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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Feb 05. 2024

오십니다.


"눈이 오십니다."


드라마 속 노부부가 내리는 눈을 보며 건넨 대사다.


눈(雪)을 보고 '오십니다.'라니 참 귀한 대접이다.

작가의 문장이 고와 계절마다 되뇌었다. 창문에 나란히 서서 눈을 바라보던 어르신 모습이 애틋해 더 곱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철 되면 비 님과 꽃님을 귀히 여기는 어르신 마음을 알만한 나이다.


눈(目)으로 맞이하는 소식이 귀하고 반가워 '오신다.'라는 문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새 계절에 잠깐 찾아오는 생명 같다. 금방 져버릴 것 같은 젊음이라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정성껏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니 주어, 서술어로 한껏 올려 대우해도 반갑고 섭섭함을 이루 다 표현할 길이 없다.




시간이 자기 나이대 속도로 흐른다더니 40대 나의 1년은 체감상 일곱 달쯤 되는듯하다. 한달 한달이 일주일 같이 흘러간다.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새삼 조급하다. 그러니 올해는 유독 고운 문장이 서글프다. 마음의 준비를 못 했는데 새 계절이 오신단다. 조금 더 천천히 와도 좋을 것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겨우내 앙상했던 곱슬 버들에 연두색 잎이 번진다. 절기 앞에 장사 없다고 봄비 님이 급하게 하늘을 채운다.


- 내일은 눈이 오셔도 됩니다. 

제일 마지막에 오는 비가 결국 봄비니까 변덕이라 흉볼 일도 아닙니다.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사진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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