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창을 마주하는 앞집 여자가 매일 화를 낸다.
내 얼굴 앞에다 대고 말하는 것같이 분명하다.
아침 5시, 앞집 남편이 밥을 챙겨 먹고 출근한다.
6시 언저리, 여자가 밥 먹는 아이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시간이다.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자식에게 하는 말이 맞는지 커튼 앞으로 바짝 다가선다.
- 아이뿐 아니라 사람에게 하면 안 되는 욕이 난무한다.-
이쯤 되면 친자식이 아니어야 맞다. 아동학대로 신고해도 된다. 남편은 알까?
애들이 등교하고 나면 아는 언니에게 전화한다.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1시간 남짓 떠들어댄다.
대부분은 정당한 자기방어다. 상황을 설명하며 다시 화를 낸다.
그러데이션 화법이다.
오후가 되면 선생님과 싸운다. 본인 말만 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 학원 선생님이겠지, 설마 학교 선생님 말씀을 자르고 저렇게 소리를 지른다고?- 하는 순간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말로만 듣던 학부모 갑질이다.
다행인 건 저녁 9시가 되면 잔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집이다.
그제야 육퇴 한 엄마처럼 슬며시 내방으로 돌아와 창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방이 조용하다.
- 하, 전쟁 같은 하루였다. -
요즘같이 날씨가 좋은 날은 창문을 열고 글을 쓰고 싶은데 앞집 여자가 자꾸 내 방에 들어오니 미쳐버릴 노릇이다. 아는 사람도 아닌데 같은 집에 산다.
가엽게 여겨보자.
앞집 여자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위로가 필요하다.
종일 무차별하게 화를 내는 자기 삶을 어떻게 여길까.
행복하기는 할까.
친구가 되어 줘 볼까.
층간소음 해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뛰는 아이를 아는 사람으로 만들면 된다고 했다.
아는 아이가 뛰는 건 사랑스러우니 층간소음도 듣기 좋다고 하더라.
그러니 친구가 되어 볼까?
근본적으로,
종일 저 소리를 듣고 있는 내가 문제다.
직장을 구해 출근하면 알 리 없는 소음이다.
오늘 저녁은 비도 오는데 아이를 쫓아낸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센서 등이 켜지지 않는 걸 보니 문 앞에 서 있는 모양이다. 커튼을 열어 자세히 보려다 앞집 여자에게 들켜버렸다. 그녀가 뒤늦게 베란다 문을 닫아 소음을 차단한다.
부끄러움이 있었던 사람이구나.
사진출처: Unsplash의 Latrach Med Jamil