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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Sep 17. 2023

시침질이 빠진 인생

이력서를 쓰다가,


본 바느질을 하기에 앞서 시침질한다. 옷감을 고정하기 위함이다.

어차피 뜯어낼 것을 막상 하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성격이 급하고 나를 과신해 생략할 때도 있다.


"본 바느질할 때 신경 써서 하면 되지."


시침질의 중요성은 당해봐야 안다.

천이 삐뚤어지거나 울어 심할 경우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꿰매야 한다.

옛말이 어디 틀린 적 있던가.


순서가 있는 일을, 이유가 있는 일을 제멋대로 귀히 여기지 않은 값을 톡톡히 치른다.




살아온 인생이 별반 다르지 않다.

편한 길을 선택하고선 빠르고 깔끔하게 목표까지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거로 여겼다.

인생이 삐뚤어진 걸 인지했을 때 뜯어내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대충 꾀를 내 극복하려 했다.

눈속임이지 어디 근본을 고치는 일이 되었겠는가.


그리 꾀를 내니 남들보다 못한 삶을 산다.


수능부터 다시 치렀어야 했나.

첫 번째 선택한 직무가 평생 낙인이 되어 괴롭힐 줄 알았으면 다른 직업을 선택했어야 했나.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면 지금보다 더 빠르고 나은 길을 가고 있을 텐데 시침질 안 한 바느질에 후회막급하다.

덕지덕지 바느질로 누더기가 된 인생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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