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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Sep 15. 2023

엄지손가락이 화면에 닿았을 뿐인데


브런치 글은 SNS를 하듯 시도 때도 없이 읽지만, 책처럼 집중해 읽는 시간이 따로 있다. 잠들기 전과 잠에서 깬 새벽 시간이다. 책은 아무래도 누워서 읽기가 쉽지 않으니, 브런치만 한 게 없다. 브런치스토리 기획 의도겠지.


퇴사, 이혼, 불륜, 요리, 고양이.

조회수와 구독자 늘리는 노하우, 글 잘 쓰는 방법까지 유튜브다운 글이 인기가 있는듯하다. 

다들 제목도 무척 잘 짓는다.


오늘 새벽에는 귀한 소설을 접했다.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 글이다. 궁금한 글을 쓰고 싶지만 쉽지 않다. 괜히 쭈그리가 된다.


 브런치스토리의 기획 의도에 또 당한 기분이다.

- 작가를 타고 끊임없이 돌아다녀라, 선물 같은 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니.-


신종 싸이월드 수법이다.



모바일을 손에 잡고 잠이 들면 다음 날 허겁지겁 확인할 게 많다. 잠결에 엄지손가락이 혼자 저질러 놓은 일이 이만저만도 아니다.


보고 있는 화면을 메신저로 공유했거나 캡처해 사진으로 저장해 놓은 것만도 열댓 장이다.

통화목록으로 전화 연결도 시도했다.

생각을 끄적거린 메모장은 내용이 지워지고 자음과 모음이 대신 채워졌다.

엄지손가락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휴대전화 편의 기능이 지나치다.

한 손 조작 인터페이스가 이런 것인가. 부지런한 개발자들.


스마트폰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인터페이스가 웬 말인가.

단순한 조작 미숙으로도 별별 일이 많았는데 새삼스럽다.


통화 후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거나 화면 잠금을 하지 않아 굳이 알게 되는 진실이 많았다.

'아, 나랑 통화가 끝나고 나면 옆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욕을 하는구나.'

뒷담화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친구가 남자친구와 통화를 마치고도 전화를 가만히 들고 있다.

"왜 안 끊어?"

남자친구가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고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모양이다.

남자친구 술자리 이야기를 슬그머니 듣고 있다.

"그거 관음이야. 상대가 안 끊었으면 너라도 끊어야지."


헤어진 사람에게 전화해 놓고선 상대가 회신을 해오면,

"모르는 새 버튼이 눌렸나 봐, 전화한 줄 몰랐네. 잘 지내니?"

상투적인 방법으로 수작을 부린다.


한때 엄마에게 문자 쓰는 방법을 알려주며 핀잔을 줬다.

"엄마, 이것도 못 하면 진짜 큰일이야. 이게 지금 핸드폰 기능 중 제일 기본이라고."


"기본" 기능이 심하게 좋아진 세상이다.


엄지손가락만 화면에 닿았을 뿐인데 간담이 서늘해진다.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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