 눈에 보일 때마다 쓰레기통에 넣어 버렸다.
"그걸 왜 버려? 이쪽은 안 썼어. 여기는 깨끗해."
엄마 나름의 논리다.
지금은 내가 티슈를 그렇게 쓴다. 일반 티슈보다 작은 크기를 사용하는데도 한번 쓰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새파랗게 젊은 시절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던 딸내미가 어쩌다 보니 그녀보다 더 지독하게 산다.
오늘도 천 원을 줍줍 하러 10km 러닝 길에 나서본다.
100원이 뭐라고 할머니가 쌈짓돈 꿍치듯 포인트 쌓이는 재미에 마라톤 풀코스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뛴다.
사진출처: Unsplash의 Niels Stee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