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 옆 공터에 수년간 방치된 오토바이가 있다.
녹이 슬고 삭은 부품이 폭삭 주저앉아 커버 안에 겨우 욱여넣은 모습이다. 고철 장수가 떼다 팔아도 될법한데 훔치는 사람도, 신고하는 사람도 없다.
위층 집 아들이 타던 오토바이다. 외지에 나가 있던 아들이 오십이 넘어 전신 마비가 되어 돌아왔다. 이사 오던 날 환자용 침대가 들어오는 걸 보고 아픈 사람이 있는가 보다 소문만 돌았다.
작은방에 누워있으면,
“툭. 툭. 툭.” 바닥을 치는 소리가 난다. 정확하게 세 번을 친다.
누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줄 알고 몇 번을 나가봤다.
"아니야, 2층에서 나는 소리야." 그제야 엄마가 사정 얘기를 한다.
층간소음이라고 할 것도 없는 소리가 신경 쓰여 2층을 올라갔더란다.
"바닥에 뭘 그리 내리치는 거예요? 아니 밤낮은 가려야지."
할머니가 연거푸 고개를 숙인다. 본인 삶을 사는 사람의 차림새가 아니다. 아들 곁을 비울 수 없어 현관문을 나선 게 언젠지도 모른다.
쫓아올라 온 사람이 되레 민망하다.
아들이 엄마를 부르는 소리다.
말도 못 하고 움직일 수 없어 필요한 게 있을 때 사용하는 그들만의 암호다.
오빠가 입원한 병실에 비슷한 환자가 있었다.
10년째라고 했다. 두 아이를 둔 오십 대 가장이다.
가로누워 입을 반쯤 벌리고 있다. 생기 없는 눈이 깜빡이면 잠에서 깼단 소리고 감기면 잔단 소리다.
주말이면 어머니가 오신다. 병원 이불 대신 좋은 이불을 덮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새로 사 온 이불을 까느라 분주하다.
"엄마야, 보여? 최고 좋은 이불이라고 해서 샀어. 시원해?"
"눈 깜빡해 봐."
10분쯤 머무르다 간다.
"바빠요. 하루에 일을 세 군데 뛰잖아. 혼자 벌어. 남편은 진즉 죽고, 둘째 아들은 교통사고로 죽고.
첫째 하나 남았는데 저러고 있는 거야."
간병인도 꺼리는 중증 환자라 이번에 새로 온 조선족 간병인이 귀띔한다.
"아줌마네 아들은 얼마나 다행이야. 혼자 앉기도 하고. 다 남의 불행 보며 위안 삼는 거야."
그런가.
돈 없단 볼멘소리에도 공항에는 해외여행 가는 인파가 넘쳐난다.
SNS에는 자랑하느라 행복한 인증사진이 가득하다.
그러나 막상 아파지고 보니 불행 속에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만 보인다.
-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라고 하기엔 참 불공평하다.
오늘도 누워서 가만히 듣는다.
"툭. 툭. 툭."
뭐가 필요한 걸까.
사진출처: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