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땐 유서를 쓰려고 했었다. 지난 시간을 차분히 정리하고 나면 어느 날 홀연히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을 필명으로 정하고 나선 행복하고 좋은 글이 쓰고 싶어졌다. 아버지의 못다 한 삶이 글 속에서라도 행복했으면 하고 바랐다.
안 좋은 글이라도 마음을 담아 글자를 꼭꼭 씹어 쓰는 중이다.
더디다. 내 삶만큼이나.
요즘은 부쩍 글 쓰기가 어렵다.
여러 작가의 브런치북 발행 알림이 울린다.
다들 부지런히 글을 쓰는데 이마저도 못하는 것 같아 한심하다.
사진출처: Unsplash의 Syd Wac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